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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보 Feb 08. 2021

환경 보호 하다가 갑자기 비건?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환경 보호는 뭘까?



오늘은 환경 보호를 위한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시작하면서 비건 식단을 병행하게 된 이유를 적어본다. (정확히는 #페스코테리언 이지만 빠른 이해를 위해 비건이라는 단어로 글을 적는다.)



비건 식단을 시작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나의 경우 개인이 할 수 있는 환경 보호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위해서다. 사실 개인이 할 수 있는 환경 보호는 쓰레기만으로도 충분히 벅차다. 분리배출 방법은 너무 복잡하고 쓰레기 종류는 보다 다양하기 때문이다. 정책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지만 내가 직접 나서서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다 보면 '나 하나 일회용컵 안 쓰고 비닐봉지 안 쓴다고 세상이 달라지나?' 같이 허망하고 답답한 감정이 든다.

그러던 중 육류 생산으로 인한 환경 오염에 대해 알게 되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옵션이 하나 더, 그것도 더욱 효과적인 옵션을 알게 되어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이 글은 '육류 섭취를 줄이는 것이 왜 환경 보호의 일환이 되는지' '쓰레기 줄이기 대비 비건 식단이 환경 운동에 얼마나 효과적인지'대해 최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리한 글이다.






내가 초기 환경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했을 때 진입 장벽이 낮고 지속 가능한 환경 운동은 큰 고민 없이 일회용품 줄이기였다.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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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이룬 쓰레기들, 코에 빨대가 끼인 거북이, 마스크에 발이 묶여 버린 새.


이런 자극적인 이미지 덕분 일 것 같다. 쓰레기, 그로 인한 자연의 고통을 담은 이미지들은 환경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조차 환경 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즉각적으로 인지하게 해준다. (혹시 내 경우만 해당되는 얘기일까 싶어 지인들에게 환경 오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를 물었을 때 대부분 '쓰레기'라 답하였다.) 그래서 쓰레기에서도 가장 심각하게 이슈화되고 있는 플라스틱을 줄이는 캠페인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텀블러 사용, 일회용품 안 쓰기, 비닐 대신 장바구니 이용 같은 생활 습관이 익숙해질 때쯤, 또 새로운 것이 없을까 찾던 내 눈에 들어온 컨텐츠.


육류 섭취가 쓰레기보다 훨씬 더 많은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



신기하게도 비슷한 시기에 위 슬로건을 갖은 컨텐츠를 다량 접하게 되었다. 여러 매체가 동시다발적으로 노출되었기 때문에 출발점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 이거야!' 작년 9월에 한두 번씩 비건 식단을 테스트해보고 10월부터 본격적으로 페스코테리언 식단을 유지하고 있다. (페스코테리언 / 페스코 베지터리언 - 소,돼지,닭고기 같은 육류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






직접적인 환경 오염 '온실가스 배출'


FAO에 따르면 축산업 부문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를 차지한다. 반면 폐기물은 3.2%를 차지한다. 이 지표로만 봐도 '개인이 같은 시간을 투자해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보다 육류 섭취를 줄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 ccafs.cgiar.org

온난화의 주범은 이산화탄소이지만 축산업의 경우 메탄 44%, 이산화질소 29%, 이산화탄소 27% 비율로 메탄, 이산화질소 배출량이 이산화탄소보다 높다. 문제는 '지구온난화지수'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보다 메탄은 21배, 이산화질소는 310배 더 심각한 온실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 온실가스 존재 자체가 지구 온난화의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대기 중 적정량의 온실가스는 지구가 태양에서 받은 에너지를 방출할 때 그 에너지를 대기 중에 머금어 지구의 온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만약 대기가 없을 경우, 지구 표현 온도는 -20℃까지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인간의 산업화로 인해 급격히 증가한 온실가스가 증가함에 따라, 대기중에 머금은 에너지 양도 증가하게 되어 대기가 적정온도 이상으로 뜨거워지는 지구온난화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 6대 온실가스 : 온실효과에 영향이 큰 6가지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₆)이며 화석에너지 연소로 인한 이산화탄소, 농업 및 폐기물 처리로 인한 메탄과 이산화질소가 주원인이다. 1985년 세계기상기구(WMO)와 국제연합환경계획(UNEF)는 이산화탄소가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공식 선언하였다.  

• 앞서 말한 '지구온난화지수'란 같은 양의 온실기체라도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기준으로 지구 온난화에 기여하는 정도를 비교한 지수이다.
온실가스 량은 CO2eq.(Carbon dioxide equivalent)로 표시된다.


축산업의 메탄과 이산화질소는 어디서 어떻게 발생하는 것일까?

소나 양과 같은 반추동물은 소화기관에 있는 미생물들이 음식을 분해하는데, 이 과정 속 '장기발효(enteric fermentation)'을 통해 메탄을 생산하고 배출한다. 이번 조사로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메탄은 보통 소의 방귀와 트림을 통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메탄의 90-95% 소의 방귀가 아닌 트림을 통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방귀를 통한 양은 5-10% 밖에 되지 않는다. 이산화질소는 분뇨 그리고 토양에 뿌려지는 질소 비료에서 발생한다.




주객전도 '전 세계 농지 83% 사용'


현재 지구의 농지 중 83%가 가축이 먹을 작물을 기르는데 사용되고 있으며 오직 나머지 17%만이 인간이 먹을 작물을 기르는데 사용된다. 다소 충격적인 수치 아닌가? 인간이 먹을 육류를 기르기 위해 땅의 농지의 83%가 육류를 먹일 작물을 기르는데 사용된다니. 배보다 배꼽이 커도 한참 크다.

전세계 농지의 83%가 가축 사료를 위해 사용 (출처 Kurzgesagt – In a Nutshell)

이는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결과이다. 가축과 작물이 같은 공간에서 순환관계를 이뤄야 하는 게 맞지만, 더 높은 생산량을 위해 둘을 분리시켜 가축은 가축대로 고개도 돌리기 힘든 공간에 갇히고, 작물은 작물대로 빽빽하게 단일 작물로만 재배 되고 있다. 이로 인한 문제는 가축 면역력 약화, 토지 오염 등 한두 개가 아니다. 뒤에서 좀 더 설명하기로 한다.




산림 파괴


위의 문제는 산림 파괴로 이어진다. 가축을 위한 작물용 농지를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산림은 파괴되고 있다. 작년부터 1년 넘게 이어지는 아마존의 산불은, 믿기 힘들겠지만, 오직 소농장과 가축 작물을 기르기 위한 고의적인 화재이다. 파괴된 숲의 80%는 이미 소농장으로 변했다.

2019.8 아마존 산불 (출처 (왼)Greenpeace (오) Maxar Technologies)




'유전자 다양성' 결여로 인한 악순환


우리는 점점 더 자주 조류독감, 아프리카 돼지열병 같은 가축 집단 감염 사례를 접한다. 조류독감의 원인은 철새, 아프리카 돼지열병 원인은 멧돼지라는데 진짜일까? 그렇지 않다. 철새가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은 맞지만 집단 감염을 만드는 원인은 그들이 아닌 공장식 축산이다.

공장식 축산을 해온 수십 년 동안 높은 생산성을 위해 육질의 퀄리티가 높고, 알을 잘 낳는 유전적으로 우월한 한두 마리의 가축을 복제하 듯 품종을 개량해 온 탓에 공장식 축산에 있는 가축은 동일한 유전자를 갖게 된다. 한 농장에 있는 모든 가축들이 복제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감염된 철새가 있는 무리는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고, 농장에 한 마리가 감염되면 전체를 몰살시켜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고개를 돌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좁고 밀집된 축산 환경 또한 감염의 큰 원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인간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것을 생각 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많은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 목장 중 80%가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항체를 만들게 되면 또 다른 종류의 항생제를 주입하게 되고 가축에 사용된 수많은 항생제는 결국 최종 육류 소비자인 인간에게 도달하게 된다.






소수의 완벽한 비건 보다 다수의 어설픈 비건이 낫다



인간의 육류 섭취는 생태계적 관점으로도 선순환 구조이다. 다만 인간이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육류를 섭취하고 있고 그로 인한 환경 피해가 심각하다. 모든 인간이 윤리적 축산을 통한 육류를 적정량 섭취하게 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상황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느 정도 기후 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쓰레기 부분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있다면 이번 기회에 어설픈 비건이 되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출처

https://ccafs.cgiar.org/bigfacts/#theme=food-emissions&subtheme=direct-agriculture

https://ourworldindata.org/ghg-emissions-by-sector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28969&cid=40942&categoryId=32299

https://ideas.ted.com/methane-isnt-just-cow-farts-its-also-cow-burps-and-other-weird-facts-you-didnt-know-about-this-potent-greenhouse-gas/

http://www.fao.org/3/a0701e/a0701e0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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