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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댁 고양이 Jul 07. 2024

비는 내려 흙 속으로 사라진다.

주제 : 장마


중학생이었던 나는 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날이면 마당집 거실에 앉아 비 오는 모습을 바라보곤 했다.


넓지 않은 마당에 물 웅덩이가 생기고, 크고 작은 파문(波紋)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신기한 듯 평범한 그 모습을 보며 감상을 나눌 이는 좀처럼 없다.


이미 바닥은 젖어있고 이를 바라보는 내 모습에 나도 무뎌진 지 오래다.


다시 비 내리는 창밖을 봐도 그저 하염없이 쏟아지기만 할 그뿐이다.


처마 아래서 손을 뻗어 담길 리 없는 비를 담아본다.


비는 잠시 고이나 싶더니 이내 손가락 틈새로 빠져나가 땅으로, 흙 속으로 사라진다.


빗물을 머금은 흙을 빤히 보고 있으니 작은 거품이 올라온다.


하지만 그뿐이니 고개를 들어 남색과 회색과 검은색과 누런색의 하늘을 바라본다.


그칠 줄 모르는 비는 하늘에서 내 얼굴로, 다시 땅으로, 흙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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