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버스는 15분 후에 와요 (4/10)

by 장수댁 고양이

4장


오전 7시 50분. 현관에서 거울을 봅니다. 화장은 잘 먹었고, 옷깃은 하얗고 깨끗합니다.


그 남자가 정류장에 와 있을 겁니다. 앞으로도 계속 봐야 하니 고맙다는 말이라도 건네는 게 어떨까 합니다. 늘 그가 먼저 인사를 했으니 한 번은 제 쪽에서 먼저 인사해도 괜찮습니다.


그는 보통 사람보다 머리 하나만큼 커서 잘 보이는데 오늘은 안 보입니다. 쉬는 날이거나 일찍 출근했을 겁니다. 어제 야근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병원이나 은행에 가려고 반차를 썼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냥 시간이 안 맞았을 뿐입니다. 별일 아닙니다.


버스는 15분 후에 옵니다. 방금 버스가 떠나는 바람에 정류장은 조용합니다. 정류장 뒤로는 떡볶이 가게가 있습니다. 튀김과 순대, 새벽부터 끓이기 시작한 떡볶이 냄새가 코를 간지럽힙니다.


튀김 종류를 세어보고 있을 때 익숙한 실루엣이 다가옵니다. 그 남자입니다. 그가 인사했고, 저도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는 그 이상 다가오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을 보거나 귀에 이어폰을 꽂지도 않고 앞을 봅니다. 쓸쓸해 보이는 건 기분 탓입니다. 출근길 직장인이라면 다 저런 표정입니다. 출근이 즐거운 직장인은 사장 정도밖에 없습니다.


버스가 오려면 4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이참에 말해야겠습니다. 그를 쳐다보고 있는데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는 눈을 피하지 않습니다. 제가 먼저 피했습니다. 쳐다보고 있던 걸 들켰습니다. 거울을 보니 제 얼굴은 여전히 하얗습니다.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날이 아닌가 봅니다. 다른 날이 있을 겁니다. 그를 뒤로하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정류장에 서 있는 그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숙입니다. 버스는 기다리지도 않고 바로 출발했습니다.


-


회사에 도착하니 나연이가 물어봅니다.


“선배, 오늘 무슨 일 있어요? 고민 있어 보여요.”


허튼 소리 말고 숙제 내준 거 달라고 했습니다. 나연이는 입을 삐쭉 내밀었지만 상관없습니다. 보고서를 보니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이러다 다른 부서에서 빼 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나연아, 아니야.”


“왜요? 무섭게 왜 그래요.”


“아니야, 그냥 보고서 잘 썼길래.”


“왜요, 뭐 틀렸어요?”


“아니야, 잘 썼다고.”


-


오후 6시 10분. 퇴근길 버스 안을 두리번거렸습니다. 당연히도 그는 없습니다.


다음날 출근길에도, 그다음 날 출근길에도 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그는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그가 누군지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저와 그는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그가 어디에서 뭘 하든 관심 없습니다.


그렇게 3개월이 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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