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버스는 15분 후에 와요 (2/10)

by 장수댁 고양이

2장


얼마 전에 어떤 남자를 구해줬습니다. 죽으려던 사람을 살려줬으니 잘한 겁니다. 그는 아침마다 절 보면 인사합니다. 어색한 건 질색입니다. 조용히 갈 길 갔으면 하지만 그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딱히 말을 거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저를 보며 미소 짓는 사람은 좀처럼 없습니다. 엄마도 아빠도 하나밖에 없는 딸내미에게 늘 무뚝뚝했고, 저도 그게 편했습니다. 할머니는 달랐지만, 할머니는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를 매일 마주치는 건 아닙니다. 제가 일찍 출근한 날도 있고, 야근하고 늦게 출근하는 날도 있습니다. 그래도 주 3~4번은 마주치지 않나 싶습니다. 첫 만남에선 그냥 맹한 사람인가 싶었는데, 차림새를 보니 생각보다 멀끔합니다. 살이 찌거나 허약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오늘도 출근길에 그를 만났습니다. 그와 멀찍이 떨어져 스마트폰을 확인합니다. 버스가 오려면 5분 남았습니다. 전날 하루 종일 영상을 본 탓에 눈이 뻑뻑합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래를 틉니다. 날씨가 맑으니 태연의 <Fine>이 좋겠습니다. 노래 제목은 ‘괜찮아’인데 가사는 괜찮지 않답니다.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그는 463번 버스를 탑니다. 창밖을 보니 그가 미소 지으며 목례합니다. 저도 살짝 고개를 숙였습니다. 당분간은 이런 생활이 반복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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