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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탐색자 May 15. 2019

60's 레트로 스타일에 빠진 카페 사장님

60's 레트로 스타일(retro style)에 빠진 카페 사장님과의 만남


카페 문 랜딩(Moon Landing)은 보광동의 후미진 골목길에 위치하고 있다. 카페의 사장님은 중국어를 전공하고 제법 큰 회사에서 디스플레이 관련한 일을 10년 정도 하였다. 그녀의 남다른 인테리어 감각은 도예를 전공하신 어머니의 영향으로, 동생 또한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예술가 집안이다. 그녀의 베이킹 실력은 어릴 적 어머니가 구워주시는 케이크이나 비스킷을 먹으며 틈틈이 익힌 것이다. 그녀는 현재 해방촌에서 그녀의 반려견인 미르와 함께 살고 있다.

카페가 정말 후미진 골목길에 있네요, 이 주변을 몇 번이나 돌아서 겨우 찾았어요. 이렇게 후미진 골목길에 카페를 오픈한 이유가 있나요?


2017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구상하면서 이태원 이곳저곳을 많이 다녔어요. 지금 살고 있는 해방촌과 경리단길에서도 가게들을 정말 많이 봤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한동안 경리단길에 있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거든요. 일을 좀 익히고 싶어서. 그런데 임대료가 비싸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가 원하는 동네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특히 해방촌은 너무 빨리 변하고 있어서 예전의 빈티지함이 사라지고 있었어요. 보광동은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데다가 특히 이 골목은 정말 조용해요. 햇빛도 잘 들고. 제가 카페를 오픈하고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 햇빛이 아주 환하게 들어와요. 그게 너무 좋아요. 그리고 동네분들도 너무 좋으시고요.

  

요즘처럼 취직하기가 어려운데, 잘 다니던 직작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반응이 어땠어요? 두렵지 않았나요?


물론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아무래도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것과는 다르니까. 그런데 저는 회사의 소모품처럼 하루하루 지내는 게 너무 싫었어요. 처음에 직장 생활을 할 때는 모든 게 새롭고 재미있었지요. 물론.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성취감도 떨어지고. 뭔가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10년쯤 되니까 이제는 정말 회사를 나가서 내 일을 시작해야겠다 결심했죠. 지금이 아니면 못하겠더라고요.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두려움이 더 커지잖아요. 어머니가 많이 도와주셨는데, 제가 실망할까 봐 하루에 커피 한잔만 팔면 된다고, 그냥 재미있게 하라고 하셨어요.


카페 인테리어가 정말 마음에 들어요. 레트로 한 스타일을 좋아하나 봐요. LP 레코드도 너무 좋고요. 소품들 구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문 랜딩 카페를 지키는 미르


레트로 한 스타일이 요즘 워낙 인기가 있지만, 저는 원래 이런 스타일을 좋아했어요. 음악도 1960-70년대에 유행했던 것들을 주로 들어요. 여기 있는 LP 레코드는 부모님이 가지고 계셨던 거랑 음악을 좋아하는 남자 친구랑 하나하나 모으고 있는 것들이에요. 남자 친구가 일본으로 출장을 자주 가는데, 거기에서 사 오기도 하고요. 여기 있는 소품들은 제가 그동안 디스플레이 관련한 일을 했어서 아무래도 다른 분들보다는 좀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카페는 남자 친구랑 저랑 둘이 직접 인테리어를 했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물론 고생도 많이 했지만, 페인트 칼라 하나하나, 부엌가구 그리고 화장실까지 우리가 모두 고르고 했기 때문에 무척 애정이 가요. 여기가 워낙 오래된 곳이라 계속 뭔가를 해야 해요. 이제 겨울준비를 해야죠(인터뷰는 2018년 10월에 이루어졌다). 단열이 잘 안돼서 겨울이 좀 많이 걱정되기는 해요. 외부에 노출된 화장실도 걱정이죠. 오래된 건물에 입주를 하니까 아무래도 이곳저곳 손이 가는 게 많지만, 그것도 다 경험이죠.


이곳 동네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카페를 오픈하게 되었다고 했는데, 조금 더 이야기해주세요.


여기는 서울에서 아직까지 이웃의 정이 느껴지는 곳이라고 할까요? 카페를 오픈하려고 남자 친구랑 둘이 공사를 하니까 옆집에서 식당을 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친자식처럼 걱정을 많이 해주셨어요. 이런 데서 장사 시작하면 어떡하냐고. 망할까 봐 걱정 많이 하셨죠. ㅎㅎ 밥도 챙겨주시고 오며 가며 안부도 물어주시고. 그런 따뜻함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카페를 오픈했을 때, 처음에는 정말 아무도 없었어요. 하루 종일 혼자 있기도 했어요. 간판도 없이 시작을 했는데, 아마 동네분들이 뭐하는 곳인가 생각하셨던 거 같아요. 그런데 한분씩 오셔서 구경도 하시고, 커피도 사가시고, 제가 굽는 비스킷, 스콘 등을 좋아해 주셨어요. 이제 단골도 생겼어요. 저희집 커피를 많이들 좋아해주세요. 제가 나름 맛있는 커피를 만들려고 노력을 하는데, 그 맛을 알아주시니까 참 고맙죠.


"저는 제가 내리는 커피 맛을 함께 공감하는 분들,
제가 틀어주는 비틀즈 음악을 함께 들을 수 있는 분들이 계시면 돼요.
그분들이 단순히 커피를 마시러 오는 게 아니라
이 공간에서 저와 함께 시간을 보내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 젊은이들이 자기 사업을 많이들 꿈꾸고 창업을 많이 하잖아요. 그렇지만 폐업율도 정말 높잖아요. 창업을 생가하는 분들에게 먼저 창업한 사람으로 조언해주고 싶은 게 있을까요?


저는 자기가 정말 원하는 아이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서치도 많이 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과 다른 나만의 아이템이 뭔가... '차별성'이 있어야 해요. 그냥 막연히 장사를 해야겠다 싶어서 프랜차이즈나 식당을 오픈하시는 분들 많이 봤어요. 이런 분들은 3개월 정도밖에 못 버티시는 것 같아요. 저도 힘들었지만, 나에 대한 믿음, 그리고 내가 시작한 이 사업에 대한 열정이 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어요. 어떤 면에서 사업은, 장사는 버티는 거거든요. 저는 메뉴도 끊임없이 구상하고 개발하려고 해요. 그게 너무 재미있기도 하고 손님들이 좋아해 주면 힘이 나죠. 그리고 저 같은 경우에는 손님들이 너무 많이 오시는 것보다 적당히 오시는 게 더 좋아요. 제가 너무 정신이 없으면 제대로 서비스도 못 해 드리고, 여유 있게 재미있게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라 직장 다닐 때처럼 너무 바쁘게 스트레스받으며 일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특히 이런 일은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것보다 내가 좀 더 높은 퀄리티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많이는 아니지만 적당히는 벌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적당히'가 개인마다 다르지만. 저는 이 정도면 만족해요.

문 랜딩 카페의 올드 패션 파르페 망고


여가시간엔 주로 뭘 하세요?


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쉬기도 하고 미르랑 산책도 가고, 시간이 좀 날 때는 남자 친구와 캠핑을 많이 해요. 저희는 앞으로 서울 외곽에 있는 곳에서 좀 더 큰 규모로 카페나 B&B(bed and breakfast) 같은 걸 하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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