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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탐색자 May 14. 2019

카리스마 넘치는, 개성만점의 플로리스트와의 만남

카리스마 넘치는, 개성만점의 플로리스트와의 만남


한남동의 나인원 한남 근처에 작업실을 갖고 있는 플로리스트는 원래 경영학을 전공하고 금융권에서 일을 했었다. 그녀는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때 직장을 그만두고 취미로 시작한 꽃꽂이에 '꽂혀' 사업을 시작했다.

 

이태원에 온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에 취미로 배우던 꽃꽂이를 친구와 함께 사업으로 시작했어요. 다시 직장생활을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처음엔 강남에서 꽃꽂이 수업을 했는데, 그때는 좀 재력 있는 집안의 딸들이 신부수업의 하나로 많이들 했죠. 아니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젊은 애기 엄마들이 많았어요. 저랑은 코드가 그렇게 잘맞지는 않았어요. 솔직히. 저는 청담동에서 쭈욱 자랐는데도, 이상하게 강남보다 빈티지한 분위기의 이태원이 좋았어요. 아버지가 하시는 사업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이태원에 자주 왔거든요. 저는 여기가 훨씬 좋아요.


상당히 안정적인 직업을 그만두셨어요. 금융권이라면 모두가 선망하는 직업 아닌가요?


경영학을 전공했으니까 대학을 졸업하고 자연스럽게 금융권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솔직히 매달 봉급이 들어오는 걸 제외하고는 매일매일 반복되는 비슷한 일상이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어요. 물론 아주 안정적이고, 가끔 내가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두었나 생각도 하죠. 혼자 사업을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제가 크게 돈을 벌려고 하는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제 삶을 즐길 수 있는 정도의 돈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겁게 사는 게 좋아요. 여행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헤비메탈(Heavy Metal)을 좋아해서
저 혼자 있을 때는 메탈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작업을 하거든요.
가끔 꽃 사러 들어온 손님들이 흠칫 놀라기도 해요.
꽃꽂이한다고 꼭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듣고 여성 여성 하는 건 아니거든요.
전 제 개성대로 살아요".   



꽤 일찍 이태원에서 사업을 시작하셨어요. 그동안 이태원이 많이 변했나요?

꽃꽂이 수업을 하는 수강생

이태원에서 사업은 2003년 정도부터 시작했어요. 강남에서 동업하던 친구와 헤어지고 혼자서 제일기획 근처에서 새로 시작했죠. 처음에는 아버지가 소유하셨던 건물 1층에서 오픈했기 때문에 사업자금이 크게 필요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건물을 처분하시면서 새로운 건물주가 들어오면서 임대료와 권리금을 많이 요구해서 어쩔 수 없이 지금 자리로 옮겼어요. 오히려 현재 위치가 조용해서 작업하기는 더 좋아요. 초창기에는 유동인구가 많지 않았거든요. 저는 꽃을 팔기는 하지만 수업에 더 치중하기 때문에 복잡한 곳보다는 오히려 좀 한적한 곳을 선호해요. 그런데 최근 3-4년 사이에 갑자기 사람들이 많이 오니까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막 올리는 거예요. 부동산에서 건물주들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죠. 건물 한 두 곳이 올리면 주변에서 덩달아 같이 올리고. 그래서 초창기에 이곳에서 사업을 했던 사람들이 많이 떠났어요. 임대료가 오른 탓도 있지만, 한적했던 거리가 복잡해지니까 떠나는 경우도 많아요. 저도 사실 여기에서 계속해야 되나 싶을 때도 많아요. 왜냐하면 이 거리의 문화 자체가 많이 바뀌고 있거든요. 처음엔 독특한 자기만의 분위기가 있는 가게들이 많았는데, 점점 더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자들이 들어오고 있어요. 물론 권리금이나 임대료를 많이 내고 들어오니까 이윤을 많이 남기고 싶겠죠. 하지만 이곳의 문화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처음에 코드가 잘 맞던 소비자들도 이곳이 너무 관광객들로 붐비니까 안 오시기도 하고, 저랑 한 두 곳 정도만 남고 나머지 분들은 다 떠나셨어요.


좀 진부하기는 한데, 이런 질문... 요즘 젠트리피케이션 관련해서 정부가 여러 가지 대책방안을 마련하려고 하잖아요,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어떤가요? 혹시 정부에게 바라는 바가 있나요?


음... 저는 경영을 전공한 사람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정부의 시장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입장이에요. 젠트리피케이션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일이고 이걸 정부가 어떻게 막을 수 있나 싶기도 하고요. 또 그게 맞는 건가 싶고요. 차라리 저희 같은 입장에서는 원재료의 유통구조나 부동산 중개인이 임대료를 부추기는 행위 등을 단속해 주면 좋겠어요. 원재료 유통구조는 예를 들면, 저희 같은 소상공인은 일반 소비자들보다 원재료를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구조여야 조금이라도 이윤이 남고 계속해서 사업을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일반 소비자나 저희나 다 같은 꽃시장에 가서 꽃을 구입할 수 있는 거예요. 말도 안되죠. 솔직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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