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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탐색자 Mar 02. 2019

밀레니얼이 나타났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패턴


'밀레니얼(the millennials)'이라는 단어는 세대 이론(Straus-Howe generational theory)으로 잘 알려진 윌리암 슈트라우스(William Straus)와 닐 하우(Neil Howe)가 그들의 책, 'Generations: The History of America's Future, 1584 to 2069(1991)'와 'Millennials Rising: The Next Great Generation(2000)'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밀레니얼 세대를 가르는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미국의 인구조사국에서는 1982-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정의하였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밀레니얼은 1,296만 명으로 우리나라 총인구 5,163만 명 (2018년 기준, 추계) 가운데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밀레니얼의 출생연도별 인구 비중]

 출처: 통계청

 

밀레니얼은 '나보다 가족이 먼저’인 베이비부머의 자녀다. 평균 자녀수가 한 명인 첫 세대로 부모의 전폭적인 관심과 보호 속에서 성장하였기 때문에 ‘자기중심적이며, 인내심이 부족하고 불평과 불만이 많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3년 타임(TIME) 지는 밀레니얼을   ‘Me Me Me generation’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들은 1990년대 ‘신인류’로 불리던 X세대보다 훨씬 더 진보적이고 개방적이며, 자기 취향이 뚜렷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에 취직하여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던 기존의 세대들과는 달리, ‘워라벨 (work and life balance)’를 추구하여 삶에 있어서의 가치나 관심사에 따라 직장을 옮길 뿐만 아니라 자신이 꿈꾸는 ‘내 스타일’의 사업에 도전하는 비율도 높다. 1997년 아시안 경제위기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부모의 실직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경험한 밀레니얼에게 평생직장은 더 이상 의미가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대 경제연구원에서 2015년 발표한 보고서, ‘자영업자 진입-퇴출 추계와 특징’에 따르면 밀레니얼의 자영업자 진출률은 54.8%로 다른 세대에 비해서 월등히 높다.

 

[밀레니얼의 자영업 진입률]

출처: 현대 경제연구원(2015) 자영업자 진입-퇴출 추계와 특징

 

밀레니얼은 다른 어떤 세대보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질 높은 교육을 받았으나, 불안정한 경제상황과 고용환경으로 인하여 부모세대보다 소득이 낮은 최초의 세대가 되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며,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McKinsey & Company)는 2016년 25개의 선진국을 대상으로 2005년부터 2014년 사이의 가계소득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매킨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10년간의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65-70%의 가구의 실질 가계소득이 증가하지 않았다. 매킨지는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현재 밀레니얼은 부모세대보다 더 가난하게 될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한국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15년 연령대별 소득 증가율을 살펴보면, 다른 모든 연령층의 소득이 증가한 반면, 밀레니얼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밀레니얼의 부모세대인 베이비부머는 비록 40-50대에 경제위기를 겪으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으나, 그들의 청년기에는 열심히 노력한 만큼의 보상이 가능했다. 그러나 밀레니얼은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학자금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빚쟁이 신세다. 높은 청년 실업률을 뚫고 어렵게 취직을 했다고 하더라고 소득 대비 터무니없이 오른 집값과 글로벌 경제위기로 강화된 대출 규제로 인해 내 집 마련이나 결혼, 출산에 대한 꿈을 미뤄두어야 한다.

 

하지만, 밀레니얼이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좌절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에 더 충실한 삶을 추구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이상향을 따라 실천한다. ‘인생은 단 한 번뿐 (You Only Live Once)’이라는 의미의 ‘욜로 (YOLO)’라는 신조어가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잘 대변한다. 결혼, 출산, 내 집 마련을 포기한 밀레니얼은 계획적인 소비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욕구와 관련된 소비활동을 더 선호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충동구매를 하는 것은 아니다. 밀레니얼은 물질적인 소비가 아닌 경험적인 소비를 중요시 여긴다. 여행이나 취미, 문화와 관련된 것들이 밀레니얼 소비의 주요 콘텐츠를 이루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인 타파크로스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밀레니얼이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때는 여행을 떠날 때이다. 자신들이 꿈꾸었던 세계여행을 위해 잘 다니고 있던 직장을 그만두고, 월세 보증금이나 전세금을 빼서 여행을 떠난다. 항상 미래를 위해 계획하고 저축하며 안정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들의 부모세대인 베이비 부머에게 이러한 소비행위는 한 마디로 ‘미친 짓’이다. 여행 이외에 밀레니얼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32,957건), ‘좋아하는 커피를 마실 때’(26,098건), ‘운동을 할 때’(20,600건),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20,472건), ‘영화를 볼 때’(20,062건), 그리고 ‘책을 읽을 때’(19,598건) 등으로 모두 일상에서 누리는 소소한 것들이다. 밀레니얼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치 있는 일상을 만들어 가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자기 정체성이 강한 밀레니얼은 자신만의 취향을 살려 대중적으로 지지를 받는 주류보다는 비주류적인 생산과 소비활동을 하고 있다. 책을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1인 출판사나 독립서점을,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끓인 커피를 파는 카페를, 음식을 만들고 친구들과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레스토랑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레코드 샾을, 그리고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필름 사진관을 연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모여 버스킹 공연을 하기도 하며, 팝업스토어나, 플리마켓, 혹은 벼룩시장을 열어 자신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교류를 한다. 이러한 활동은 ‘디지털 네이티브’ 답게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이태원 해방촌 골목길의 카페/디저트 맛집, Butter Book

베이비 부머와 X세대의 자리를 대신해 최대 소비계층으로 부상한 밀레니얼은 남과 다른 소비생활을 지향하며 비주류 상품을 주류로 만들고 있다. 소수를 위한 취향 중심의 독립서점, 부티크 스타일의 호텔,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원 테이블 식당, 주문 제작한 소량의 옷을 판매하는 부티크식의 옷가게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잊혀졌던 아날로그 음반과 카세트테이프, 그리고 필름 카메라와 즉석카메라를 부활시켰다.


밀레니얼의 아날로그적 감성은 강남 개발로 외면받던 강북의 낡고 좁은 골목길들을 핫플레이스로 변화시키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인기가 있는 핫플레이스들은 대부분 개발이 제한되거나 느리게 이루어져 예전의 모습을 간직한 강북의 골목길에 위치하고 있다.


밀레니얼은 강남의 매끈한 건물이 주는 느낌보다 오래된 골목길의 낡은 주택에서 빈티지한 매력을 느끼며, 이러한 주택을 자신의 취향에 맞추어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내 스타일’의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나만 아는’ 상품과 장소 혹은 ‘나와 관심사’가 유사한 사람들을 발견하는 것에 대해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며, 비주류의 문화 경제적 활동을 주목하고 지지한다. 밀레니얼은 비교적 제한된 경제 자본을 소유했지만, 자신들만의 독특하고 이국적인 상품을 소량으로 생산하고 소비함으로써 기존의 세대들과 구분되며, 서울의 골목길을 변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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