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좋은 리더란 팀원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고 도우며, 비전을 제시하고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이라고 정의해 보았다. 그런데, 이 정의를 조금 의아해할 리더분들이 있을 것이다. 가끔 리더십 교육을 듣다 보면 참석한 매니저들이 ‘요즘 MZ세대들은 일은 일일 뿐이에요.’, ‘일보다는 자신의 삶을 더 중요시해요.’, ‘회사는 그저 소득을 위한 수단일 뿐이에요.’ ‘이런 이들에게 어떻게 회사의 비전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어려워요.’라는 말들을 자주 듣기 때문이다. 물론 그럴 수 있다. 실제로 나 역시도 일부 그렇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이 요즘 MZ 팀원이 일에서의 본인의 성장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혹시 회사의 비전을 위해 팀원이 자신의 개인 시간을 할애해서 자기 계발을 하길 바라는 건 아닌가? 혹은 팀원이 야근을 하면서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원하는 건 아닌가? 아니면 팀원이 출근 시간 10분 전에 와서 앉아서 일할 준비를 마치고, 퇴근 시간이 넘어도 팀장님이 나갈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길 바란다. 만약 이런 모습들을 원한다면, 성장이라는 말로 포장된 희생을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진정한 성장은 그런 것이 아니다. 그리고 팀원들 역시 일을 하면서 성장하고자 하는 니즈는 충분히 가지고 있고, 인정받고 싶은 욕심도 있다. 처음 입사할 때보다는 지금 많이 나아졌다는 것. 어제 보다는 오늘이, 오늘 보다는 내일이 점점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얼마나 느끼냐에 따라 일에 대한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리더는 팀원의 이런 성장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알아봐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예전에 나 역시도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일을 하던 때가 있었다. 주어진 일은 열심히 하지만, 경쟁을 통해 사람들과 불편한 관계가 되는 것도 싫었고, 내가 원하는 꿈은 회사 밖에 있으니, 퇴근 후나 쉬는 날에 꿈을 위해 더욱 열심히 매진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점이 문을 닫고 거처를 정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나는 이 회사에 크게 미련이 없기 때문에 이 지점이 아니면 근처 다른 팀의 지점이나, 정 안되면 이직을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그 문제를 정하기 위해 본사 매니저와 전 지점 직원이 면담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고, 나는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를 하고 면담에 임했다. 면담 자리에서 매니저는 내게 물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어떤 지, 일을 아주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적성에는 잘 맞는지, 앞으로는 무슨 일을 하고 싶은 지. 처음에는 의례 하듯이 형식적인 대답을 내놓았고, 앞서 이야기했듯이 앞으로의 거처에 대해 나의 생각을 말했다. 내 말을 주의 깊게 듣던 매니저는,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본사의 한 포지션을 제안하며 나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상했다. 그분은 나와 같은 근무지에 있는 매니저가 아닌, 본사에 계신 분인데 나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이런 말을 하는지 의심스러웠다. 나의 이런 마음을 읽었는지 매니저님은 천천히 이야기를 해 주셨다. 본인 역시 지점에서 시작해서 이 자리까지 왔다는 점. 그동안 여러 리포트를 통해 나의 성과를 지켜봤다는 점. 나의 이런 장점이 제안한 포지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 회사에서는 다양한 길이 있고, 이 지점에서만 끝내기에는 내가 너무 아깝다는 점. 등. 매니저님의 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오늘의 면담이 이런 식으로 흘러갈 것이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이기도 하고, 매니저님이 말한 길은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날부터 나는 매니저님이 내게 한 말을 곱씹어 생각하며, 이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이 되고 싶은 지 상상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날이 내가 처음으로 회사 내에서 꿈을 꾸기 시작한 날이다. 이렇듯 리더는 팀원의 성장을 도울 뿐 아니라, 비전을 심어 줄 수 있어야 한다. 한 번의 면담 만으로 회사에 대한 꿈이 생겼던 것처럼, 앞으로 팀원이 이 회사에서 어떤 존재가 되어 성장할 수 있을지, 혹은 회사 밖에서라도 어떤 커리어를 쌓아서 발전시킬 수 있을지 리더는 항상 고민해야 하며, 팀원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말 한마디만으로 팀원은 새로운 꿈을 꾸게 되고, 꿈을 향해 스스로 노력하게 한다는 것을 꼭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