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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 Oct 22. 2023

저 잘하고 있는 거 맞나요?

거의 대부분의 리더십 강의나 책에서 피드백의 중요성과 방법에 대해서는 꼭 포함되어 있지 때문에 피드백이 얼마나 중요한 지 모르는 리더는 아마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피드백을 자주 하는 리더나 잘하는 리더는 많지 않다. 

피드백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나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나도 업무 상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해야 할 경우가 많고, 특히 개선의 피드백을 해야 할 경우에는 조금 더 신중하게 말을 가려서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늘 어려워하는 부분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어렵다고 해서 절대로 미루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좋지 않다. 피드백은 결국 대화이며, 피드백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경력이 쌓였을 때,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나의 가장 큰 갈증은 아무도 내게 피드백을 주지 않는다는 거였다. 어느 정도 일에 대한 숙련도가 올라감에 따라 특별한 문제없이 맡은 일을 잘 수행해서 그럴 수 있겠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내가 하는 업무에 대해 타인의 시선으로 피드백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늘 있었다. 물론, 나의 성과를 관리하는 매니저와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피드백을 받는 시간은 있지만, 사실 그런 시간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해 적절한 피드백을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냥 한 해 동안 수고했다, 항상 적극적으로 일을 잘해 줘서 고맙다, 등의 이야기를 나누고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 것이 맞나? 이렇게 가는 게 맞나? 나는 뭘 잘하는 걸까? 하는 의심이 들고 오히려 더 혼란스러웠다. 돌이켜 보면 왜 그렇게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었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방황했던 것 같다. 그 당시 나는 늘 잘한다는 칭찬을 듣는데도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는 나를 자책했고, 스스로에게 계속 자신을 믿고 인정하라는 말을 되뇌곤 했다. 그때 한 명이라도 나를 관찰하고 내게 나의 강점과 개선할 점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을 해 주었다면, 방황의 시간을 조금 줄 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때의 경험을 통해 무턱대고 잘한다고 칭찬하는 것이 어쩌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칭찬을 하더라도 구체적인 사실과 성과를 바탕으로 하는 칭찬은 보람을 주지만, 이유를 생략한 칭찬은 공허하게 느껴질 뿐이다. 

칭찬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선할 점에 대한 피드백도 굉장히 중요하다. 예전에 연말 성과 리뷰로 매니저와 면담할 때의 일이다. 한 해 동안 내가 한 업무와 그에 따른 성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형식적인 대화가 이어졌고, 면담 마무리에 갑자기 매니저가 나의 에티튜드에 대한 말을 꺼냈다. 너무 빙빙 돌려 이야기해서 처음에는 정확히 요점을 파악하는데 오래 걸렸고, 서론을 너무 길게 이야기한 것에 비해 너무나 사소한 문제에 대한 개선 포인트여서 오히려 더욱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면담을 마무리하고 자리에 돌아와 보니, 그때부터 더 기분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기분이 안 좋았던 이유는 지적을 받아서가 아니었다. 그런 이야기를 미리 하지 않고 연말 성과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내가 한 해 동안 불량한 에티튜드로 모든 일을 처리했다고 느껴져 더욱더 속상했던 경험이 있다. 

이처럼 피드백의 내용에 따라 타이밍도 굉장히 중요하다. 바로 앞에 이야기했던 경험처럼 작은 문제의 경우, 굳이 시간을 미루지 않아도, 가벼운 미팅 만으로도 개선될 수 있었다. 물론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경중의 차이가 존재하기에 타이밍을 판단하는 게 어려울 수는 있다. 그렇다면, 오히려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을 자주 가지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우리가 대화를 자주 할수록 서로 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듯이 피드백 또한 자주 할수록 오해도 줄어들고 이해도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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