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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이 Oct 20. 2022

정화의 시간, 클렌징

일상의 뷰티 루틴으로 나를 챙기는 구체적 방법 2

무엇이든 관점이 바뀌면 새롭게 보이기 마련이다. 대표적으로 클렌징을 예로 들 수 있다. 한때는 클렌징이 너무 귀찮은 적이 있었다. 아무리 ‘스킨케어의 시작은 클렌징부터’라는 미용 상식을 알고 있어도 몸이 좀 피곤하고 잠이 쏟아지면 그냥 자고 싶은 욕구에 지고 말았다. ‘오늘 하루쯤 메이크업 안 지우고 잔다고 설마 피부가 썩지 않겠지’ 합리화하며 자 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던 내가 클렌징을 하루 일과 중 좋아하는 시간으로 바꿀 수 있었던 건, 관점의 변화 때문이었다. 클렌징을 단지 피부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 이상으로 하루 동안 내 심신에 쌓인 독소를 배출하는 시간으로 받아들인 것. 한 마디로, 클렌징은 오늘을 잘 마무리하기 위한 ‘정화의 의식’과 같다. 화장을 지우고 본연의 나로 돌아오는 시간이자 피부와 마음의 노폐물을 씻어내는 시간이요, 다음 단계에 바를 제품이 깊이 흡수될 수 있도록 비워내는 시간인 셈! 이렇게 클렌징에 의미를 붙이면, 즉 관점을 확장하면 비로소 클렌징은 필요를 넘어 가치 있는 즐거운 시간이 된다.


참고로 클렌징 제품을 고를 때 가장 유념해야 할 것은 산도! 우리 피부가 pH 5.5 정도의 약산성으로, 중성이나 알칼리성 클렌저를 사용하면 피부 장벽인 각질층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약산성 제품을 선택하고, 평소 메이크업의 정도가 짙을수록 오일이나 밤 제형을 사용하면 좋다. 무엇보다 ‘정화의 의식’을 위한 클렌징을 할 땐, 기분 좋은 향기도 제품이 지녀야 할 필수 조건이다. 


자, 그럼 시작해 보자. 세면대 앞에 서서 눈을 감고 잠시 호흡을 세 번 한다. 아무리 할 일이 켜켜이 쌓여 있어도 딱 5분만 나에게 집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공기가 코로 들어와서 폐를 풍선처럼 부풀리는 것을 느껴본다. 폐가 부풀어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척추도 바로 세워지는 듯 어깨가 올라간다. 그리고 2초 정도 의식적으로 숨을 멈추고 '후' 하면서 들이마셨던 숨을 입으로 불어낸다. 어깨부터 가라앉고 부풀었던 폐가 작아지며 배까지 홀쭉해지는 걸 관찰한다. 호흡을 하는 동안 몸에 일어나는 변화만 관찰할 뿐 그 어떤 생각도 하지 않았음을 알아차린다. 30초 동안 온전히 현재에 머무른 셈이다. 이 호흡만으로도 조금이나마 안정감을 회복할 것이다. 

클렌징 제품의 뚜껑을 열어 500원짜리 동전만큼 덜어낸 후, 다시 한번 코끝을 대고 숨을 들이마시며 향을 맡는다. 그리고 손가락에 적정량을 덜어 얼굴로 가져가 양볼, 이마, 콧날과 콧볼, 입가, 턱을 차례로 문지른다. 이때도 머릿속에 잡념 없이 피부에 닿는 제품 텍스처의 부드러운 촉감과 내 피부 표면의 감촉을 느끼고 코 끝에 전해지는 자연의 향에 집중해본다. 

그리고 적당히 따스한 온수로 씻어낸다. 비누 거품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보송보송한 살결만 남는 과정을 온전히 느껴본다. 이때 오늘 하루 내 머릿속을 지배하던 자책의 마음이나 후회, 누군가를 향한 미움과 원망의 마음이 있다면 함께 씻어낸다고 상상을 하자. 처음에는 감정을 흘려보내는 게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일종의 마음 '훈련'이어서 반복하다 보면 조금씩 더 잘 된다고 느낄 것이다. 언제 어느 때고, 불필요한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제 잊어버리자' 다짐하면, 실제로 없었던 일처럼 더 이상 생각을 안 하게 되는 내면의 힘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어렵더라도 감정을 흘려보내 보고, 쉽사리 내려놓을 수 없는 수준의 강한 감정 동요나 심적 고통이 남아 있다고 판단되면 꼭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피부 노폐물이 씻겨 내려가는 동안 내 내면의 상태를 면밀히 점검해본다. 

수 차례의 헹굼질을 통해 피부를 잔여물 없이 깨끗하게 세정했다면, 거울 앞에 서서 맑아진 내 모습과 표정을 바라본다. 나는 지금 충분히 편안한가? 자문해본다. 그리고 씩 미소를 지어보자. “오늘도 수고했어!”라는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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