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ay write slowly
공간을 열면서 사진과 글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분들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6명의 참가자가 업사이클 카메라로 한 달 동안 촬영한 사진을 전시하는 ‘함께하는 사진전〈6개의 시선〉’을 연 것도 두 달 동안 8편의 글을 작성하는 온라인 글쓰기 프로그램인 ‘okay write slowly’를 만들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2월부터 시작한 온라인 글쓰기 1기 마지막 글을 써야 하는 날이 왔다. 매주 목요일이 다가올 때마다 그 주의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이었는지 돌아보면서 글감을 길어 올리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아마 나뿐만이 아니라 함께한 12명의 일상이 그랬을 것이다.
일상이 단조롭고 평범해 보여서 쓸 이야기가 없을 것 같던 날에도 끙끙거리며 글을 썼다. 부족한 글솜씨를 한탄하며 겨우 문장을 완성하는 때도 자주 있었다. 글의 완성도도 글의 주제도 매번 달랐지만, 마감을 지키고 나면 그것과 관계없이 조금의 뿌듯함이 밀려왔다.
온라인 글쓰기를 열기 전 다른 이름의 온라인 글쓰기 모임에서 1년 동안 매주 글을 쓴 적이 있다. 매주 마감이 있었던 덕분에 글을 쓸 수 있었고 그때 썼던 글을 모으고 다듬어 지난해 독립출판도 할 수 있었다. 그때 참여했던 온라인 글쓰기 모임이 없어지면서 글을 쓰는 횟수도 자연히 줄었다.
각자의 일상을 보내며 글 쓰는 시간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쓰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아무리 소중하고 의미 있던 순간들도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고 마니 글을 통해 붙잡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온라인 글쓰기는 나에게 가장 필요해서 열게 된 것이다.
8주 동안 글을 쓰면서 어떤 날은 공간에서 있었던 일을 쓰고 어떤 날은 유독 마음을 힘들게 했던 일을 떠올리면서 내 감정을 차분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글로 쓰면서 나를 조금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었고 감정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지기도 했다. 다른 분들이 쓴 글을 읽는 시간도 내게는 조금 특별했다. 글을 쓰기 전보다 조금은 가까워진 기분이 들기도 했다.
여덟 번의 글쓰기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어떤 글을 쓸지, 이번 주 나의 마음이 어땠는지 들여다보는 시간이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니었을 거로 믿고 싶다. 일주일 중 하루만이라도 쓰는 시간을 만드는 것, 한 주간 글감을 고민하면서 나와 내 주변을 살피는 것,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으며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 힘에 부치는 때도 많겠지만 마음 근육과 쓰는 근육을 기르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쓰고 싶다.
“글이라는 건 이상해서 어떻게 덮거나 가려도 그 사람이 드러나기 마련이었다.
투명하게 쓰건 불투명하게 쓰건, 선명하거나 흐릿하게 그 사람을 알려 주었다.
- 김화진 『공룡의 이동 경로』”
(202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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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ay write slowly
느슨하지만 꾸준한 글쓰기를 위한 오케이 슬로울리 온라인 글쓰기입니다. 두 달간 8편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