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바라거나 기대하고 간 도서전이 아니었는데 국제도서전에서 처음 공개하는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4』를 구매하기 위해 수신지 작가님 부스를 찾았던 일이 씨앗이 되어 북토크로 연결되었다. 대전의 한 어린이 도서관에서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 북토크를 하게 되었는데, 조금 더 많은 독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작가님이 직접 DM으로 연락을 주신 것이다. 후일담을 말하자면 ‘오케이 슬로울리’로 사인을 받으면서 슬로‘우’리가 아닌 ‘울’ 임을 몇 번 반복한 것이 엄청난 각인 효과를 주었다고 하셨다.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방법은 진심을 다해 준비하는 것. 북토크를 준비하면서 작가님의 전 작품과 관련 인터뷰 기사를 찾아 읽고 터틀넥프레스에서 최근 출간한 장은교 작가의 『인터뷰하는 법』을 읽으며 사전 질문과 내가 꼽은 질문을 더해 질문지를 만들었다. 북토크 일주일 전 질문지를 보내고서도 부족한 마음이 들어 만화 편집자가 펴낸 에세이 『펀치』도 함께 읽었다. 『펀치』에서 읽은 ‘만화의 1권에는 가장 중요한 인물을 표지에 담는다’는 내용은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에서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이 누구일지 상상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웹툰과 출판 만화의 편집 차이에 대한 설명은 현장 질문을 한 독자에게 부연 설명을 할 때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전날 온라인으로 들은 임경선 작가의 책발전소 웨비나도 진행에 도움을 주었다.
북토크를 준비하면서 이번에는 만화 속 캐릭터로 쿠키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1편에서 아랑과 연두, 은이 나눠 가진 키링 중 4편의 주인공인 하은의 키링으로 쿠키틀을 제작했다. 쿠키 제작은 근처에 위치한 카페에 의뢰했는데 며칠 동안 테스트하면서 마지막까지 분투하여 만들어 주신 덕분에 말랑말랑 귀여운 쿠키를 선물할 수 있었다. (제작상 어려움으로 어쩌다 보니 눈썹이 하나가 된 것도 귀여움 포인트)
북토크가 있는 날은 시작 전까지 마음이 조금 떠 있는 채로 하루를 보내게 된다. 배치는 이렇게 하면 괜찮을까, 시야가 가려지는 부분은 없을까 등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내가 한 최선이 최선이 맞는지 자꾸만 묻게 된다. (북토크 당일 꿈을 꾸는 일이 많은데 이날은 자동차 조수석에 내가 타 있고, 역방향에서 달려오는 차와 충돌해 접촉 사고가 나는 꿈을 두 번이나 연달아 꾸었다.)
이렇게 북토크 직전까지 여러 갈래로 뻗어가는 걱정은 북토크가 시작되는 순간 흩어지고 작가님의 표정과 목소리, 앞에 앉아 계신 독자들의 눈빛만 또렷해진다. 이 과정을 매번 경험하면서도 걱정은 놓을 수 없고.... 사실 걱정하기 때문에 잘 해낼 수 있다고 믿는 구석도 있다.
여름밤 북토크는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들고 소개하는, 창작자이자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며 지내는 일의 즐거움과 어려움을 솔직하게 얘기해 주신 작가님과 빠짐없이 모두 참석해 다정한 눈빛으로 함께해 주신 분들 덕분에 잘 치를 수 있었다.
북토크에서 나눈 여러 대화가 기억에 남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그동안 닿고 싶었지만 멀게만 느껴졌던 어린이 독자들과 연결되어 기쁘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이야기를 독자를 의식하지 않고 묵묵히 해 나가다 보면 닿는 순간이 온다는 것, 공간을 운영하고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내게도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히 따라올 거라는 믿음을 갖는 것 말이다.
수신지 작가의 북토크 마지막 질문은 어린이 독자의 질문이었다.
“작가님은 독자들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시간이 흘러도 유명세가 달라져도 담담하게 계속 작업하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는 말처럼, 나 역시 묵묵히 오래오래 무언가를 하는 사람으로 남아 있고 싶다.
*이날 북토크에는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세 번 이상 읽은 11살 어린이 독자와 방학 때마다 공간을 찾아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구매한 12살 어린이 독자도 함께 했다. (마지막 질문은 11살 어린이 독자의 질문이었고, 반장 선거에서 아랑을 소개하면서 반장이 되었는데 책을 궁금해하는 친구들에게 오케이 슬로울리를 알려 주었다는 12살 어린이 독자의 귀여운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 글의 마지막 문장을 쓰는 순간, 수신지 작가님이 도서관 북토크를 마치고 다시 공간을 찾아 주셨다.
(202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