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디자인과 함께 브랜드 전시를 진행하면서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Kappy Morning 티셔츠와 필름로그 업사이클 카메라가 함께하는 출사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기획 내용을 듣고 캐피디자인에서도 출사에 함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 주셔서 브랜드와 직접 만나는 시간과 전문 포토그래퍼의 컨텐츠 촬영이 있는 프로그램으로 확장될 수 있었다. 전시 초반에 진행하기로 한 출사는 장마로 한 차례 미뤄지면서 전시 종료를 며칠 앞둔 7월 마지막 주 일요일 아침에 진행됐다.
출사를 준비하면서 출사 스폿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브랜드 컨텐츠 촬영이 함께하다 보니 브랜드와 어울리는 분위기였으면 했고 함께하는 분들에게도 재밌는 촬영 스폿이 많은 곳이었으면 싶었다. 출사가 확정된 후 공간 주변을 위성뷰로 보다가 대학교 안에 있는 농구코트와 노천극장을 발견했다. 공간을 오픈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몰랐던 장소이니 재학생이 아니면 모를 장소였다.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에 다음 날 공간 옆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농구코트가 있는 곳을 찾았다. 충남대학교로 연결되는 짧은 다리를 건넌 후 약간의 숲길을 오르니 위성뷰로 보았던 농구 코트가 펼쳐졌다. 낡은 농구대와 누군가 심판을 보기 위해 놓았을 대학교 책상과 의자가 매력을 더해 주었다. 처음 들어섰던 길의 반대편에 있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야외 노천극장으로 이어지고 노천극장을 한 바퀴 돌고 난 후 다른 방향의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서점으로 가는 길이 나와 짧지만 다양한 촬영 스폿을 만날 수 있는 한여름 출사로 맞춤한 장소였다.
출사가 있는 일요일 아침, 미리 공간을 열고 테이블을 추가로 세팅한 후 핸드드립 커피와 물을 준비해 두고 사람들이 모이기 전 출사 장소를 다시 찾았다. 전날 비가 내려 혹시 비로 인해 유실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는데, 의자와 책상이 흐트러져 있는 것 말고는 괜찮아서 의자와 책상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돌아와 사람들을 맞이했다.
나를 포함해 7명의 사람들이 같은 티셔츠를 입고 나란히 걸으며 사진을 찍다 보니 몸이 조금 동동 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오랜만에 하는 출사이기도 하고 일이 아닌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처럼 느껴져 평소에는 몇 주에 걸쳐 찍던 필름 한 롤을 순식간에 다 찍었다. 사진을 찍고 돌아와 송골송골하게 맺힌 땀을 식히며 미리 준비해 둔 커피와 샌드위치, 과일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기분 좋은 헤어짐을 맞았다.
한 주에 북토크와 출사가 연이어 있어 해야 할 일도 챙길 것도 많은 일주일이었다. 북토크와 출사라는 두 개의 중요한 행사를 마무리하고 나니 7월을 잘 보낸 기분이 든다. 8월에는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까. 좋았던 마음, 아쉬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다음으로 간다. 지난 한 달을 잘 흘려보낸 것처럼 8월도 유유히 흘러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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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를 마지막으로 캐피디자인 전시는 끝났지만 공간에서 꾸준히 브랜드를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 새 계절이 시작되면 좋아하는 브랜드의 셔츠를 원 없이 소개할 수 있겠다.
(202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