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초대권이 생겼다. 매년 궁금해하면서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를 빌려 도서전 마지막 날 코엑스를 찾았다. 아침 7시 버스를 타고 대전에서 출발해 코엑스에 도착하니 9시 15분, 비교적 여유 있게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1층 사전예매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것을 보고 도서전의 인기를 실감했다.
초대권은 수령처가 달라 3층에서 초대권 QR코드를 보여주고 입장 팔찌를 받은 후 10시 입장 대기줄에 섰다. 10시가 되어 입장이 시작되자마자 모두들 어디론가 달려갔다. 바삐 뛰어가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대형 출판사 부스가 있는 홀을 지나 작은 출판사와 독립출판 창작자가 모여 있는 책마을 홀을 찾았다.
인연이 있는 출판사와 관심 있는 출판사 부스, 공간에 입고된 독립출판 작가님이 있는 부스 위주로 찾아 안부를 나누고, 이어서 다른 부스를 돌아보고 나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손에는 에코백이 하나 더 생겼고 메고 간 백팩과 에코백을 더해 가방 세 개가 책으로 가득해졌다.
대형 출판사부터 오디오북 플랫폼 등 많은 부스가 있었지만, 도서전에서 가장 오래 머문 자리는 <내가 살던 동네서점, 내가 읽던 동네산책>이 크게 쓰여 있는 흰 벽 앞이었다. 흰 벽에 붙은 ‘나의 동네서점을 자랑합니다’가 쓰인 손바닥만 한 흰 종이에는 도서전을 찾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동네서점과 그 이유가 담겨 있었다. SNS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면서 ‘여기에 내 공간이 쓰여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는데 전날 도서전을 찾은 단골손님 성현 님이 ‘오케이 슬로울리’를 써 주셨고, 다음 날 내가 그 흔적을 찾았다. 성현 님이 남겨주신 글과 다른 사람들의 서점 소개글까지 천천히 읽고 나서 나도 아끼는 공간을 적어 오케이 슬로울리 옆에 나란히 붙였다.
어린 시절 동네서점에서 보낸 기억들이 책을 좋아하는 어른이 되게 해 주었다. 책을 읽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든다고 하고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더 많다고도 하고 책이 무얼 바꿀 수 있겠냐는 자조 섞인 말을 듣기도 하지만 책이 있기 때문에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아주 조금은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주는 거라고 믿는다. 오늘의 나보다 내일의 내가 더 좋을 거라는 작은 기대 혹은 책이 주는 순수한 기쁨이 자꾸만 책 곁을 맴돌게 한다.
흰 벽에 붙인 마음들은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동네서점에서 받은 좋은 기억을 나누고 싶은 마음, 좋아하는 공간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 한편에는 종이에 쓴 글을 읽으며 누군가도 위로와 기쁨을 얻길 바라는 마음이 함께 담겨 있다.
책과 사람, 서점의 밝은 면면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 책이 많이 팔리지 않아도 읽는 사람이 점점 사라져 간다고 해도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그것을 소개하는 사람들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도서전 에피소드 1.
강아솔 작가의 음악을 여섯 명의 작가가 산문으로 펴낸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있는 곳으로』는 지난겨울 공간에서 자주 소개한 책이었다. 영상과 피드뿐만 아니라 영수증 문장으로 한 달 동안 소개할 만큼 아끼는 책이어서 픽션들 부스를 찾아 인사드리니, 출판사 대표님이 “인스타그램에서 얘기 나눈 게 저예요!” 하시며 반겨 주셨다. 자주 소개해 주어 고맙다는 말과 함께 김현 시인과 만든 문학 굿즈인 밤 비스코티와 11월 출간을 앞두고 만든 미니 송북, 장우철 작가의 사진 포스터 등을 챙겨 주셨다. 받기만 하는 것이 죄송해 안미옥 시인의 문학 굿즈인 원목 액자도 사고 백팩에 넣어 둔 비상 디저트를 주섬주섬 꺼내어 드리고 돌아왔는데, 대화를 나눈 출판사 대표님이 가수 이아립 님이었다는 걸 터미널에 가는 지하철에서 깨달았다. 공간에서 매일 듣는 데다 콘서트 영상을 플레이해 듣기도 하는데 못 알아보다니…….
도서전 에피소드 2.
도서전에 가서 꼭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도서전에서 처음 공개하는 수신지 작가의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4』 도서전 특별 에디션을 구매하는 것이었다. 어린이도 좋아해 같은 책을 두 권 구매해 하나는 어린이 이름으로, 하나는 오케이 슬로울리로 사인을 받아 돌아왔는데, 며칠 뒤 수신지 작가님에게서 DM이 왔다. 도서관 강연으로 대전에 가게 되었는데 행사가 있는 전날 혹은 당일에 오케이 슬로울리에서 북토크를 하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세상에….
(202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