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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제비 - 아홉 번째 소식

얼음 꺼내먹는 아이들/커피 드립백/비없는 먹구름/ONE OK ROCK

by 릴리리

[오늘의 스토리]

요즘 우리 아이들(만4세)은 냉장고에서 스스로 얼음을 꺼내 먹는다. “엄마 목 말라”하고 나에게 오면 “응 물 떠다 마셔. 컵 저기 있다“하고 대답한다. 그러면 띵- 하는 정수기 출수음이 들리기 전에 냉장고 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달그락 달그락. 얼음통에 담긴 얼음을 아이스 스쿱으로 퍼다 컵에 조심스레 넣는다. 띵- 쪼르르륵. 빠지직 뽀각 타닥. 물이 닿으면서 얼음이 녹는 소리는 제법 크고 다이내믹하다. 아이들이 직접 얼음을 꺼내 먹는 걸 보면 정말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든다. 역류방지쿠션이라는 물건에 누워 손발을 허우적대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그뿐만 아니다. 기분이 좋지 않거나 아프다고 하면 다가와서 가짜 주사도 놔주고 가짜 물수건도 올려주고 밴드도 붙여주고 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엄마 사랑해”하고 애교도 부린다. 훌쩍 컸다고 아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되지만, 자주 그것을 잊어버린다. 자꾸만 어른만큼의 빠릿함과 민첩함을 요구한다. 그러다 화를 내고서는 곧 후회하지만(근데 아침 저녁마다 밥 얼른 먹어라, 양치하자, 세수하자, 이 말을 반복하는 건 정말 너무 힘들다).

팍팍하고 의미없는 세상에 내가 남길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아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나의 유산이 쑥쑥 자라나는 걸 보면서, 오늘은 화내지 말고 너그럽게 대해야지 또 다시 다짐해 본다. 매일 하는 다짐이다.

언젠간 손이 닿지 않는 저멀리로 떠나겠지

[오늘의 물건]

커피 드립백은 참 편리한 물건이다. 어디서든 뜨거운 물만 있으면 원두커피를 즐길 수 있다. 비슷한 물건으로 티백 커피도 있지만 지금까지 맛있는 커피 티백은 본 적이 없으므로 논외로 한다(맛있는 커피 티백을 아시는 분은 제보 주세요).

테라로사 드립백도, 칼디 드립백도 선물로 받은 것. 테라로사 드립백은 역시 커피로 유명한 브랜드답게 맛이 좋았다. 원두별로 특징이 꽤 선명하게 잡혀 있어서 세트로 선물하기 좋을듯. 칼디의 커피 드립백은 처음 먹어봤는데 꽤 맛있어서 일본 여행 쇼핑 리스트에 넣어놔야겠다.


[오늘의 풍경]

올해 억수같은 비로 피해를 본 지역도 사람들도 많지만 강릉만은 예외였다. 호우주의보가 내릴 때도 강릉에는 비가 밤에 좀 내리다 그치는 정도였고, 서울에 비가 퍼붓는다고 난리였을 때도 강릉은 해가 쨍쨍했다. 혼자 쌍둥이 아이를 등하원 시키는 입장에서는 비가 오지 않는 편이 좋지만, 올해는 그 정도가 심각해서 물 부족으로 시 차원에서 절수 조치가 내려졌다. 어젯밤에도 산림청에서 온 안전안내문자엔 ‘많은 비가 예보되어‘ 있다고 적혀 있었지만, 강릉엔 아침에 찔끔 오고 말았다. 비가 많이 온 동네엔 그만 오고, 비가 너무 안 오는 강릉에는 비가 좀 많이 왔으면 좋겠다.


[오늘의 음악]

The Beginning - ONE OK ROCK

꿉꿉한 날씨엔 시원한 록 음악을 들어줘야 한다는 무슨무슨 법이 있다(나만의 법입니다). 그리하여 오랜만에 듣는 원 오크 락. 보컬리스트인 타카는 쟈니즈 사무소 출신으로, NEWS의 데뷔 멤버였다가 활동 직전에 탈퇴했는데 그의 행보나 그후 쟈니즈가 해체된 경위를 보면 록커로서의 길을 걷기를 아주 잘한 것 같다. 부모님이 일본의 유명한 가수(모리 신이치와 모리 마사코)로, ‘보컬수저’를 타고 났다.

개인적으로는 펜타포트에서 라이브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때는 크게 관심 없었으나 공연을 보고 관심이 생겨 열심히 듣게 됐다. 언젠가 록 페스티벌에서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The Beginning’이 수록된 앨범 <Jinsei x Boku> 앨범 커버아트(2012, A-Sketch Inc.)

발행의 변(辨)

: 좋은 소식을 가져온다는 제비처럼 소소한 일상 소식을 나르는 매거진. 종종 하잘것없지만 복잡한 세상 속에서 피식 웃을 수 있는 모먼트를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월-금 주 5회 발행. 공휴일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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