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의 계절/펜/강릉역 표지판/Miles Davis-Move
[오늘의 스토리]
재즈와 좀 친해져볼까 싶어 김민주 작가의 <재즈의 계절>을 읽었다.
음악애호가의 종착역은 결국 재즈라는 말이 있다. 재즈는 내게 어려운 음악이었다. 항상 ‘한번 들어볼까’하고 유명한 앨범을 골라 틀고 나면 그저 물 흐르듯 배경음악으로 흘려버리곤 했다. 열심히 집중해서 들어보려고 해도 그게 도무지 안됐다.
흔히 재즈의 매력은 즉흥성에 있다고 한다. 같은 곡이라도 연주할 때마다 다른 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연주자들에게는 정말 매력적인 음악이다. 서로의 눈빛과 공기의 흐름만으로 즉흥적으로 합을 맞출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쾌감일 것 같다(나는 경험해본 적 없지만).
음악 청취자로서 라이브를 위해 새롭게 편곡한 음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라이브에서도 음원 그대로를 듣고 싶다. 자주 내한하지 않는 뮤지션이 ‘한국 관객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했어요’라면서 새로운 버전을 보여주면 ‘그냥 있는 그대로 들려달라고! 나는 원곡이 좋아서 왔다고!’라고 내적 비명을 지른다. 같은 공연을 서너 번 정도는 봐야 ‘아 이제 다른 버전도 들어보고 싶은걸’하는 마음이 든다.
그래서 아직 재즈가 어려운가 보다. 빌 에반스, 마일스 데이비스, 쳇 베이커, 팻 메스니. 모두 음악보다는 이름만 익숙한 뮤지션들이다.
저자인 김민주 작가는 재즈를 사랑하는 시나리오 작가다. 재즈와 관련된 영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향수나 미쉐린 스타 셰프, 사진집 이야기나 인터뷰도 나온다. 특히 <화양연화>는 개인적으로 꼽는 ’인생영화‘라서 재미있게 읽었다.
책을 읽고 나서 재즈클럽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쉽지 않겠지만, 5년 이내에 재즈클럽을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싶다.
(*2025년 8월 독서모임 ‘북모닝’에 투고한 글)
[오늘의 물건]
펜을 좋아한다. 거창한 브랜드는 잘 모른다. 아빠는 만년필이나 문구류를 좋아하셔서 가끔 가죽케이스에 든 만년필이나 반짝이는 펜을 선물로 주셨지만 쓰기도 불편하고 무거운 펜을 잘 쓰는 일은 없었다.
가방 안에는 항상 가벼운 펜이 하나 들어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기록하는 요즘 펜을 쓸 일은 거의 없지만 검사를 기다리는 병원 응급실이라던가, 비행기 안이라던가, 지루한 기다림을 견뎌야 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계약서를 쓸 때도 펜은 꼭 필요하다. 단돈 몇만 원이라도, 펜이 없으면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가방 안에는 항상 펜을 넣어 가지고 다닌다. 오늘 가방 안에 들어있던 펜은 다이소에서 산 마이멜로디 펜이었다.
[오늘의 풍경]
토요일 새벽,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KTX를 타고 강릉역에서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올리며 내렸더니 강릉역 표지판 옆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는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있었다. 가족여행인지 엄마와 아빠와 함께였고, 엄마가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철도덕후’ 뭐 그런걸까. 해양생물을 좋아하는 우리 아들(4세)은 언제까지 바다동물을 좋아할까 문득 궁금해졌다.
[오늘의 음악]
Move - Miles Davis
재즈 책을 읽었으므로 재즈 음악을 선곡해봤다. <Birth of the Cool>, ‘쿨의 탄생‘이라는 제목의 이 앨범은 비밥이 일색이었던 재즈계에 ‘쿨재즈’라는 걸 선보인 독창적인 앨범이라고 한다. 뭐가 쿨이고 뭐가 비밥인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듣는다. 이 곡은 앨범의 첫 곡으로, 제법 편하게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