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살인 클럽/구두/Vampire Weekend-Capricorn
[오늘의 스토리]
넷플릭스 영화 <목요일 살인 클럽>을 보았다. 매주 목요일마다 미제 살인 사건을 해결해보며 무료한 일상을 달래는 고급 실버타운의 은퇴자 4명이 주요 등장인물로, 그들 앞에 진짜 살인사건이 일어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범인들이 간단한 추궁에도 저지른 죄를 술술 불어버리는 ‘명탐정 코난’식 해결방식을 따르고 있어 다소 맥빠지긴 하지만 가볍게 볼 수 있는 추리소설 같은 영화다. 무엇보다 초고령화 사회를 앞둔 지금 주인공이 다들 70대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주인공이 남편과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며 ‘앞으로 1년 더 살아보자’고 했던 씬.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정말 멋진 대사였다. 1년이 쌓이고 쌓여 인생이 되고, 하루가 쌓여 그 1년을 만드는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도 하루를 살아낸다.
[오늘의 물건]
구두를 잘 신지 않는다. 신발장의 대부분은 스니커즈와 닥터마틴이다. 닥터마틴도 구두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구두’란 ‘여성화’를 말한다. 가끔 프로그램 진행을 할 때나 행사 때, 격식을 어느 정도 갖춰야 하는 자리에는 구두를 신고 가는데 오늘은 너무 오래된 구두를 신었는지 구두 안쪽이 다 까져 버렸다. 구두가 가수분해되는 건 처음 봐서 조금 신기했다(아마 합성피혁이었나 보다). 집에 와서 구두를 버리는 김에 신발장을 열어 오래된 구두를 꺼내봤다. 너무 낡아서 신을 수 없는 것들을 모아 봉투 안에 넣었다. 구두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몽글몽글 떠올라 조금 감성적이 됐다. 그래도 이 구두들은 어느 여행길에 찍은 사진 속에 남아 있으니까 미련없이 보내주려고 한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구두들은 하나같이 디자인이 다 비슷해서 마음에 드는 구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쇼핑하기엔 더 편리해졌는데 개성은 사라진 것 같아 슬프다.
[오늘의 음악]
Capricorn - Vampire Weekend
카프리팬츠를 입고 이 곡을 들으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카프리팬츠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쉬운대로 버뮤다팬츠를 입었다.
이 곡이 수록된 <Only God Was Above Us>는 한때 재기발랄했던 뱀파이어 위켄드의 성숙미가 돋보이는 앨범이다. 함께 나이를 먹어서인지 이 앨범이 제일 좋다. <롤링 스톤>지는 ‘가혹한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아름다운 음반’이라고 평했는데, 정말로 이 앨범을 잘 표현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발행의 변(辨)
: 좋은 소식을 가져온다는 제비처럼 소소한 일상 소식을 나르는 매거진. 종종 하잘것없지만 복잡한 세상 속에서 피식 웃을 수 있는 모먼트를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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