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당근을 못 씻네/빨간 구두/suede-By the Sea
[오늘의 스토리]
이번 주는 당근라페를 만들겠다고 일요일에 흙당근 한 봉지를 샀는데, 목요일인 지금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흙당근을 씻으려면 물이 많이 필요한데 단수가 계속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첫 날엔 아침 저녁으로 3-4시간씩 나왔던 물이 이제는 1시간 남짓밖에 나오지 않는다. 깨끗한 물이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오늘의 풍경]
출근하며 빨간 구두를 신었다. 스웨이드 소재로 따뜻한 느낌의 메리제인 슈즈다. 옷은 브라운 컬러의 체크무늬 원피스를 입었다. 여름은 더워서 멋을 부리기엔 좋지 않은 계절이라,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설렌다. 몇 달 동안 옷걸이에 걸어두었던 재킷에 지저분한 때는 없는지, 접어두었던 니트에서 쿰쿰한 냄새가 나지는 않는지 살펴본다. 셔츠와 재킷을 레이어드하고 스커트와 바지를 겹쳐 입는다. 더워서 못했던 스타일링을 할 생각에 신난다.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에 다닐 땐 ‘오늘은 뭐 입지’ 고민하는 게 즐거웠다. 오랜만에 그 기분을 느낀다.
설레는 가을이다.
[오늘의 음악]
스웨이드가 새 앨범을 냈다. 열 번째 정규앨범이다. 이른바 ‘브릿팝 4대장’ 중에서는 강경 스웨이드파인데, 그래서 재결합하고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에 왔을 때는 너무 기뻤었다. 비가 오다 그쳤다 다시 비가 와 담배 냄새 나는 비옷을 주워 입고 마이크를 빙빙 돌리는 브렛 앤더슨의 쇼맨십과 건재한 라이브 실력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추억 얘기는 이쯤 해두고 이번 앨범은 두어 번 들어봤비만 특별히 귀에 들어오진 않아서 자꾸만 <독 맨 스타>와 <커밍 업>을 찾게 된다.
오늘의 선곡은 결혼식 신부 입장곡으로 썼던 ‘The Wild Ones'로 해볼까 싶었으나, 다른 글에서 많이 다뤘으니 신부 입장곡 후보곡 중 하나였던 ‘By the Sea'를 선곡해봤다. 이별하는 연인을 붙잡고 싶어하는 ’The Wild Ones‘의 가사보다는 도시를 떠나 사랑하는 사람과 바닷가 작은 집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이 곡이 결혼식에는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이 글을 쓰다보니 부산 록페스티벌에 가고 싶어졌다. 큰일이다.
발행의 변(辨)
: 좋은 소식을 가져온다는 제비처럼 소소한 일상 소식을 나르는 매거진. 종종 하잘것없지만 복잡한 세상 속에서 피식 웃을 수 있는 모먼트를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월-금 주 5회 발행. 공휴일은 쉬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