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올부대찌개/리틀다이너와 에드워드 호퍼/Alvvays
소소한 제비 스물두 번째 소식
[오늘의 스토리]
부대찌개를 처음 먹은 것은 대학생이 되어서였다. 우리 학교 앞에는 ‘통일부대찌개’라는 식당이 있었는데, 특히 우리 과 사람들이 많이 가서 선배 따라 가다가 자연스럽게 가게 됐다. 햄을 넣어먹는 찌개라는 것이 생소했는데 먹어보니 적당히 얼큰하고 맛있어서 주 1회는 가는 단골집이 되었다. 결혼하고 나서는 논현동의 ‘이모가 있는 집’을 자주 갔다. 아주 진하고 걸쭉한 송탄식 부대찌개로 소주와 함께 먹으면 그만이었다. 해외여행이라도 다녀온 다음 날이면 꼭 이곳을 찾았다.
강릉으로 이사온 지금은 교동택지에 위치한 ‘솔올부대찌개’를 종종 찾는다. 의정부식의 맑은 느낌인데, 또 적당한 감칠맛에 콩나물이 밸런스 좋게 개운함을 선사해 아주 맛있다. 주 1회까지는 가지 않지만, 잊을 만하면 생각나는 우리 부부의 맛집이다. 특별하지 않지만 자꾸만 젓가락이 가는 반찬도 매력이다. 분홍소시지부침, 대파를 듬뿍 다져넣은 달걀말이, 어묵볶음, 콩나물만으로도 밥 한 그릇은 뚝딱 먹을 수 있다.
이 가게 사장님은 허리가 많이 굽은 할머니신데, 갈 때마다 아직 잘 계신가 걱정하며 찾게 된다. 부디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장사해 주셨으면 좋겠다.
[오늘의 풍경]
강릉에서 좋아하는 양식집이 있다. 리틀다이너라는 곳으로,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유명 맛집이다. 레드와 화이트에 블루와 그레이가 적절히 섞인 인테리어가 미국의 고속도로변에 위치한 다이너를 연상시킨다. 맛도 진해서 기름진 음식이 당길 때 찾기 좋다.
여기 올 때마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Automat’이 생각난다. 이 그림 속 식당은 번잡한 뉴욕 시내에 위치해 있고, 인테리어도 무엇 하나 비슷한 점이 없다. 굳이 닮은 점을 찾자면 테이블이 둥근 것?
근데도 이상하게 여기 오면 그 그림이 생각난다. 여자의 뒤로 보이는 까만 유리창 바깥의 세상이 황량한 평야 위 도로라고 상상했었기 때문이었을까? 사실 이 식당의 배경이 된 곳이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조금 실망했다(상상과 다르기 때문이었다). 여자의 차림새는 장시간 외로운 도로를 달리다 왔다기 보다는 어떤 사교 모임이나 업무를 본 뒤의 정돈된 모양새라 사실 도심 속 식당으로 보는 것이 더 맞긴 할 것이다. 근데 어린 나는 이 미국 화가가 그린 그림에서 ’미국‘ 하면 떠오르는 광활한 대지와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를 상상했었다. 그래서 지금도 이 그림은 내게 그런 이미지다. 도시든 시골이든, 사람이 있는 곳은 어디든 쓸쓸하니까.
아무튼 리틀다이너의 치킨와플샌드위치와 팬케이크버거와 통베이컨 크림파스타와 누텔라셰이크는 참 맛있었다. 먹고 나서 더 열심히 러닝을 뛰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의 음악]
Dreams Tonite - Alvvays
매일 음악을 듣는다. 차 안에서도 듣고, 혼자 커피를 내릴 때도 듣고, 집안일을 하면서도 듣고, 운동을 하면서도 듣는다. 일이 바쁜 날은 차 안에서 듣는 게 전부일 때도 있지만 그래도 매일 듣는다. 나이가 들면 들었던 음악만 듣게 된다는데, 나는 음악에 쌓인 추억이 새로운 기억으로 덮어씌워지는 게 싫어서 새로운 음악을 즐겨 듣는다. 좋아하는 음악을 연속으로 몇백 번 정도 들으면 좀 지겨워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면 다음의 새로운 음악으로 넘어간다. 그러다 꽂히는 걸 발견하면 또 계속 듣는다. 나이테처럼 그 음악들에 내 추억이 새겨진다.
요즘은 새로운 꽂히는 음악을 좀처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애플뮤직 보관함에 저장된 노래 중에서 골라봤다. 캐나다 팝 밴드 올웨이즈의 ‘Dreams Tonite’. 제목처럼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맑은 분위기의 곡이다.
발행의 변(辨)
: 좋은 소식을 가져온다는 제비처럼 소소한 일상 소식을 나르는 매거진. 종종 하잘것없지만 복잡한 세상 속에서 피식 웃을 수 있는 모먼트를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월-금 주 5회 발행. 공휴일은 쉬어갑니다.
이번 회차부터는 글 제목을 달려고 합니다. 매번 똑같이 ‘OO번째 소식’이라고 다는 것도 지루해서요.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립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