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햄버거입니까, 피자입니까?

전쟁과 음악/데코덴 폰케이스/Kirinji-Pizza Vs …

by 릴리리

소소한 제비 스물세 번째 소식


[오늘의 스토리]

요즘은 존 마우체리의 <전쟁과 음악>을 읽고 있다. ‘클래식 음악 플레이리스트는 왜 20세기 초에 멈춰 있을까’라는 문구에 끌려 읽기 시작했다. 잡식성 음악 청취자로서 종종 클래식 음악도 듣는데, 생각해보면 정말 ‘클래식 신곡’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유명한 교향악단이나 연주자나 지휘자의 ‘기존 클래식 음악 연주’ 신곡만이 올라올 뿐이다. 아직 몇 페이지 읽지 못해 답을 찾지 못했는데, 이번 달 중으로는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초반부 몇 장을 읽어본 바로는 음악이 정치와 떼놓을 수 없는 관계라는 것. 창작자의 의도는 아니었어도, 정치적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었다.

갑자기 머리가 아파져서 오늘 육퇴 후엔 <이혼숙려캠프>나 봐야겠다.


[오늘의 물건]

폰케이스를 좋아한다. 휴대폰 하나당 약 스무 개의 케이스를 사서 쓰는 것 같다. 그중에는 투명 케이스를 사서 직접 꾸미는 것도 다수 있다. 스티커와 마스킹테이프만으로 꾸미기도 하고, 생크림본드와 알록달록 모양도 색깔도 다양한 파츠로 꾸미기도 한다. 생크림본드와 파츠로 꾸미는 걸 ‘데코덴’이라고 부르는데, 일본에서 유래된 문화로 ‘전화기(뎅와)‘를 ’꾸민다(데코)‘는 뜻이다. 화려하고 예쁘고 귀여운 걸 좋아하는 내게 제격인 취미다.

문제는 이걸 만들어봤자 예쁜 쓰레기가 되고 마는 것인데(폰케이스를 매일 바꿀 것도 아니고) 지인들은 플리마켓이라도 해보라고 했지만 휴대폰 기종은 너무나도 다양해 모든 니즈를 채울 수 없는 노릇이고, 그냥 원하는 지인에게 소소하게 선물로 만들어주고 있다. 올해는 벌써 다섯 개 정도 만들어줘서 참 뿌듯하다. 하면 할수록 실력은 늘어서, 보통은 내 것이 제일 안 예쁘다. 그래도 예쁜 걸 나눠줄 수 있어 기분이 좋다.

가장 최근에 만들었던 폰케이스는 여름 분위기 물씬나는 하늘색 폰케이스였는데, 계절이 바뀌니 이번엔 가을 느낌으로 하나 또 만들고 싶다.

나의 폰케이스들과 가장 최근에 만든 데코덴 케이스. 지인들에게 만들어준 것이라 더 이상 남아있지는 않다

[오늘의 음악]

Pizza Vs Hamburger - Kirinji

이 곡은 정말 재미있다. ’오늘에야말로 흑백을 가려보자‘고 피자와 햄버거를 놓고 저울질한다. 피자냐, 햄버거냐. 마치 짜장과 짬뽕을 고민하는 것처럼 피자와 햄버거도 오랜 친구이자 숙적(?)같은 관계다. 개인적으로는 그 날 기분에 따라 먹고 싶은 게 달라져서 어느 한쪽만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짜장과 짬뽕도 마찬가지다. 얼큰한 거 당길 때가 있고 달콤한 게 당길 때고 있고 그런 거지, 뭐. 그래서 나는 ’평생 한 가지 음식만 먹는다면 뭘 고르겠냐‘는 식의 의미없는 퀴즈 게임을 싫어한다. 하나만 고를 수는 없다.

이 노래는 피자와 햄버거 중에 고민하는 것 같은데, 사실 가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답은 정해져 있다. ’나는 피자’라고 확신의 피자파임을 천명하고 있다. 호리고메 타카키는 엄청난 ‘답정너’였던 것이다.

문득 그는 피자 중에 어떤 피자를 좋아할까 궁금하다. 피자와 햄버거를 놓고 저울질하는 걸 보면 정통 이탈리안 피자를 추구하지는 않을 것 같고, 미국식 피자를 좋아할 것 같은데 치즈피자를 좋아할까, 페퍼로니를 좋아할까? 혹시 하와이안 피자는 아니겠지?

키린지의 <Cherish> 앨범 커버아트(2019 UNIVERSAL MUSIC LLC)

발행의 변(辨)

: 좋은 소식을 가져온다는 제비처럼 소소한 일상 소식을 나르는 매거진. 종종 하잘것없지만 복잡한 세상 속에서 피식 웃을 수 있는 모먼트를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월-금 주 5회 발행. 공휴일은 쉬어갑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