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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낙은 무엇인가요

삶의 낙/얼음과 아이스 커피/Goth Babe-Velvet Sheets

by 릴리리

소소한 제비 스물네 번째 소식


[오늘의 스토리]

아이들 간식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밥을 먹지 않으면 간식은 없다, 간식은 어린이집이나 학원 가는 길에, 등등 나름의 규칙을 세워 주고 있지만 아침에 양치질을 하고 어린이집 버스를 타며 또 마이쮸를 바로 까먹는 행위는 치아 건강을 위해 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오래 전부터) 들었다. 최근엔 버스를 타기 전에 마이쮸를 잘 찾지 않아서 챙겨 나가지 않았더니, 어제는 마이쮸가 먹고 싶다며 울었다. 하원길에 준다고 겨우 달래서 보내고 하원길에 챙겨서 주었다. 달콤하고 쫄깃한 이 식감은 어른도 좋아하는 맛이지만, 찐득하게 어금니에 달라붙는 당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치과의사만 좋아할 것 같아 어떻게 하면 마이쮸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궁리해 보았다.

묘수는 떠오르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이쮸를 까먹느라 인사를 않고 있는 아이들을 채근해 어른에게 인사를 시키며 ”애들이 마이쮸에 정신이 팔렸네요“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아유, 그게 낙이지요“였다.

아아, 삶의 낙. 아침 일찍 일어나 등원 준비하느라 피곤하고 그냥 계속 집에서 엄마랑 놀고 싶고 귀찮고 힘들지만 그래도 입안에 들어오는 달콤을 위안 삼아 이 모든 걸 견뎌내는 요즘의 아이들. 나는 그들에게서 삶의 낙을 하나 뺏으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 내 삶의 낙은 무엇인가? 운전을 하거나 혼자 부엌일을 할 때 좋아하는 노래를 목이 터져라 따라부르는 일? 육퇴하고 마시는 술 한 잔? 러닝할 때 보는 아이돌 영상? 쇼핑하기? 정확히 무어라 콕 집어 말할 수가 없다.

삶의 낙이란 무엇일까 궁금하다. 여러분의 삶의 낙은 무엇인가요?

입안에 마이쮸를 물고 등원하는 아이들의 뒷모습

[오늘의 풍경]

하루에 한 잔 커피를 마시지만 두 잔 이상은 마시지 않는다. 딱 한 잔만 마신다. 두 잔 째부터는 왠지 속이 느글느글해지기 때문이다. 날이 선선해졌지만 여전히 아이스커피를 마신다. 얼음을 자주, 많이 쓰지만 우리 집엔 얼음 정수기나 얼음 냉장고가 없다. 얼음은 고전적인 방식으로, 아이스트레이에 물을 받아 얼음을 얼려 먹는다. ‘아이스트레이 물 받기의 달인’이라, 정수기 물을 아이스트레이에 그대로 받는다. 정수기 한 컵이면 딱 아이스트레이 한 면을 채울 수 있다. 기울기를 적절히 조절해 받는 물이 아이스트레이의 모든 칸에 골고루 들어가게 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런 걸 잘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우선은, 남의 집에서 얼음을 어떻게 얼려 먹는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애초에 표본 수가 절대적으로 적지만, 아무튼 그렇다.

얼음은 늘 떨어지지 않게 아침저녁으로 얼린다. 날씨가 좀 서늘해지고 하이볼을 만들어 마시는 횟수가 줄다 보니 요즘은 얼음이 가득 쌓여 있다. 유리컵에 꽉 차도록 얼음을 채워넣는다. 뜨거운 물로 내린 드립커피를 얼음잔에 붓는다. 달그락거리며 얼음이 녹는 소리가 좋다. 아주 많이 추워지지 않는 이상은, 아이스 커피를 계속 마실 것 같다.

이번 원두는 코스타리카 로스 찰루네스 Lot1. 레드와인과 파인애플의 향미, 메이플시럽의 단맛이 어우러진 커피라고 한다.

[오늘의 음악]

Velvet Sheets - Goth Babe

사실 요즘 플레이리스트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Man With A Mission으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에 매번 다른 아티스트의 음악을 선곡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워낙 음악을 이것저것 듣다 보니 고르자면 또 못 고르는 건 아니다. 그래서 오늘의 음악은 Goth Babe의 ‘Velvet Sheets’. 고스 베이브는 미국 테네시주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그리프 워시번의 인디록 솔로 프로젝트다. 처음 들었을 때는 화이트 라이즈가 연상되었고, 이어서 아티스트 이름을 봤을 때는 ‘이름과 잘 어울리는 음악이군’ 생각했다. 음악에는 그 사람이 나고 자란 환경이 어쩔 수 없이 묻어난다고 생각하는데(영국 음악은 아무래도 그 음울한 날씨와 닮아있다) 요즘은 아닌가 보다. 미국 출신인데도 참 영국 감성이 느껴진다. 역시 글로벌, 유비쿼터스, IT, AI의 시대다(뭔가 중간에 이상한 것들이 끼어 있지만 넘어가자). 그러고보니 테네시는 버번 위스키가 유명하지 않던가. 어쩌면 이건 위스키 감성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밤은 테네시 위스키를 한 잔 해야겠다. 취하면 안되니까 탄산수 섞어 하이볼로.

고스 베이브의 싱글 <Pacific> 커버아트(2017 Goth Babe)

발행의 변(辨)

: 좋은 소식을 가져온다는 제비처럼 소소한 일상 소식을 나르는 매거진. 종종 하잘것없지만 복잡한 세상 속에서 피식 웃을 수 있는 모먼트를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월-금 주 5회 발행. 공휴일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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