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몇 자리에서 백일해 백신이 노인에게 꼭 필요한 예방접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뭔 소리?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실상을 듣고 보니 꽤나 심각해 보였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백일해 백신을 맞지 않으면 아기를 보여주지 않는 젊은 엄마, 아빠가 그렇게 많다는군요.
아래는 질병청 백일해 백신 홍보포스터입니다. 대표적인 영유아 호흡기계 감염병중 하나인 백일해는 전염성이 매우 높아서 아기와 밀접접촉하는 부모, 형제, 조부모, 도우미, 의료인은 밀접 접촉 2주 전까지 백신접종을 권고한다는 것입니다. 이 권고사항이 강력한 메시지로 아기들 부모에게 전달되고, 현실에서는 필수사항으로 둔갑해서 가족 간 갈등까지 일으키는 요인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아기의 백일해 감염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밀접접촉자 모두가 백일해 백신접종을 해야 한다는 권고가 합리적이기 위해서는 해당 백신이 감염과 전파를 막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이 감염과 전파를 막지 못했듯, 현재 사용되는 백일해 백신도 감염과 전파를 막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지어 오랫동안 집단면역의 대명사격으로 알려진 홍역 백신도 감염과 전파를 막는 것이 아니라 단지 무증상자를 만들 뿐이라는 사실을 "홍역의 귀환?"이라는 글에서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20세기 중반 이후 수십 년간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던 백일해가 최근 많은 국가에서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률이 거의 100%에 수렴하는 국가들도 마찬가지인데, 그 이유를 백신 제조방법이 바뀐데서 찾고 있죠. 현재 사용되는 백일해 백신(aP: acellulr Pertussis)은 과거 사용했던 백일해 백신 (wP: whole-cell Pertussis)보다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면역효과가 빨리 소실되고 감염과 전파를 효율적으로 막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관련 논문을 링크합니다.
중증도는 낮추나 감염과 전파를 막지 못하는 백신을 leaky 백신이라고 부릅니다. 감염병은 증상이 심하면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고 타인과 접촉을 피하려는 노력을 스스로 할 수 있으나, 무증상, 경한 증상을 만들어내는 leaky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감염되어도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 일상생활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병원체 전파를 더 많이 시키게 됩니다. 면역회피반응을 보이도록 병원체의 선택적 진화를 유도함으로써 백신 효율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고요. 이 모든 이슈들은 코로나19 백신 때에도 동일하게 제기되었던 문제점들로, 결국 현재 백신정책의 기본전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leaky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지나가는 자연감염은 나쁜 일이 아니라 차라리 좋은 일이라는 점입니다. 이 경우 방역당국의 개입만 없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인지하지 못한 채 그냥 자신의 삶을 살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됩니다. 자연감염 경험을 가진 개인은 더 견고한 면역을 가지게 되고,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야만 사회 전체적으로도 더 견고한 면역을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집단면역이 올라간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이 시나리오를 절대로 허용할 수 없는 집단이 있습니다. 바로 방역당국입니다. 감염병을 철저히 통제하는 시스템을 운용하여야만 자신들의 고유업무가 생기는 그들에게 <그냥 둔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직무유기일 겁니다. 하지만 백신이 무증상, 경한 증상으로 지나가는 감염병을 만들 뿐이라면 더 이상 전파차단을 목표로 하는 국가차원의 방역정책을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이런 감염병을 상대로 코로나19 사태 때처럼 대응한다면 언제라도 사회를 다시 공포로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현재 대중들은 증상이 있던 없던 자기 주위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을 병원체를 옮기는 전파원의 관점으로 바라보도록 세뇌되어 버렸습니다. 빌어먹을 코로나 사태가 남긴 치유불가능한 후유증이죠. 건강한 유기체들이 친밀한 접촉을 통하여 주고받는 수많은 미생물의 존재가 각자의 건강에 - 특히 아이들의 면역시스템 발달에 - 얼마나 중요한지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감염과 전파를 막을 수 없는 백신을 맞지 않으면 가족 얼굴도 볼 수 없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버렸군요.
사람이 사람에게 옮기는 호흡기계 감염병을 막기 위한 예방조치의 합리적인 선은 <증상이 있을 때 타인과의 접촉을 피할 것> 정도이며, 그 외의 모든 조치는 과유불급이고 소탐대실입니다.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백일해 예방주사를 맞지 않았다고 아기를 못 본다? 세상이 제정신이 아닌 것은 예전부터 알았지만, 갈수록 점입가경이군요. 과연 인간 어리석음의 끝은 어디일지 궁금하기 그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