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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꼭 봐야 할 다큐 하나

by 이덕희

지난 주말, 최근 한 영화제에서 상영된 “An Inconvenient study”라는 다큐를 보았습니다. 핵심 내용은 현재 사용되는 많은 백신들이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으로,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였습니다. 각국 정부가 백신 안전성에 얼마나 둔감한지는 고작 몇 개월 임상시험을 거친 코로나 백신을 “Safe and Effective”라고 부르면서 국민들에게 반강제 하는 비윤리적 행위를 벌인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죠.


그런데 이 다큐에서는 코로나 백신이 아닌, 현재 사용 중인 영유아 백신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습니다. 이 백신들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할만한 데이터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백신 A를 승인받기 위해 시행되는 무작위 배정 임상 시험이 <백신 A와 생리식염수>를 비교하지 않고, <백신 A와 기존에 존재하던 백신 B>를 비교하는 형태로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임상시험 기간마저 매우 짧아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혀 모른 채 사용되고 있음을 지적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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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에는 “Impact of Childhood Vaccination on Short- and Long-Term Chronic Health Outcomes in Children”이란 제목을 가진 저널에 발표되지 않는 논문 한편이 등장합니다. 미국 미시간주 헨리포드 병원 네트워크에 등록된 아이들 중 백신접종을 한 번이라도 했던 약 17,000명과 백신접종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약 2,000명의 10년간 각종 만성질환 발생률을 비교한 논문입니다.


이 연구는 평소 백신 효과와 안전성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감염내과 의사인 Marcus Zervos 교수가 주도했는데, 예상과 다르게 백신을 접종한 아이들의 자가면역, 천식, 아토피, 신경발달장애 등 다양한 만성질환 발생률이 2.5배 정도 더 높게 나옵니다. 결국 병원 측은 연구방법론상 한계가 많다는 이유로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하죠. 하지만 다큐제작자는 비밀리에 Marcus Zervos 교수와 나눈 대화를 녹음한 뒤 그대로 다큐에 공개합니다. 그는 이 논문 한편으로 자신이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명성이 무너질까 두려워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알고 보니 다큐가 나오기 전인 지난 9월, 미의회정문회를 통하여 이 논문의 존재가 알려진 후 이미 큰 논란이 벌어졌더군요. 기존 백신정책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심각한 오류가 존재하는 논문이었기 때문에 저널에 발표할 수 없었을 뿐이라고 공격했는데, 특히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공중보건학/예방의학 교수인 Jeffrey Morris교수는 이 논문을 낱낱이 분석해서 비판하는 글을 한 언론매체에 실었더군요. 역학자인 제가 보기에도 타당한 비판으로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논문의 공개는 후속 연구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거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이 정도 통계 분석을 해볼 수 있는 대규모 데이터셋은 전 세계 곳곳에 늘려 있습니다만, 그동안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다는 점이 놀랍죠. 더욱 놀라운 사실은 2013년 미국 국립 의학아카데미에서 백신접종군과 비접종군의 장기 건강영향을 비교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CDC 측에 제출하지만, 그들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떤 결과도 내놓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내부적으로 분석해 보았으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 덮어버린 걸까요?


그런데 다큐에 등장하는 논문에 대한 Jeffrey Morris교수의 비판은, 여러모로 “코로나 백신과 암”에서 소개했던 천은미교수 논문에 대한 정재훈교수의 비판을 떠올리게 합니다. Jeffry Morris교수도 정재훈교수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시기의 방역과 백신정책을 절대적으로 옹호했던 전문가중 한 사람이었죠. 그들의 공통점은 <영유아 백신접종 정책 혹은 코로나 백신의 안전성>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이슈에 대하여서는 어떤 질문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개별 논문을 비판하는데만 초점을 맞춘다는 것입니다.


Marcus Zervos 교수나 천은미 교수가 했던 연구는 전형적인 관찰 역학 연구로, 대부분 빅데이터 연구가 여기에 속합니다. 그런데 관찰 역학 연구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방법론상 문제로 비판받을 수 있으므로, 기존 도그마에 반하는 분석 결과가 나오면 연구자들은 논문 발표 자체를 꺼립니다. 반면 기존 도그마를 지지하는 결과가 나오면 방법론상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NEJM, Lancet, JAMA급 빅저널에 실릴 수도 있죠.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도그마일수록 그럴 가능성이 더 높고, 그로 인해 기존 도그마는 더욱 강력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놓입니다.


이는 연구자들이 어떻게 사회의 부조리나 악을 고착화시키는데 적극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코로나 사태동안 발표된 kind of trash급 역학 논문들에 기반하여 온갖 블랙코미디 같은 정책들이 과학적 근거를 가진 정책으로 둔갑했다는 점을 여러 번 지적한 바 있습니다. 만약 그 당시 Jeffry Morris교수나 정재훈교수와 같은 전문가들이 지금 보여주는 비판정신의 단 1%라도 발휘했었더라면, 락다운, 동선추적, 마스크 의무화, 백신패스와 같은 비과학적, 비윤리적 정책들은 결코 시행될 수 없었을 겁니다.


어쨌든 이 논문이 비밀리에 녹음한 대화가 공개될 정도로 공론화되었으니 그냥 덮고 지나갈 수는 없을 겁니다. 실제로 헨리포드 병원 데이터셋을 이용한 논문은 심각한 방법론상 문제점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에, 다른 데이터셋에서 결과가 재현되는지 시급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짜 과학이란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하여 진실을 찾아가는 것이고요.


저는 의사들이 더 이상 질병청과 같은 공공보건의료조직이나 기존 도그마를 전파하는데 진심인 연구자들에게 휘둘리지 말았으면 합니다. 직접 환자를 보는 의사들이 용기를 내어 한 발만 상자 밖으로 내어 봐도, 감염병이든 만성병이든 지금까지 배웠던 많은 교과서적인 지식들에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아마 이 다큐는 그런 용기를 내는데 나름 의미 있는 역할을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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