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드디어 mRNA 독감 백신이 등장했군요

by 이덕희

최근 NEJM에 mRNA 독감 백신에 대한 3상 무작위배정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되었더군요. mRNA백신이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사실이 꽤나 알려진 현시점에도, 여전히 이런 논문이 NEJM에 실릴 수 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NEJM이라는 의학저널을 교과서급으로 신뢰하는 의사들이 대다수인 현실에서, 이 논문은 다시 한번 mRNA백신은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고정관념을 의사들에게 심어줄 듯하여 우려스럽고요.


미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필리핀에서 모집된 성인 18,476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임상시험은 mRNA기술로 만든 새로운 독감백신과 기존 독감백신인 Fluzone의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합니다. 아래 그림은 효과를 비교한 그래프로, 일단 기존 백신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Y축을 독감발생률이 아닌 독감발생자수로 표기하고 있었습니다. 독감발생률로 나타내면 절댓값 차이가 너무 작아 보이기 때문일까요? 독감발생자수는 각각 57명, 87명이었는데, 독감발생률로 표시하면 0.63%, 0.95%에 불과하거든요.



하지만 mRNA백신과 관련된 핵심 이슈는 효과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부작용 가능성에 있습니다. 논문에서는 백신접종 후 심각한 부작용 발생을 6개월간 모니터링했으며, 결론적으로 실험군과 대조군 간 차이가 없었다고 기술해 놓았더군요. 즉, 안전성에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죠. 물론 경미한 부작용 발생률은 실험군에서 2배이상 높았지만 이건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의사들이 꼭 봐야 할 다큐 하나”에 적었듯, mRNA 독감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그들의 결론은 대조군에 사용된 기존 독감 백신이 충분히 안전하다는 전제하에서만 성립가능합니다. 저는 이 다큐에서 제기된 이슈가 충분히 설득력있다고 판단했으므로, 대조군에 사용된 독감 백신의 임상시험 결과를 한번 찾아보았습니다.


Fluzone에 대한 여러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이 있었는데, 이 중 생리식염수를 대조군에 사용한 임상시험은 단 하나 뿐이더군요. 백신 안전성에 대한 신뢰성 있는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생리식염수를 사용한 대조군을 필요로 하죠. 1995년 NEJM에 실린 이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은 Fluzone 접종군 424명, 생리식염수 접종군 425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부작용 관련 정보는 접종 후 7일간 경험했던 열, 피로감, 근육통, 두통 같은 증상만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이 논문을 읽으면서 일단 임상시험 대상자수가 너무 작은데 놀랐고, 두 번째는 부작용 모니터링을 접종 후 1주일 동안만 했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이런 소규모 연구에서는 드문 부작용은 물론이고 천명당 1명씩 나올 수 있는 흔한 부작용조차 감지할 수 없습니다. 장기부작용에 대한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어쨌거나 이 논문 덕분에 그 후 출시된 다른 독감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은 대조군에 Fluzone을 사용하는 것이 일종의 표준프로토콜이 됩니다. 이미 효과와 안전성이 증명된 백신이 있는 상황에서 생리식염수를 사용하는 대조군을 둔다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424명에게 백신접종 후 단 1주일 동안 부작용 발생 여부를 관찰한 임상시험 결과로 Fluzone의 안전성을 확신할 수 있을까요? Fluzone이 충분히 안전하다는 전제하에서 두 군간 부작용 발생률을 비교했던 mRNA독감백신의 안전성은요? 만약 이번 mRNA 독감백신 임상시험에서 Fluzone이 아닌 생리식염수를 대조군에 사용했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또한 mRNA 백신 개발자들은 부작용 모니터링은 6개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단지 1주일만 모니터링했던 Fluzone이나 평균 2개월 정도 모니터링했던 코로나 mRNA 백신보다야 나아 보입니다만, 과연 6개월 이후에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불가능한 걸까요?


천만예요. 1년 후, 2년 후에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코로나 백신부작용 인과성 평가, 신뢰할 수 있을까?”라는 글에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신종플루 백신인 Pandemrix 부작용이 접종 후 최소 1년 동안 발생했음을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장기부작용 가능성으로 본다면 mRNA백신은 Pandemrix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으로 보는데, 지질나노입자에 둘러싸인 mRNA백신 성분들은 각종 장기로 흩어져 장기간 체내 잔류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예전부터 독감백신 접종률이 매우 높은 국가였습니다. 코로나 사태당시 올렸던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에 도달하겠다는 헛된 꿈”에서 한국의 독감백신 접종률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 세계 탑임을 알려드린 바 있죠.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별 의미 없는 숫자인지도.. 이 글을 쓰면서 최근 데이터를 확인해 보니 한국이 1등 자리를 영국에게 내주었더군요. 아마 한국 질병청에서는 1등 자리를 탈환하고자 필사의 노력을 할 듯하군요.



독감백신을 만드는 제약회사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은 너무나 매력적인 시장일 겁니다. 백신접종률과 같은 숫자로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고자 하는 엄청난 예산을 가진 거대조직이 존재하고, 또한 이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전문가 집단과 일사불란한 단일대오를 이루고 있죠. 얼마 전 참석했던 제가 소속된 학회에서 다시 한번 그 기조를 확인한 바 있는데, 그들은 코로나 덕분에 올라간 학회위상이라는 표현을 자랑스럽게 사용하고 있더군요.


독감 백신은 시작일 뿐이고, 앞으로 다른 백신에도 신속하게 mRNA기술이 접목될 듯합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방법이 계속 사용된다면 모든 백신을 <safe and effective>로 포장하는 것도 가능하리라 봅니다. 이번 NEJM 논문을 보면서 느낀 점은 결코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각자가 현명하게 판단하는 길 외에는 도리가 없는 듯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의사들이 꼭 봐야 할 다큐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