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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벗 Feb 10. 2019

행복과 성공의 상관관계

행복 찾기

상관관계(相關關係)란, 일정한 수치로 계산되어
서로의 관련성이 있다고 추측되는 관계  

얼마 전, 아내가 아들을 재우고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왜? 무슨 일 있어?”

“아들이 공부를 싫어하는 것 같아. 서울에 사는 애들은 영어학원도 다니고 수학학원도 다니고 초등학교 3~4학년쯤 되면 영어로 대화도 하는 것 같던데..”    


나는 아들의 교육문제를 한 번도 고민한 적이 없었다. 왜 고민하는지 이해는 가지만, 굳이 이걸 이렇게까지 고민해야 하는 문제일까? 예습과 복습, 반복학습을 통해 시험을 통해 학업 성취도를 평가받는 교육의 시스템.. 생각 만해도 답답해져 온다. 서울에 사는 지인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았는데, 보통 학원 3~4개는 다닌다고 한다. 수학, 영어학원 그리고 방학 때는 영어캠프나 해외 영어 프로그램까지.. 아들의 자는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다.

한숨이 나왔다.


남들처럼 학원을 보내지 못하는 경제적 상황이나 몇 개를 더 보내야 할지 혹은 수도권에 살고 있는 또래 아이들보다 뒤처질 것이 두려워서 나오는 한숨은 아니다.    


‘이렇게까지 아이들을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압박해야 할까?’    


아들은 지금 태권도, 피아노 학원 두 개를 다닌다. 둘 다 아들이 배우고 싶고 다니고 싶다고 해서 보내는 것이지 아들이 싫다고 하면 굳이 고집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어른이 되어서 깨달은 사실이지만 보통 어른들의 대부분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다 보니 어른이 되어 결혼도 하고 자식들도 생겼으니, 직장에서 가정의 생계를 위해 모든 열정을 일에 쏟아부으며..

그러다 4~50대가 되어 ‘나는 누굴 위해 이렇게 살아왔고, 왜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걸까?’ 라며 예상치 못한 ‘번아웃 증상’으로 삶의 방향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기 시작하고 회의감에 빠지거나 자괴감마저 들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삶을 사는 부모들은 내 자식은 같은 삶을 살면 안 된다며, 아이들에게 본인들이 겪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회의 생존법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반드시 사회에서 성공해서 남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되어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라고, 생각하며 자신만의 ‘자녀 성공을 위한 프로젝트’를 만들고 학년 별 학업 달성 조건을 맞추기 위한 교육 프로세스를 고민한다. 조기교육을 통해 또래 친구들보다 앞서가길 원하고 좋은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해서 많은 자격증을 따고 성공을 위한 가도를 달리길 원한다. 그러면 반드시 행복해질 것이라는 것을 굳게 믿으면서..       


목적지는 행복이고 행복해지려면 성공해야 하고, 성공하려면 학업성적이 우수하거나 남들보다 앞서가야 한다. 행복과 성공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행복은 주관적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성공은 객관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 감정이며 성공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성공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성공한 삶이라고 인정하면 행복해지는 걸까? 솔직히, 지금의 나는 성공한 삶도 아니지만 행복하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행복하고, 하루하루 다르게 자라는 아들과 대화를 하면서 뿌듯함에 행복을 느끼고,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서 에세이를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하고, 좋아하는 운동을 할 수 있게 건강을 허락해주어서 행복하다.    


“공부 못해도 괜찮아! 하지만, 아들이 하고 싶은 게 생길 때마다 꼭 아빠한테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겠어! 아빠는 아들이 잘할 수 있는 걸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아들에게 늘 했던 말이다. 그래서일까? 한 번은 아들이 “공부 좀 안 할래?”라고 묻는 아내에게 말했다.    

<수원 월드컵 경기장>

“공부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저는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축구선수도 하고 싶고, 태권도 선수도 하고 싶고, 래퍼도 하고 싶고.. 저의 무지개 같은 꿈을 망치시는 거예요?”    


아내도 나도 큰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무지개 같은 꿈’ 이라니.. 아들과의 대화는 늘 재미있는 것 같다.  


곧, 이사를 하는데 축구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집 주변에 축구클럽이 있는지 알아보았고, 이사를 한 뒤에 주말 축구클럽에 보내볼 생각이다. 때마침 이사를 하게 되어 축구와 이탈리아 명문 축구클럽인 유벤투스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아들 방을 유벤투스와 축구 콘셉트로 인테리어 소품을 준비해주기 위해 인터넷을 뒤적여 보고 있다. 또, 랩과 노래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기회를 봐서 보컬 음악 학원을 보내서 배워보게 할 생각이다. 물론,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다. 그래서 늘 아들에게 이야기한다.

<처음으로 꾸며보는 아드님의 예쁜 방>
<커텐이 너무 예쁜>

“아들!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계속 다하고 살 순 없어.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생기면 그 일에 집중해야 하니까, 하던 것은 잠시 멈추고 하고 싶어 하는 일에 집중하는 거야. 알겠지?”    

물론, 원하는 것을 다해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지만, 하고 싶은 것을 다하고 살 수는 없으니 때론, 적절한 시기에 욕심을 포기하는 것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라 생각해서 아들과 의견의 타협점을 대화를 통해 찾아 해결하기도 한다. 경제적 사정이 부유하지 못하니 경제적 능력 범위 내에서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머리가 아플 때도 많다.     


늘 아내에게 고마운 사실은 큰 욕심내지 않고 나의 부모의 역할 지론을 믿어준다는 것이다. 늘,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나의 생각을 아내도 공감해주고 따라주어서 너무도 고맙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다른 집 아이들 이야기를 들으면 흔들리는 아내의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부모로서 아이가 어릴 적부터 공부를 잘해서 남들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자존감을 느끼는 아이들보다는 부모와 자주 대화하고 공감하면서 자신이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는 자존감이 좀 더 나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행복과 성공에 대한 상관관계의 해석은 ‘성공을 해야 행복하다.’라고 결론을 정해놓기보다 ‘행복을 위한 전제조건이 성공이라면 성공을 위한 저마다의 모습은 행복이 다시 전제되어야 함’을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사실, 나 나름대로의 ‘부모로서 역할 지론’이 걱정은 많이 되지만,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며,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잘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아이들은 행복할 것이다. 또, 그러한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의 얼굴에는 진정한 행복이 가득할 것임을 나는 굳게 믿고 또,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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