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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벗 Feb 02. 2019

함께할 수 있는 용기

작은 용기로 얻을 수 있는 큰 기쁨

태권도를 다니는 아들이 하루는 표정이 좋지 않은 날이 있었다.


"왜 그러니? 무슨 일 있었어?"

"아니요. 그냥 조금 힘들어서 그래요."

"많이 힘들어?"

"힘들죠. 안 힘든 일이 어딨어요!"


작년 일이다. 아들이 9살이 되던 해였다. 9살 된 아들이 세상에 안 힘든 일이 어딨냐고 말하는 걸 듣고 한 동안 멍하니 아들을 쳐다보고 웃고 말았다. 무려 9년 안에 삶이 고되다는 사실을 벌써 깨달은 걸까? 요즘 아이들이란..

아들이 다니는 태권도장은 태권도와 특공무술 등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가르치고, 크로스핏(Cross-fit) 같은 고강도 운동으로 기초체력 운동을 매우 강하게 교육하는 도장이다. 아들은 운동이 끝나면 매일 땀에 흠뻑 젖어 집에 돌아오거나, 겨루기가 있는 날에도 땀으로 범벅이 돼서 집에 돌아온다. 선수를 할 것도 아닌데 저렇게까지 시켜야 할까? 그만두게 할까?

어느 부모가 내 자식이 힘들어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을까? 또, 한편으로는 힘들 때 어려운 상황을 견뎌내고 이겨낼 수 있는 의지를 키우는 것도 좋은 교육이겠지? 생각이 들었다.


"아빠도 운동 같이 해볼까?"

"네? 도장 다니시게요?"

"응~! 아빠랑 같이 해보자"


아빠와 같이 운동을 한다고 뛸 듯이 기뻐하는 아들을 보며 '뭐가 그렇게 좋을까?' 생각이 들었다.

걱정이 조금 앞서기는 했지만 워낙 운동을 좋아했고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차일피일 미루어오던 내게 적당한 이유가 생긴 것이다.


"옷을 사주면 뭐해? 배가 나와서 멋이 안나잖아!"

"매번 트레이닝 복만 입을 거야?"


아내가 내게 했던 말이다. 그렇다 나는 89.5Kg의 배 나온 푸짐한 아빠였다. 운동을 다시 시작한 또 하나의 이유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초콜릿 복근을 가져보자. 그래..

다음 날, 아들이 다니는 도장에 들러 등록을 했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바쁜 일 때문이라는 핑계와 게으름, 나태함으로 내 몸을 학대했던 대가를 혹독히 치렀다. 성인부 운동 프로그램은 1주 MMA(Mix Martial Arts)라는 종합격투기, 1주는 주짓수(Jiu-jitsu)로 주 단위로 나눠가며 운동을 했다. 약 2주 간은 견디기 힘든 근육통으로 고생을 했다. 비록 아들과 운동을 다니는 시간은 맞지 않아 퇴근 이후 밤 9시부터 10시까지 운동을 하게 되었지만 아들과의 공감대 형성에 좋은 영향을 주었다.

<검은 색 옷을 입고 살 빼는  필자>

"아빠! 오늘 운동 안 힘들었어요? 힘든데 재밌죠?"

"우리도 오늘 그 운동했어요. 나는 그거 할 때가 제일 힘들던데!"

"아빠!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면 안돼요! 저도 오늘 참았거든요!"

아들에게 힘들어도 참고 견디는 법을 배워간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운동은 늦은 밤이 되어 끝나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하루의 행복이 되었다. 운동을 시작한지 약 3개월이 지나 나의 몸무게는 89.5Kg에서 73Kg이 되었다. 무려 16.5Kg 이나 감량되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나비효과 같은..


"당신 옷 사줄게. 젊은 감각의 수트도 맞춰 입고, 청바지도 사고.."


아내의 말투가 바뀌었다. 기분좋은 변화이기는 하지만 부담스럽다. 아내도 돈도..

<용인대학교에서 특공무술 심사를 받다>

얼마 전에는 아들과 함께 용인대학교에서 특공무술과 공수도 승단심사를 보았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초등학생과 중학생들 사이에 줄을 맞추고, 아들과 나란히 선채로 낙법, 발차기, 호신술을 하면서 심사를 보았고, 대리석 2장도 격파했다. 내가 이 나이에 대리석을 깨다니.. 손이 아팠다. 아주 많이.. 그래도 아들의 힘찬 응원소리에 더욱 힘이 났던 것 같다. 당당히 승단심사에 합격하고 아들과 함께 단증을 받았던 날의 기쁨은 색다른 기분이었다. 그 동안 승단을 하기위해 얼마나 많은 통증을 겪었던가! 찢어지지 않는 다리를 찢는 고통과 외워지지 않던 동작들의 반복 그리고 공수도의 카타(태권도의 품새같은 동작) 힘들었던 만큼 나름의 보람도 있었다. 아들과 아들 친구가 나에게 얼마나 많은 칭찬을 하는지 4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 9살 아이들에게 듣는 칭찬이란.. 웃음이 났다.


우리 주변에는 항상 깔깔대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많다.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을 보며 생각한다.

'뭐가 그리 재미있을까?'

궁금하면 우리도 해보면 된다. 아이들만큼 재미있지는 않겠지만..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하나, 둘씩 소소한 것들에 대한 기쁨을 잃어간다는 것일까? 주변을 둘러보면 아직까지는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참, 나이가 얼마인데, 그런 짓을 하고 있어?"

"나이 값 좀 해라! 애들도 아니고!"


어른들이 버릇처럼 말하는 나이 값, 나의 나이 값은 얼마일까?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조심할 것이 많아진다는 의미같다. 왜냐하면 얼마인지도 모르는 나이 값을 해야 하니까.. 나이가 들어가는 내 자신에게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무엇이든 다시 시작하거나 새로 시작하는 일 앞에 두려워하지 않을 작은 용기를 절대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 이다. 하루가 저물어 자기 전에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 있다.


"오늘도 행복했나? 그리고 걱정 좀 그만하고 살자! 다 잘될거야!"

<아빠가 늘 너의 뒤에 있음을>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거나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두려움이 앞서겠지만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더 늦어지거나 다신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작은 용기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보다 큰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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