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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하 Jul 07. 2024

불안할 땐 에세이를

나는 불안이 높았다. 산다는 게 무엇인지, 현재 내가 잘 살고 있는지, 내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와 같은 실존적 불안이 걸핏하면  고개를 들었다.


누구도 정답을 알지 못하는 질문이기에 고민의 늪에 빠지면 나오기도 어려웠다. 예전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폭식과 자버리기를 반복했다. 대학 입학 전에는 공부로 도피했다. 가끔 독서를 했지만 입시와 관련 없는 책을 마음껏 읽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대학 입학 후, 도서관을 놀이터로 삼아 책으로부터 불안을 잠재우는 조언을 받았다. 그시절(20대)에는 자기 계발서나 전기가 도움이 되었다.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생의 경험이 부족했기에 잘 살았다고 인정받는 인물의 삶을 간접 체험하는 일이 필요했다.


30대를 지나 경험이 쌓여가면서 완벽한 위인도 없고, 누구에게나 맞는 자기 계발법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세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구나. 위안을 얻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조금 더 입체적이 되었고, 지금 여기에서 내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불안에 대한 백신임을 깨달았다. 매일 일기를 쓰고, 자주 건강한 음식을 먹고, 바른 자세로 생활하고,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루틴을 반복하다 보니 불안은 줄고 긍정이 늘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불안(不安)’의 여섯 번째 뜻은 다음과 같다.

[철학] 인간 존재의 밑바닥에 깃들인 허무에서 오는 위기적 의식. 이 앞에 직면해서 인간은 본래의 자기 자신, 즉 실존(實存)으로 도약한다.


자기 자신, 실존으로 도약하는 일이 나에게는 현재를  사는 일이었다. 국어사전에도 해답이 있었는데, 나는 돌고 돌아 실존에 도달했다. 한 번에 답을 찾는 일이 없는 내 삶이 지금은 좋다. 내 실수로 생긴 흉터까지 다 내 별자리라고 방탄소년단이 노래한 것처럼 헤매는 과정에서 일어난 배움이 알게 모르게 쌓여 내가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위로와 공감을 받은 만큼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 에세이를 쓴다. 에세이를 쓰는 사람은 작가이자 첫 번째 독자이다. 경험을 복기하며 성찰의 시간을 갖고, 꼬리를 무는 경험을 떠올리며 그것에 문단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공개(발행)할 수 있을 때까지 수정을 하다 보면 누구보다 내가 가장 위로를 받는다. 내가 나인 게 싫은 날, 영영 사라지고 싶은 날 만든 작은 문이 나에게는 에세이 쓰기와 단순하고 건강한 루틴을 지키는 일이었고, 지금까지는 꽤 효과가 좋다.


누군가 우울하고 불안하다면 그럴수록 본래의 나(실존)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에세이를 읽고 쓰는 일이 퍽 도움이 된다. 지금 쓰는 이 글이 미래 불안한 나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 믿으며 부끄럽지만 발행을 누른다.


방탄소년단의 <Love yourself>와 <Magic shop> 가사 일부를 차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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