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세금 거하게 쏘시는 색깔 있는 남편 들어봐
글에 색깔이 없다고 비판하는 남편.
당신만의 특색이 될 거라고 차라리 우울에 대한 글을 써보라는 남편.
색깔이 없으니 대회에서도 떨어졌겠지? 자괴감.
인정했지만 항변하고 싶은 마음.
무채색 인생을 살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더 있니?
매일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일하고 그게 다인데 그럴 수밖에 더 있니?
아들 걱정에 우울한데 당연하지 않겠어?
당신 같은 허당 남편하고 사니 그렇겠지?
평생을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니 생각이 애 같나 보지?
당신은 내 인생을 좀 다채로운 색으로 채워줄 생각은 안 해봤어?
영화나 보러 갈까 말하는 남편. 미안했나 봄.
다채롭지 않으면 어때서. 그냥 나답게 살고 있고 나답게 쓰고 있는데?
색깔 없어도 쓰는 게 어디야?
쓰고 있는 내가 자랑스러우면서도 부끄러운 건 내 몫.
쓰고 보니 같잖지도 않은 변명. 변명을 위한 주저리주저리 변명.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을 늘어놓다가 별 수 없이 인정.
호주 애국자가 되신 남편에게 표창이라도 줘야 될 호주.
애증의 나라가 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호주.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뾰족하게 날 선 나.
색깔 없는 글을 오늘도 쓰고 있는 나.
이것도 글이 아닌 아무 말 대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