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아들은 엉뚱하다.
아무말 대잔치에 능하다. 말 그대로 아무 말이나 꺼낼 때가 많다.
하지만 그 말들이 묘한 위로가 된다.
아침 먹고 바로 피씨방에 간 아들이 3시가 넘어서 집에 왔다.
무슨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있는 방에 와서 옆에서 툭툭 한마디씩 건넨다.
바로 자기 방에 안 가고 엄마 옆에 있어 주는 아들이 기특하다.
링모양 금귀걸이가 책상 위에 놓여 있다.
"엄마 이거 껴. 이거 끼면 행운이 찾아올 거야."
정말 뜬금 없는 아무말 대잔치다.
하지만 행운이 온다는 말에 귀걸이 한쪽을 껴 본다. 왠지 진짜 행운이 올 거 같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뜬금 없어도 이쁜 말을 해 주는 아들이 너무 좋다.
저 재주 배우고 싶다.
현질 문제로 형과 갈등이 있었고 옆에서 고스란히 지켜봤고 그 와중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뜬금 없는 화풀이 대상이 된 둘째였다.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 형은 다른 남자 애들 같지 않아."
"남자 애들이 어떤데?"
"남자 애들은 엄마 아빠한테 크게 관심도 없어. 나는 엄마랑 이야기도 나누고 좀 예외지만. 엄마 아빠한테 별로 이야기도 안해."
"현질 안해준다 하면 니 친구들은 어떡해 해?"
"어떡하긴. 포기하지."
그래 포기하는 아들들이 정상이다. 그런데 나는 그 문제로 오늘 엄청난 일을 겪었다.
"엄마, 내 생각엔 형이랑 싸우면 이길 거 같아. 다른 형들처럼 무섭고 두려운 느낌이 하나도 없어."
안타까운 부분이다. 형을 저렇게 생각하는 동생도, 동생 앞에서 위엄이 하나도 없는 힘 없어 보이는 형도.
다 내 자식들인데 마음이 아프다.
"그래, 니가 키가 크면 네가 형 이길 거라고 아빠가 늘 말하곤 해. 하지만 형은 형이니까 형이 화나게 해도 형한테 그러지 마."
"엄마 있잖아. 학교에서 폭력에 관한 영상을 틀어주면 애들은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어 하면서 놀래는데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형 때문에 멘탈 갑이 되어가는 둘째를 보면 짠하다. 이쁜 짓을 하니 이뻐해 준 아들이었고 이쁨 받으니 정서적 문제는 크게 없는 둘째다. 하지만 형과의 갈등을 지켜 보면서 어떻게 정서적 문제가 하나도 없을 수 있으랴. 아름다운 것만 보여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행운이 찾아온다고 말한 것이 맞는지 아들에게 확인을 했다.
아들이 말한다.
"응, 엄마. 귀걸이 끼면 행운이 찾아올 거라고 말했어. 그럼 나에게 행운이 찾아오도록 핸드폰 이용 시간 30분만 주라."
오늘도 애교를 떨며 필요한 걸 요구하는 아들 앞에서 무장해제.
이럼 안된단 말이지. 버릇 나빠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