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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환 Oct 30. 2020

[트리비사] “홍콩은 누구 것입니까?”

1997년 7월 1일, 홍콩, 중국으로 돌아가다


 대대로 중국 땅이었던 홍콩과 인근 지역은 1840년, 청나라 때 아편전쟁의 결과로 영국에 넘어갔고 그 후 오랫동안 조차지, 식민주의 땅으로 번영을 구가했다. 제국주의 시대의 유산이었던 이곳은 결국 영국이 전 지역을 돌려줘야했다. 대신, 중국은 홍콩에 일국양제를 적용한다는 약속을 공동선언에 남기며 일단락되었다. 그렇게 1997년 7월 1일, 영국의 찰스 황태자, 토니 블레어 총리, 크리스 패튼 총독과 중국의 장쯔민 주석, 리펑 총리, 첸치천 외무부장, 떵치화 홍콩수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영예로운 홍콩반환식’이 열렸다. 중국은 잃었던 땅과 역사를 돌려받았고, 영국은 ‘향후 50년간 홍콩 체제의 자유‘를 보장 받는다 약속을 믿어야만 했다. 


홍콩의 영예롭게 모국인 중국으로 돌아왔고, 20년이 지난 2017년에 열린 제36회 홍콩 금상장시상식에서 홍콩영화 <트리비사>(Trivisa·樹大招風)가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편집상 등 주요 상을 휩쓸었다. 시상식을 중계하던 중국의 온라인 사이트는 최우수작품상 발표 순간에 화면을 끊어버린다. 중국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영화이기에 중국의 심기를 건드린 것일까


 영화 <트리비사>는 1997년을 배경으로 한다. 2047년까지는 홍콩은 영국식 민주국가의 위상을 가진다고 약속받았지만 지금 홍콩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 그 약속이란 게 얼마나 공허한지를 알 수 있다.


 영화 <트리비사>는 1997년의 홍콩의 정신적 혼란과 미래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홍콩 범죄사상 최악의 범죄자 3명이 모여 새로운 범죄를 꾸밀 것이라는 가상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런 범죄-경찰영화에서 최고의 수완을 보인 두기봉(조니 토)이 제작을 맡아 밀키웨이 스타일로 완성시킨다. 


1997년 초 어느날, 홍콩의 전설적 삼대악당 계정웅(季正雄), 엽국환(葉國歡), 탁자강(卓子強)이 우연히 한 술집에서 머물고 있다. 이들은 서로를 모르지만, 세상은 이들이 함께 새로운 범죄를 작당할 것이라 생각한다. 홍콩 치안당국, 그리고 중국의 공안까지 이들의 행방을 뒤쫓는다. 


영화시작은 이들 세 악당의 범죄행각을 보여준다. 불심검문에 걸린 계정웅(임가동 분)이 총으로 경찰 세 명을 죽이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뒤 핸드폰 밀거래사업가로 변신한 그가 홍콩의 옛 부하 집으로 찾아온다. 그의 속셈은 보석가게를 털려는 것이다. 엽국환(임현제 분)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던 은행강도 생활을 청산하고 지금은 가전제품 밀수사업을 하고 있다. 끊임없이 관원을 매수하고, 접대를 해야 한다. 탁자강(진소춘 분)은 대담하기로 이를 데 없는 범죄자이다. 재벌총수의 아들을 납치하여 몸값을 받아낸다.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말이다. 


 탁자강은 갑자기 새로운 범죄를 벌일 생각이다. 엽국환과 탁자강을 끌어들여 세상을 놀라게 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산을 오르는 사람이야. 오르려면 에베레스트 산을 올라야지.” 하면서 홍콩반환식 때 폭탄을 터뜨리겠다고 호언장담한다. 계정웅도, 엽국환도 이제는 쪼그라진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마지막 큰 건에 동참하려고 한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무슨 일을 저지를까. 


<트리비사>에 등장하는 악당은 실제 홍콩의 거물 범죄자들이었다. 계정웅은 광저우 출신의 계병웅(季炳雄)을 모델로 한다. 10살 때 기차역에서 소매치기로 암흑의 세계에 발을 디딘 그는 총기를 사용하여 범죄를 저질렀다. 홍콩에서뿐만 아니라 캐나다와 미국에서도 범죄를 저질렀고, 홍콩경찰사상 최고액의 현상금이 붙었던 범죄인이다. 2003년 체포되어 실형을 살았다. 인터넷을 보니 올해 초 출옥했다고 한다. 홍콩거류증이 없지만 미국여권소지자인 그는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간 것이다.


임현제가 연기한 엽국환은 중국 광동성 출신의 엽계환(葉繼歡)이 모델이다. 17살에 홍콩으로 넘어온 그도 다양한 범죄를 저지른 끝에 97년 체포되어 투옥된다. 감옥에서 폐암이 발병하고 2017년 구류병동에서 생을 마감했다. 


 진소춘이 연기한 탁자강은 장자강(張子強)이란 범죄자가 모델이 되었다. ‘대부호’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돈 많은 재벌을 납치하여 몸값을 받아내는 범죄를 저지른 인물이다. 광서장족자치구 출신인 그는 어릴 때 부모를 따라 홍콩에 정착했다. 그가 벌인 납치사건 중 가장 놀라운 것은 홍콩의 허치슨(和記黄埔/Hutchison Whampoa)그룹 리카싱 회장 아들을 납치한 것이다. AK-47을 들고 할리우드 영화같이 납치에 성공한 그가 돈을 받는 과정도 대담하기 이를 데 없다. 그는 몸에 폭탄을 두드고 리카싱을 찾아가 담판을 벌인다. 20억 홍콩달러를 요구한다. 세계적 재벌인 리카싱의 반응도 대단했다. “현금은 10억 뿐이다. 원한다면 은행에서 바로 찾아주겠다.”며 먼저 3800만 HK$를 건넨다. 4천만을 건네려 했지만 죽을 ‘사’(死)라며 3800만 미리 받고, 이후 10억 위앤을 건네받았다고 한다. 10억 3800만 홍콩달러의 라는 몸값은 기네스북 최고 기록이라고 한다. 너무나 담담하게 일을 처리하는 리카싱 회장은 장자강과 이런 대화도 나눴다고 한다. “이번엔 내 잘못이다. 우리같이 잘 알려진 사람이 그냥 나돌아다녔고, 길에서 차로 막아서기라도 하면 방법이 없었다.”고. 그러면서 장가강에게는 “이제 당신은 많은 돈을 갖게 되었으니 손 씻고 멀리 가서 성실하게 살아라.”고 충고까지 했단다. 리카싱은 이때의 일을 교훈삼아 가족에 대한 경호를 철저히 한다. 이후 태어난 손자의 이름까지 베일에 가려질 만큼 철저하게 세상과 담을 쌓게 되었다고 한다. 


장자강은 1998년 중국에서 공안에 체포되어 사형을 언도받고 곧바로 총살당한다. 장가강은 자신은 홍콩거민(香港居民)이고 범죄도 홍콩에서 저질렀기 때문에 홍콩사법 당국의 재판을 받아야한다며 홍콩정부에 구명을 요청했지만 홍콩당국은 거절한다. 당시 홍콩당국은 “중국공안이 그를 잡은 것은 중국에서 저지른 범죄때문이며 사법관할권은 중국에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 때문에 중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자의 처리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었다. (예를 들자면, 중국에서 마약사범으로 체포된 한국인의  사법처리문제와 유사하다)


영화는 세 명의 감독이 각 범죄자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차곡차곡 준비되어 가던 마지막 한 탕은 허망하게 분쇄된다. 영화의 마지막은 그들이 인지하지 못했던, 1997년 5월 28일의 홍콩 풍만루에서의 첫 만남 순간이 영화적으로 조합한다. 마치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송강호, 이병헌 등이 한 프레임에 자연스레 담기는 것처럼 이들은 좁은 술집 안에 존재했던 것이다.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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