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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역대급 코골이

6.16 일 개임

by 이프로

Melide-Arzua 14km


8:10 출발. 11:50 도착.

간밤에 코골이 소음은 역대급이었다!

내가 2층에 자고 요아킴이 내 아래 1층에 자고 있었는데 남 일에 무심하고 남 탓 안 하는 요아킴이 새벽녘에 끙, 소리를 내며 뒤척이는 것이 느껴졌다.


한 사람이 코를 골기 시작하면 주변의 한 두 사람이 가세를 한다. 물론 그들이 서로 합의를 본 것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서너 명이 코를 골면 그중에 한 둘은 서로 경쟁하듯 코골이 소리가 커진다.

이렇게 한바탕 방안을 울리는 코골이 화음이 절정에 다다른 후 가라앉을라 치면 다른 쪽에서 새로운 코골이가 시작된다.


나중에는 웃기도 하고 얼마나 오래 지속되나 시간을 재 보기도 했는데…

캄캄했으니까 다행이지 코 고는 사람의 얼굴이 보였더라면 노려보고 째려보고 저주했을 것이다.

그 사람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대부분 그렇게 코를 곤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 해맑게 웃으며 잘 잤냐고 물어온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살의를 느끼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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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잘 못 잤지만 오늘 구간은 짧은 거리라 마음이 가볍다.

프랑스길과 합쳐져서인지 순례자들이 엄청 많아졌고 한국사람도 넘쳐난다.

이제까지 한국 사람이라고는 나를 제외하고 단 두 명뿐이었다.

한국인들을 만나면 눈인사도 하고 젊은이들은 경쾌하게 인사를 건네 오기도 한다.

나를 포함한 중년 남자들이 인사에 인색하다.

반성한다.


버스로 짐을 보내고 산보하듯 다니는 수원에서 온 11명 단체도 만났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기에 물어보았더니 같은 성당에서 사진 동호회 모임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가이드가 따로 있어서 점심 먹을 식당을 미리 섭외해서 주문까지 해 두고 숙소도 적당한 곳을 찾아 예약을 해두니 서둘러 걸을 일도, 배가 고파 쩔쩔맬 일도 없다.

이 그룹에서건 따로 만나게 되는 한국인들이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혼자 오셨어요?”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답을 주면 과장되게 휘둥그레진 눈으로 “아유, 어떻게 혼자 오셨어요.”라며 놀라는 건지 놀리는 건지 야릇한 반응을 보인다.

나는 다시 홀로 걸으며 생각해 본다.

한 달을 넘는 걷기 여행에 동반할 일행을 찾기가 그리 수월할까.

같이 살고 있는 아내도 같이 오는 게 어려워 은퇴 후 같이 올 계획을 잡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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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들르는 거의 모든 마을마다 알베르게가 넘쳐난다.

요아킴과 나는 일부러 작은 알베르게를 찾아 들어왔는데 하루 지내기에 적당하다.

생선 메누로 저녁을 먹고 광장 카페에서 요아킴과 와인과 맥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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