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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천재 정태유 Apr 08. 2020

하루에 한 권씩, 그렇게 천 권을 읽다.

마침내 1,000권 읽기 (시즌 1)을 끝내다.

   ‘읽다 죽어도 멋져 보일 책을 항상 읽어라!’  

  - P.J. 오루크


  일천 천(千)이라는 숫자를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그중에서 가장 앞서는 숫자는 가장 많다는 느낌이다. 예전에 선배들의 경우 천일이 되어야 군대도 제대를 했고, 지폐도 1천 원부터 시작한다. 버스도 1천 번대 버스가 왠지 있어 보이고, 전화번호 뒷자리도 네 자리 숫자다. 이것저것 마구 뒤섞인 느낌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千이라는 숫자를 보면 뭐든 꽉 찬 느낌이 든다.     


  그런 내가 하루에 한 권꼴로 책을 읽고 후기를 쓰더니만 급기야 1천 권을 돌파하게 되었다. 말이 천 권이지 이제야 뒤돌아보자니 과연 내가 해낸 것인가 하는 얼떨떨한 기분도 든다. 마치 올림픽 기록 종목 결승전에서 숨 막히는 승부 끝에 경쟁자와 동시에 골인하고 나서 잠시 뒤에 디지털 영상을 통해서 간신히 금메달을 확정 짓는 순간을 본 것 같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물론 1천이라는 숫자는 매우 상대적인 것이다. 1년에 한 권을 읽을까 말까 한 사람에게 있어서 하루에 한 권씩 천 권이라는 숫자는 사람의 한평생에 있어 절대 불가능한 神만이 가능한 업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나보다 더 책에 미쳐서 하루에 수십 권씩 읽어 젖히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그저 백화점 전단지처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로지 내 처지에서 보자면 나 스스로 기적을 만들어 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평범한 내가. 그저 평범한 한 명의 샐러리맨인 내가. 직장 생활, 가정생활, 개인 생활 등에 쫓겨가면서 똑같이 24시간을 살았는데 그 와중에 틈틈이 천 권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 기적이 아니고 또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게다가 그냥 읽기만 한 것이 아니다. 분명히 자랑하고 싶은 것은 책을 읽고 꼬박꼬박 후기를 남겼다는 점이다. 그 무엇보다도 나는 그 점을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다.     


  앞서 수많은 책을 써낸 훌륭한 작가들의 처지에서 보자면 그 책을 쓰기 위해서 읽은 책이 '기본이 천 권이죠'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그 책에서 자신이 말하고 싶은 부분을 따오고 싶어서, 즉 '발췌'를 하고 싶어서 읽은 경우가 많지 않았을까.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분께는 죄송할 따름이다) 그렇게 부분 독서(발췌독서)를 몇만 권 했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과 비교하자면 내가 읽은 책의 양은 턱없이 부족할 따름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1천 권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의 의식이 부쩍 성장했다는 점이다. 물리적인 육체는 20세를 전후해서 최고점에 이른 후 점점 쇠퇴하게 마련이다. 나이가 서른, 마흔을 넘어가면서 서서히 고장 난 부분이 생겨나는 법이다. 하지만 정신은 그와 반대다. 흔히 말하는 기억력과는 달리 정신(의식)의 경우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무한에 가깝게 성장할 수 있다. 또한, 이렇게 의식적으로 수많은 책을 읽게 되면 육체적 성장기와 마찬가지로 폭풍 성장을 할 수 있다. 내가 1천 권이라는 일종의 '몰입 독서'를 통해 배운 가장 큰 소득이 바로 이 '정신세계의 무한확장'이다.     


  정신의 무한확장을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그것이 바로 책 읽기의 정수(精髓)이자 Essence다.     

  "내가 하는 생각이 바로 내 모습이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그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행복은 내가 원하는 만큼 가능하다."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세상에 태어났다."

  "나는 책을 읽었다. 그리고 그만큼 원하는 것을 얻었다."     


  이 말들을 정리해 보자면,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아는 행복의 최고 수준. 더 행복해질 수 없을 만큼의 최고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경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평범한 수준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그것조차도 사치라고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 길을 가다 볼 수 있는 나비 한 쌍, 지저귀는 새 한 마리를 보고도 행복을 느낄 수 있고, 가족과 함께 하는 한 끼 밥상 속에서 행복할 수 있고, 아무 일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책 한 권을 읽을 수 있는 하루를 보내는 속에서도 행복은 숨어 있다. 결국, 나는 책 속에서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내가 얼마든지 '행복해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하고 싶다. 삶을 통틀어서 이보다 더 훌륭한 재산이 또 있을까?     


  이제 나는 여기서 또 다른 도전을 하려고 한다. 그것은 2천 권, 5천 권, 1만 권이 될 것이다. 다만 지금과 같이 하루 한 권이라는 맹목적인 목표에서는 조금 벗어나려고 한다. 때에 따라서는 하루에 다섯 권, 열 권도 읽을 것이고, 때에 따라서는 한동안 단 한 권도 읽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약 2년 반(1,000일) 동안 해왔던 것이 이미 습관이 몸에 뱄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더욱 쉽게 실행할 수 있을 것을 믿는다.     


  벌써 내 책장에는 1,001권째 책이 되고자 하는 책들이 애타게 나만을 바라보면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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