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의 자리에서

by 진경


나는 날개뼈 사이에서 태어났다.

두 세계가 서로의 혈관을 깨물던 밤,

핏소금이 이름을 만들기 전에.


할머니의 발가락은 일곱 개였고,

아버지의 등은 공장 벨소리에 휘어졌다.

나는 그 잘림과 틈새의 여백에

뿌리를 내렸다.


어떤 이는 내 목소리의 떨림을 재고,

어떤 이는 내 옷깃의 낡음을 측정했다.

나는 그들의 잣대 위에서 흔들렸다.


교실 맨 뒤 벽에 붙은 등급표—

A와 F 사이,

안과 밖 사이,

경계선이 내 이마를 가로지른다.


밤마다 나는 두 개의 꿈을 꾼다.

하나는 가능성으로,

하나는 침묵으로.

아침이면 둘 다 기억나지 않는다.


엄마가 밥상을 차리는 소리,

냉장고 문 열리는 쇳소리,

그 사이사이 새어 나오는

번역 불가능한 그리움들.


나는 질문의 형태로 걷는다.

발가락 끝에서 정수리까지

물음표가 뻗어 올라간다.


그런데 오늘, 문득—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이

스스로에게 답하고 있었다.


너의 모든 상처가

너의 모든 언어다.

잘린 것들이 자라는 곳에서

새로운 문장이 시작된다.


*眞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