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대학교는 버스로 왕복 세 시간(버스가 연착하거나 정류장을 지나쳐버릴 경우에는 네 시간)이 걸릴 정도로 멀었다. 다들 너무 멀지 않냐고 물었는데, 그것은 해방을 의미하는 거리감이었다.
중학교 때였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정해진 시간에 등교를 하고, 정해진 시간에 점심을 먹고, 정해진 시간에 교문을 나섰다. 엄마가 후문에서 튀어나오기 전까지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
언제부터 지켜보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친구들과 함께 후문으로 걸어가려는 도중에 엄마가 달려들었다. 별안간 번쩍 했다. 손을 뻗어 다짜고짜 따귀를 때리고는 사라졌다. 주변이 얼어붙었고, 갑작스럽게 나를 공격한 사람이 다름 아닌 나의 엄마라는 사실에 나는 머리가 멍해졌다.
도저히 집으로는 갈 수가 없어서 한참을 걷기만 했다. 그러다 학원에 갔는데, 그제야 - 선생님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 눈물이 쏟아졌다.
나는 아무런 대꾸를 할 수 없었다.
무엇이 그렇게까지 엄마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길들여진 묵음 속에서 나는 나를 되짚었다. 같이 있던 친구가 마음에 안 들었나, 상습적으로 뒤져보는 나의 일기장의 내용이 마음에 안 들었나,… 스스로를 죄인으로 만들어버리는 자기 검열은 '엄마가 돌아버렸나'라는 물음에서 멈칫했다. 과연 그런 건가, 다시 물었는데 두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옴작달싹도 할 수가 없었다.
뾰족한 수 없이 돌아간 그 집에는 엄마가 있었다. 말없이 표정만 잔뜩 성이 났다. 차라리 뭐라도 내뱉기를 바랐지만, 그조차도 가능하지 않았다.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집에서 멀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교는 달랐다. 지독한 기계치라서 운전은 엄두도 못 내는 엄마가 쫓아올 리 만무한 곳에 요새처럼 위치해 있었다.
나는 시외버스에 올라탔다. 어떤 날은 노숙인이 옆자리에 앉았고, 출퇴근 시간대에는 더 이상 사람이 들이 찰 수 없을 정도로 밀도가 높은 공간이었지만 나는 태연히 귀속에 이어폰을 꽂고 두꺼운 소설책을 펼쳤다. 그러다 공상에 빠져들었다. 마음에 바퀴가 달린 듯 자유로웠다.
타인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하여 몸체를 비운 윤곽선이 되어야 했던 나의 형태 역시 새로운 공간을 찾아 나섰다.
이미지나 글을 업로드하고, 보안을 위하여 비밀번호를 붙여 넣는 안전한 곳이었다. 나는 온라인 공간에 털썩 내려앉았다.
비밀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는 그저 흔하디 흔한 일상의 흔적이었지만, 그것들에는 청춘의 빛이 감돌았다. 텅 비어버렸던 플라스틱 몸체에 반짝이는 구슬들이 하나둘 생겨났고, 가만히 몸을 기울이면 그것들이 도르르도르도르 구르며 기분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