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_세 번째
오늘은 엄마 아빠와 함께 휴일을 맞이하여 이케아에 갔어. 주목적은 거실에 널브러져 있는 장난감을 한 곳에 몰아넣을 수 있는 수납장을 사기 위해서였지. (주목적을 잊고 도착하자마자 이케아 카페와 핫도그를 와구와구 사 먹게 하는 것 또한, 이케아와 같은 공간의 묘미 아니겠니.)
엄마 아빠는 이케아에 갈 때마다 미래의 집을 상상 속에서 꾸며보며 부품 기대감을 가지게 된단다. 미래의 집에서 지비의 놀이방은 농구골대와 축구골대가 구비되어 있고, 카펫에는 온통 기찻길과 찻길로 도배되어 있어. (미래의 집을 맞이할 때쯤에도 네가 여전히 공놀이와 기차놀이를 좋아해야 할 텐데...)
그렇게 행복한 상상을 하며, 우리는 수납 코너에 다 달았고, 색깔부터 문고리 모양까지 가족회의를 통해 결정했어. 그렇게 택배비를 아껴보겠다고 무거운 미완성 가구를 이고 끼고 집으로 왔어.
이제부터 우리가 좋아하는 시간!!!
(엄마는 체험 주의자라서 이런 걸 직접 조립하고 만들어보는 것을 매우 좋아한단다.) 엄마와 아빠는 각자 서랍장과 서랍장을 넣을 수 있는 몸통으로 일을 나누어 누가 더 신속하게 가구를 완성시켜나갈지에 대한 사소한 경쟁을 하며 조립을 시작했어.(사소한 경쟁은 때론 연인 사이에 큰 원동력과 로맨스가 된단다?)
조립을 시작하니 평소 엄마 아빠 따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지비는 엄마 아빠를 돕겠다며 이리저리 뛰어다녔어. 드라이버 가져다다 달라고 하면 드라이버를 가져다주고 포도 먹여달라고 하면 포도도 입에 넣어주고. 아주 빠릿빠릿한 보조였어. 나중에는 아빠가 넣지도 않은 구멍에 조립품이 박혀있어서 알고 보니 지비가 몰래 넣었더라고. 이렇게 우리는 멋진 수납장을 완성시켰고, 함께 장난감을 정리하며, 그날의 목표를 이루었어!
그 경험이 꽤나 재미있었는지 그 날 저녁 지비는 엄마에게 보쉬 레이싱카를 들고 와서 박혀있는 나사를 조립해달라고 했어.(보쉬에서 나온 레이싱카는 조립을 연습하게 하기 위해 나온 장난감이라 안에 큰 나사와 드라이버가 들어있는 한 세트였어.) 지금까지는 분리되어 있는 자동차를 조립해달라라고 하면 그냥 해줬었는데, 이제는 지비가 직접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겠다 싶어서 지비에게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법부터 드라이버를 나사 구멍에 맞추는 법을 설명하기 시작했지. 그래야 엄마 아빠가 없이도 맘껏 자동차를 조립해서 가지고 놀 수 있을 테니 말이야.
근데, 너는 금방 싫증을 내며 그냥 자동차로 만들어 달라고 때를 부렸어.(어릴 때는 기다림이 그저 힘든 과정이라고 느껴질 수 있어.) 결국 엄마는 설명을 포기하고 아빠(엄마가 본 사람 중 가장 친절하고 쉽게 설명해주는 사람)에게 바통을 터치하고 지비에게 직접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주라는 미션을 내렸어.
아빠는 역시나 너의 흥미를 적적히 잘 이끌어내며 차근차근 방법을 설명해줬고, 똑똑한 너는 금세 방법을 터득해서 도움 없이도 레이싱카를 조립했다 분해했다 할 수 있게 되었어. 여기서 아빠를 보면서 참 감탄한 것은 이 또한 너에게 호기심을 유발하고 정확한 방법을 전달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더라. 너에게 방법을 터득하고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을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부터 생각하는 접근법을 사용한 거지.
세상에 나와서 일을 하다 보면, '공부를 이렇게 접근했으면, 훨씬 쉽게 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엄마는 이런 문제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즉,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아이가 되었음 해.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영리하게 설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단다. 10시간 돌아갈 문제를 1시간 안에 해결한다면, 너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겠지?
요즘 '핑거 프린세스(Finger princess'라는 말이 있어.
말 그대로 새로운 단어나 일을 처리해야 할 때 직접 찾아보지 않고, 주변 사람에게 물어봐서 그 지식을 습득하는 아주 수동적인 사람을 말하는 거야. 엄마가 회사라는 조직에 와서 가장 먼저 터득한 것이 '일하는 방법을 직접 찾아서 처리하는 방법'이야. 회사라는 조직에 가면 정말 아무도 세세하게 알려주는 사람은 없어.(정말 가-끔 천사 같은 사수를 만나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매정하다고 느끼겠지만, 스스로 터득하고 스스로 적응해야 하는 조직이 회사라는 조직이야. 그 모든 것을 알려주기에 회사는 너무 바쁘거든. 회사라는 조직은 네가 아주 빠르게 일을 해주길 원하고(밥값을 하길), 너를 교육하기 위한 비용은 최대한 줄이려 하겠지. 그렇기 때문에 너는 주어진 문제를 효율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1. 과정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정의할 것.
2. 그 과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리스트업 할 것.
3. 어떤 순서로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 정확히 배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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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과정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방법을 연습하면 돼.
예를 들어, 수학 시험을 앞두고 있으면, 무작정 교과서를 펴고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수학시험을 백점 맞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목표 정의)라는 접근으로 시작하는 거지.
그러면, 자연스럽게 '문제는 누가 출제하지?'라는 질문을 가지게 되고, '수학선생님은 어떤 식으로 문제 출제를 할까?', '다양한 문제집이나 교과서의 연습문제를 참고해서 만들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돼.(방법 정의)
그럼 교무실에 갈 때마다 수학선생님의 책상을 유심히 볼 것 같아. 그래서 수학선생님이 참고하는 교재를 유심히 보고 그 문제집을 사서 수십 번 풀어보겠지?(순서 정의)
이런 방법을 연습하다 보면 어떤 문제를 직면해도 금방 그리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아이가 될 수 있을 거야.
엄마는 이제 집에 도착했어.
치카를 하지 않겠다고 떼쓰는 너에게 치카를 해야 하는 이유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러 가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