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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파씨바 Mar 15. 2022

[히든트랙] 날 사랑했다면 by 박학기

미성의 보컬이 더 절절하게 느껴지는 곡, 후주 기타 소리가 단연 압권인곡

지난 주말, 

아들과 꼭 함께 하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이뤄냈다.


바로, 

소극장 콘서트 같이 보기. 


워낙에 음악을 좋아하고,

소극장 콘서트도 수도 없이 봤던 아빠로서, 

아빠가 좋아하는 것을 아이와 같이 공감하고 싶었고, 

소극장 콘서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특별한 감동을 전해주고 싶었고,

세션들의 훌륭한 라이브 연주도 보여주고 싶었고, 

무엇보다도,

아이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음악을, 같은 사운드로, 그리고 같은 감동으로 들으며 느낄 수 있다는 것,

이런 것들 때문에, 

아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내 버킷리스트로 넣어놓고,

틈틈이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내심 어쿠스틱 한 음악, 조용한 음악으로 아이를 감동시켜,

아이가 나와 비슷한 음악적 취향을 가져주기를, 

그래서 음악으로도 유대관계를 맺고 싶은 마음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음악의 힘은 어마어마하니...   

좋아하는 음악 이야기만으로도 무척 빠르게, 평생 둘도 없는 사이가 된 그 친구처럼...


그리고, 그런 음악들로 내가 한참 힘든 시기에,

정말로 많은 위로와 힘을 얻었듯,

아이도 힘든 일들을 음악과 함께 잘 이겨내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을 테고... 



공연장은 안성이었지만, 

서울에서 안성으로 가는 길은 지루하지 않았다.


"예습" 차원으로 오늘 공연할 가수들의 노래를 하나씩 들으면서,

내가 아는 가수들에 대한 정보, 

곡에 대한 사연들, 

그리고 아빠의 추억들,

그리고 곡을 들은 아이의 느낌까지,

가는 내내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춘기가 올락 말락 한 아이,

그래서 조금은 퉁명스러워진 아이,

그런 아이를 보며 문득문득 많이 서운하기도 하고, 

문득문득 많이 슬프기도 했던 요즘, 


생각해보면 요즘 아이와의 대화는 

그저 잔소리뿐이었던 것 같다. 


아이의 마음을 들으려 하지도 않았고,

아이의 생각을 알려하지도 않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

고쳐야 하는 부분들에 대한 잔소리만 늘어놓았었던 것 같고,

어찌 보면, 

아이가 조금씩 퉁명스러워짐은, 

내가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잔소리가 아닌 

대화를 이렇게 오래, 많이 나눈 적이 언제였던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간의 내 모습이 후회스러웠다. 


공연은 역시나 훌륭했고, 

아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아했다. 


지금의 아이 나이 때쯤 내가 열심히  들으며 애정 하던 가수들을 아이와 같이 라이브로 본다는 것, 

그 음악들의 감성을 아이와 같이 나눌 수 있다는 것, 

정말 멋진 일 아닌가? 


앞으로도 종종,

이런 기회를 만들어 보려 한다.




날 사랑했다면 by 박학기

https://youtu.be/pDbCzQOahQM


[Credit]

작사: 조규찬

작곡: 조규찬

편곡: 조규찬 


역시나 박학기였다.


학전, 그리고 여타 소극장에서 20여 년 전쯤 봤던

실력파 뮤지션은

여전히 노래를 잘했고

여전히 기타를 잘 쳤고

여전히 하모니카를 잘 연주했다. 


그 연배쯤 되는 가수들의 
세월이 만들어놓은 본인만의 창법, 혹은 과한 멋부림이 생긴 것은 아닐까,

오랜 팬으로서 걱정을 했지만,

괜한 나의 기우였다.


여전한 미성으로,

여전한 트렌디함으로, 

우리를 감동시켰다. 

 

<날 사랑했다면>, 

바로 박학기의 4집에 수록된 곡이다. 


이 앨범에서는 나중에 성시경 님과 같이 다시 리메이크한 

<그대 창가로 눈부신 아침이>라는 곡이 가장 유명하겠지만, 

내 최애 곡은 바로 이 곡,

날 사랑했다면이다. 


이 곡의 백미는

후주에 나오는 기타의 흐느낌, 혹은 울부짖음이 아닐까.

마치 전람회의 유서의 그 기타 소리처럼... 


기타 소리, 그리고 미성의 박학기 님의 보컬,

여전히, 

참 좋다. 



[가사]

떠나버린 널 깨닫기엔 하늘이 너무 맑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간일 뿐 

영화속의 사랑애기도 힘든 순간이 있어

우린 다시 만날거야 


영화속의 주인공처럼

네가 택한길이 언제나 너의 건 아니야

아직은 아무런 말도 하지 말아줘

우- 날 사랑했다면 


멀어지는 널 깨닫기엔 하늘이 너무 맑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간일 뿐 

영화속의 사랑애기도 힘든 순간이 있어

우린 다시 웃을거야


영화속에 주인공처럼 

네가 택한 길이 언제나 너의 건 아니야

아직은 아무런 말도 하지 말아줘


날 다시 한번만 바라봐 

나에게 다가올 시간이 날 더욱더 슬퍼 지게만 해

에전의 밝은 미소를 내게 보여줘

우- 날 사랑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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