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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파씨바 Jan 29. 2024

[히든트랙] 다음생엔 그냥 스쳐가기만해요 by 정미조

서로를 위해 더하고, 서로를 위해 뺀, 두 프로뮤지션의 배려가 돋보이는곡

일상 생활에서 소비자로서의 나는 아껴쓰는 스타일은 절대 아니지만,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이상하게도 아껴쓰고 집착하게 된다.


마음에 드는 옷들,

마음에 드는 책들...

마음에 드는 다른 물건들...


다소 지나친 경향이 없지 않아

아끼고 또 아끼다가 결국 원래 물건으로서의 가치를 잃게 되어 떠나보낸 물건들도 종종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내 불안함이 이런 행동의 주된 이유일 것이다.


혹시라도 닳을까봐...

혹시라도 질리게 될까봐...


이런 내 성향은,

음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에 드는 음악을 하루종일 수십번 수백번씩 듣는 사람들도 있다던데,

난 완전히 그 반대이다.


마음에 드는 노래가 있을 경우,

정말 꼭꼭 넣어놓았다가,

그 노래가 정말 간절해 지는 그때만 쏙 꺼내서,

겨우 한 번 듣고는 또 다시 꼭꼭 넣어놓는 것이다.


간절해지는 그 순간 듣는 그 음악은,

내가 처음에 그 음악을 좋아했을 때와 꼭 같은 모습으로, 꼭 같은 감동으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오늘 소개할 곡도,

바로 그런 음악이다.  



다음 생엔 그냥 스쳐 가기만 해요 by 정미조

https://youtu.be/VZMekx7YDV0


[Credit]

작사: Kyo (이규호)

작곡: Kyo (이규호)

편곡: 손성제



이규호와 정미조의 만남,

프로 중의 프로라고 불리울 수 있는 두명의 프로 뮤지션이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이 곡을 무척 기대하면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노래를 처음 들었을 그때도 그렇고,

여전히 아껴듣고 있는 지금도 그렇고,

이 곡을 들으면,

한없이 잔잔하지만, 또 한없이 깊이 있음에,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이 곡에 몰입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 곡이 좋은 이유는

작곡가의 스타일에 최대한 맞춰 가수는 불렀고,

가수의 스타일에 최대한 맞춰 작곡가는 곡을 만들었다는게 보이기 때문인데,

가수로서, 작곡가로서 각각 수십여년 넘게 활동을 했던 프로 뮤지션으로서는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일 수도 있는데, 이 둘은 해낸 것이다.  


서로를 위해 더했고,

서로를 위해 뺐을,

그래서 가장 완벽한 밸런싱을 보여준 수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 깊다...


그리고...

참 짙다....


이 노래를 들으면,

난 이 두 가지가 늘 떠오른다.



[가사]

먼 옛날 우리가 처음으로 사랑을 하고

먼 훗날 서로가 마지막 인사 나누려 할 때

주위엔 아무도 없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고

모자람 없이 하나 남김 없이

오롯이 그대에게 말할게요

고마웠다고 미워도 했다고

참 많은 꿈속에서 그댈 만났었다고

행복했다고 온 세상에 당신만 가득했으니

다음 생엔 그저 쉬어 가려고 해요


그 어떤 사람도 보이지 않고

그 어떤 얘기도 들리지 않고

길게 늘어진 황혼의 그림자

이젠 혼자서도 익숙하지만

고마웠다고 후회도 했다고

참 많은 추억 속에 그댈 찾았었다고

행복했다고 내 인생엔 당신이 전부였으니

다음 생엔 그저 비워 가려고 해요

참 많은 사람 중에 오직 그대 뿐이라고

행복했다고 온 세상의 빛을 다 가져갔으니

다음 생엔 그저 쉬어 가려고 해요

다음 생엔 그냥 스쳐 가기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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