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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파씨바 Feb 14. 2024

[히든트랙] 모래성 by 오석준

풋풋한... 소박한... 그래서 더 좋은...

이상하게도 난 A면 다섯 번째 곡이 좋았다. 


워크맨, 카세트테이프, 더블데크, 오토리버스... 

요즘 아이들에게는 대단히 생소하거나 아예 모르는 단어일 것이다.


하지만 난 카세트테이프로 내 리스너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물론 LP도 많이 사서 들었지만,

부모님께서 밥값으로 주셨던 돈으로 밥을 굶어가며 몰래 사서 들어야 했던 나로서는, 

집에 들어오며 부모님께 덜 걸릴 수 있었던 것은 

주머니에 쏙 하고 들어갔던 카세트테이프였기에 

카세트테이프를 사는 것을 훨씬 더 선호했던 것이다. 


레코드 가게에 들러 기다리던 신보가 나왔는지 확인하고, 

그게 나왔다고 하면 주저 없이 카세트테이프를 구매하던 그때...


그리고 독서실이나 집에서 그 테이프를  조심스레 뜯고 한곡 한곡 들었을 때의 그 설렘은 아직도 그대로 느껴지는 듯하다. 



당시의 정규 앨범들(이마저도 디지털 싱글이 대부분인 요즘의 음반 시장에서는 생소하게 보인다. 참고로, 난 예전 사람이라 아직도 좋아하는 가수의 정규앨범은 들어보지도 않고 통으로 다운을 받는다.)은  곡당 4-5분 정도의 곡이 A면, B면 각각(카세트의 한 면을 A면, 반대면을 B면이라고 불었다) 5-6곡 정도씩 들어가 있었고,

그렇기에 A면, B면 합쳐 총 8-12곡 정도의 곡으로 채워져 있었다.


건전가요라는 것이 없어지기 전까지 B면의 마지막 곡은 무조건 건전가요였고, 

대부분의 앨범에서의 머릿곡, 혹은 타이틀 곡은 A면 첫 번째 곡으로, 그리고 또 다른 좋은 곡은 더블 타이틀곡 처럼 B면 첫 번째 곡으로 배치를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몇몇 앨범에서는 A면 첫 번째 곡이 아닌 다른 곡이 크게 히트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 


정확한 것은 아니고 내 느낌이지만, 

A면의 마지막 곡은  정규앨범을 채우는 8-12곡들 중 가장 소박한(혹은 히트에 덜 가까운) 곡들로 채운다는 느낌을 여러 번 받았는데, 나는 이상하게도 A면 마지막 곡에서 그 앨범 가장 소중한 곡이라 느껴지는 곡들을 많이 만났던 것 같다. 


무한궤도 1집의 <어둠이 찾아오면>, 이문세 4집 <가을이 오면>,  조규찬 1집 <난 그댈 보면서>(난 이 앨범에서 B면 마지막 곡인 그대 내게를 훨씬 좋아하기는 했다), 전람회 2집 <마중 가던 길>....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A면 마지막 곡으로는 대부분 내가 좋아하는 비실한(?) 노래들로 채우려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고, 그게 바로 내 취향 저격이었던 것이다.) 


오늘 소개할 곡도,

내 기억으로는 바로 A면 마지막에 들어가 있던 곡이다. 




모래성 by 오석준

https://youtu.be/qDEgXG1dt14



[Credit]

작사: 김성호

작곡: 오석준

편곡: 송홍섭



사실 원 제목은 훨씬 더 길다. 

모래성=7300 (365x20)

무려 1988년도에 나온 곡이다. 



라디오를 통해 "우리 둘이 함께 있는 밤"이라는 곡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된 오석준이라는 가수. 

아마도 그날 바로 레코드 가게로 달려가 카세트테이프를 샀던 것 같다. 


카세트테이프 속지를 포함해 이 가수의 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쉽지가 않았는데, 

이 가수가 조금씩 조금씩 알려지고 몇 달 뒤,  

오석준 음악을 내가 열심히 듣는 것을  알던 친구가 <얼굴 없는 가수, 오석준>이라는 기사가 하이틴이던가 하는 청소년 잡지에 실렸다는 제보를 해, 그날로 그 잡지까지 샀던 기억이 난다. 


오석준 1집에 좋아하던 곡들이 참 많았는데, 

그중 최애는 B면 첫 번째 곡인 <헤어지고 난 후>와 바로 이 곡, <모래성>이다. 


누가 봐도 A면 마지막 곡에 어울리는 곡, 

딱히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이 곡이 참 좋았고 여전히 좋다. 


뭐랄까, 

그 풋풋함과 그 소박함에 그냥 마음이 평화로워진다고 해야 할까? 


나로 인해 오석준이라는 가수를 알게 되고, 나로 인해 모래성이라는 곡을 알게 된 친구들과, 

기타를 치며 되지도 않는 화음을 쌓아가며 이 곡을 불렀던 그때가 문득 기억나는 날이다. 



[가사] 

온 세상 모두다 잠이든 시간에

조금씩 무너진 모래성 처럼...

차갑게 식어간 소망과 사랑을

조용히 생각해보네


오가는 사람들 모두다 사라진

외로운 거리에 나홀로 서서

이제는 멀어진 작은꿈 그리며

쓴읏음 지어보면서


오월에 푸르른 하늘보다

깨끗한 그 소망은

이젠 멀어져간 기억들

조각난 우리에 꿈들은

하나둘 다시 모을수는 없을까

난 아직 모든것을 사랑하고파


어릴때 보았던 별들을 헤면서

지금은 잊혀진 이야기들이

가끔씩 생각나 어두운 마음에 

새하얀 촛불밝히듯 


아직은 소망을 이룰수 없는데

남겨진 날들이 나를 부르네

내 작은 사랑을 줄곳을 찾아서 

오늘도 걸어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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