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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파씨바 Feb 20. 2024

[히든트랙] 사랑했지만 by 이병우

여전히 세련된, 여전히 좋은...

나의 첫 기타 학원 이야기


중학교 2학년 때였을 것이다.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 기타를 치는 것이 유행이라고 말을 했더니,

엄마가 당장 기타 학원에 등록을 해주셨다.


대치동 모 아파트 상가 2층에 있었던 기타 학원...


기타 학원에 간 첫날,  

이미 고수들이 가득한 그곳에서,

같은 날 새로 등록한 나보다 1-2살쯤 많아 보이는 어떤 누나와 같이 수업을 시작했다.


선생님은 남자 선생님이셨고,

누가 봐도 기타나 음악을 하나보다 하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기타라는 악기에 대해 선생님은 간단히 설명을 해주셨고,

왼손으로 잡는 방법을 알려주셨고,

오른손으로 스트로크 하는 방법을 알려주셨고,

기타 초보자들을 위해 약식으로 잡을 수 있는 가장 쉬운 코드 몇 가지를 알려주셨고,

그리고 그 곡으로 연주할 수 있는 곡의 주법을 알려주셨다.


처음이기에 모든 게 어려웠고,

처음이기에 뭐 하나 뜻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내 손가락인데,

내 뜻대로 되지 않았고,

내 몸인데,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기타와의 전쟁(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나의 하찮은 왼쪽 손가락들과 코드 운지법과의 전쟁이 맞을 것이다.)의 시간이었다.


D코드, 약식G코드(새끼손가락 하나만 올리면 되는) 등 쉬운 코드임에도, 

손가락 하나하나를 힘겹게 펼쳐서 하나씩 운지를 하고,

그리고 그 운지를 놓치지 않도록 계속 신경을 쓰며,

그제야 간신히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오른손으로 주법 흉내를 내는 것,

총 10단계 정도의 단계를 꾸역꾸역 거쳐야 한 마디의 연주가 가능했던 것 같은데,

그마저도 소리는 틱틱 소리밖에 나지 않으니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내 옆의 고수들처럼

왼손으로 코드를 바로바로 잡고,

오른손으로 징가징가 기타를 치는 것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이 많은 기타 학원생들 중 나와 그 누나를 뺀 나머지는 모두 이런 고수라는 것이

정말 놀랍고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정말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변에 있는 기타의 수많은 고수들 틈에서,

나와 같이 밑바닥에 있는 고마운 동료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누나에게도 난 큰 위로였으리라.)



기타와의 전쟁을 치른 지 한 15분쯤 지났으려나.


기타와의 전쟁으로 기타만 보느라 정신이 없어 한참동안 선생님의 존재를 까먹고 있었는데,

그제야 선생님을 찾으니,

선생님은 그 누나의 친절한 개인 튜터가 되어 계셨다.


같은 수강료를 낸 나는,

완전히 방치되어 있었고.



생각해 보니 그랬다.


나를 부를 때와 그 누나를 부를 때,

목소리부터 처음부터 달랐었다.


나를 부를 때는

그다지 친절한 톤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 누나에게는

세상 그런 상냥한 목소리가 없었다.


첫 수업 시간 내내,

아니 이후 수업에도

나는 그렇게 방치되어 있었고, 그 누나와 차별받고 있었다.


내가 운지법이 어려워 선생님을 부르면,

기타 책에 그림을 보고 따라 하면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셨고,

그 누나는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 없어 보이는데도,

굳이, 직접, 몸소, 하나씩, 다 알려주셨다.



선생님이 꼼꼼히 챙겨주신 덕에,

같은 출발선이었던 누나는 실력이 빠르게 성장했고,

"학원"에서

"자습"과 "독학"을 통해 기타를 익혔던 나는 별다른 성장 없이, 두 달 정도 지나 기타 학원을 끊었고,

내 기타 실력은 이후로도 그다지 늘지 않았다.






사랑했지만 by 이병우

https://youtu.be/kFDjzL4yn2o


[Credit]

작곡 이병우

연주 이병우


1989년에 나온 이병우 1집에 있던 곡이니,

어느덧 세상에 나온 지 35년이나 된 곡이다.


<어떤날>이라는 뮤지션을 너무도 좋아했던 터라,

어떤 날의 두 구성원이었던 조동익, 그리고 이병우에 대한 무한신뢰 같은 것이 있었고,

그렇기에 기타리스트로서 발매한 이병우 1집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샀던 것 같다.


전곡이 너무 좋아 아껴듣고 아껴듣던 이병우 1집,

그중에서도 난 <사랑했지만>이라는 곡을 가장 좋아했다.


기타 소리도 너무도 좋고,

코드도 내 스타일이고,

내 기준으로 본다면 뭐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곡이다.


7분이 넘는 긴 곡임에도,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곡... 

오랜만에 들었는데도,

여전히,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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