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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파씨바 Feb 15. 2024

[히든트랙] 지나간 사랑을 읽어본다 by 윤기타

담백한 가사와 보컬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곡


#1. 

피아노를 전공하시고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엄마는 평생 동안을 성당에서 오르간 반주 봉사를 하셨다. 


본당에서도 매주 몇 차례씩 수십여 년을 거르지 않고 반주 봉사를 하셨던 것은 물론이고, 

남한산성 성지에 가셨다가 반주자가 없이 미사를 드리는 것을 보시고는 스스로 자원하셔서 그 먼 남한산성 성지에도 한 달에 몇 차례씩 반주를 하러 꾸준히 다니셨다. 

한 여름에도, 눈이 너무 많이 와 가기 힘들 정도의 겨울에도...

내 기억으로는 10년 훌쩍 넘게 남한산성 성지 반주 봉사를 하셨던 것 같다. 


본당 규모가 작지 않기에 반주 봉사를 하는 분들이 몇십여 명 정도 되었는데,

그 다양한 연령대의 반주 봉사자 분들 중 엄마는 그중 단연코 최고령자였다. 

70대를 훌쩍 넘기셨었으니... 



#2. 

성당, 그리고 반주봉사,

이 두 가지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시고 단 한 번도 미루거나 거르지 않고 지내시던 엄마가,

몇 년 전 어느 날 갑자기, 

반주 봉사를 그만두셔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이제는 몸이 너무 힘들다고...


신앙심, 봉사심, 책임감으로 그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았던 엄마가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보니, 

연세가 많이 드셔서 힘드신가 보다,

그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는 엄마는 본당, 그리고 성지 양쪽과 송별회를 하시고는  

수십여 년간 계속하셨던 반주 봉사를 그만두셨다. 



그리고, 몇 달 지나지 않아,

엄마는 하느님 곁으로 돌아가셨다. 



#3. 

집에도 내가 쓰던 디지털 피아노가 있었지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 

엄마가 쓰시던 디지털 피아노를 우리 집으로 가지고 왔다. 


그 디지털 피아노는 여전히 우리 거실에 있고,

나는 틈날 때마다 뚜껑을 열고 그 피아노를 친다. 


아주 잠시의 틈이라도,

피아노 뚜껑을 열어 건반 몇 개라도 눌러보곤 하는 것이다. 


그 피아노를 치면, 

엄마의 모습이 보이고,

엄마가 느껴져서, 

예전보다 더 자주 피아노를 치게 된다. 


매일 저녁, 다른 집에 누가 되지 않게,

헤드폰을 쓰시고, 디지털 피아노로 그 주 미사 곡들을 연습하실 때의 엄마의 모습과 그 타건 소리가 너무 그립다.   



지나간 사랑을 읽어본다 by 윤기타

https://youtu.be/MsAkTZ3Ybyk



[Credit]

Lyrics & Composed by 윤기타, 일월의 안개

Arranged by 신승익


오늘 소개할 곡은 여성 싱어송라이터 윤기타가 2019년에 발표한 싱글 <지나간 사랑을 읽어본다>라는 곡이다. 


담백한 가사와 보컬,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군더더기 없는 편곡으로,

듣는 이들로 하여금, 

외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그런 곡이 아닐까 싶다.  


이 싱글을 마지막으로,

윤기타 개인의 싱글은 지난 4년간 더 이상 발표되지 않은 듯한데,

머지않아 또 다른 좋은 곡을 다시 들려주기를 기대해 본다.



[가사]

지나간 사랑을 읽어본다

시간 속에 흩어진 조각들

지나간 사랑을 읽어본다

책장 속에 페이진 멈추고

조심스레 접어둔

소중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낙하하던 슬픔도

미뤄뒀던 감정도

아득하다

지나간 사랑을 읽어본다

잃어버린 우리의 단어들

쏟아지던 별들이

무색했던 우리의

마지막 밤

떠나가던 뒷모습

두 손 놓던 그 순간

가로등 길

아스라이 떠오른

사랑했던 나날들

잊고 지낸 마음을

시간 속에 덮어 둔다

지나간 사랑을 읽어본다

지나간 사랑을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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