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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18. 2024

떠날 때가 되었구나!

착각에 빠진 동화 396

떠날 때가 되었구나!




나무 아래 꽃 피운 민들레!

민들레는 큰 나무가 부러웠어요.

한 곳에 머물며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보내는 나무가 행복한 것 같았어요.


봄이 되었어요!

민들레는 노란 꽃을 예쁘게 피웠어요.

따뜻한 날씨가 며칠 이어지자 노란 민들레 꽃은 하얀 솜사탕 씨앗으로 변했어요.


일산 호수공원


맑은 날!

하얀 솜사탕 씨앗을 만든 민들레는 바람이 불면 먼 곳으로 떠날 생각이었어요.


"고마워요!

오늘 밤에 강풍이 불어오면 떠날 거예요."

민들레는 나무와 작별 인사를 했어요.


"고맙긴!

사람들 발에 밟히지 않아서 다행이야.

어디로 갈 거야?"

큰 나무는 민들레에게 물었어요.


"꽃을 피울 곳이면 좋겠어요.

호수에 빠져 물고기 밥이 되어도 괜찮아요.

하지만

내년 봄에 노란 꽃을 많이 피우고 싶어요."


"바람을 꽉 붙잡아!

절대로 놓치지 말아.

그래야

멀리 날아갈 수 있을 거야."


"네!

바람이 멈출 때까지 붙잡고 있을 게요."

하고 말한 민들레는 이를 악물었어요.

아주 멋진 곳에 도착하고 싶었어요.


일산 호수공원


소나무 아래!

빈 의자 두 개가 보였어요.

엄마와 소녀가 앉아있던 자리였어요.

무더운 날!

민들레 꽃을 보고 물을 주던 소녀가 앉아있던 자리였어요.

엄마와 소녀는 호수공원에 오면 의자에 앉아 오래 있다 갔어요.


"인사하고 가려고 했는데!

어떡하지."

나무 아래 서 있던 민들레는 물 한 모금 주었던 소녀가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만나지 못하고 떠나야 했어요.


밤이 깊었는데도 엄마와 소녀는 오지 않았어요.

낮에 날씨가 좋아서 엄마와 소녀가 호수공원에 올 줄 알았어요.


"목마를 때!

그날 저에게 준 물 한 모금 마시고 잘 자랐어요.

감사합니다.

내년 봄에 예쁜 꽃을 피울게요."

하고 말한 민들레 씨앗은 두 의자를 바라보며 말했어요.


일산 호수공원


"너희들도 갈 거지?"


"응!

오늘 밤에 강풍이 불면 떠날 거야."

큰 나무 밑에서 수다 떨던 민들레들이 대답했어요.


새까만 어둠이 호수 공원에 가득했어요.

멀리

강가에서 강풍이 불어왔어요.

민들레 씨앗들은 하나 둘 바람을 붙잡고 하늘 높이 날았어요.


"안녕!

멀리멀리 날아 가."


"응!

나는 어린 왕자가 사는 별나라까지 갈 거야."

하얀 민들레 씨앗이 크게 외치며 바람을 붙잡았어요.


"나도 출발해야지!

안녕히 계세요."

하고 나무에게 인사한 민들레 씨앗은 바람을 붙잡았어요.


"잘 가!

내년 봄에 예쁜 꽃을 피우면 좋겠다."

나무도 나뭇가지를 흔들며 인사했어요.


일산 호수공원


아침이 밝았어요.

호수공원에 있던 나무들은 민들레 씨앗이 떠났다는 걸 알았어요.


"부럽다!

어디든 갈 수 있어서 좋겠다."

나무 한 그루도 먼 곳까지 여행을 떠나고 싶었어요.


"나도!

내가 태어난 곳에 가보고 싶다."

큰 나무도 고향이 그리웠어요.


나무들은

여행을 떠나는 민들레가 부러웠어요.


"가지를 흔들어 봐!

뿌리가 뽑히면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거야."

하고 나무 한 그루가 외치고 가지를 흔들었어요.

그 모습을 본 나무들이 모두 가지를 흔들기 시작했어요.


"시원하다!

서늘한 바람이 불다니."

호수공원을 걷던 사람들과

뜨거운 햇살을 피해 쉬고 있던 사람들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좋았어요.

노란 민들레가 하얀 솜사탕 씨앗을 만들어 떠나는 것도 모르고 돌아갔어요.

하지만

엄마와 소녀는 노란 민들레 꽃이 하얀 솜사탕 씨앗을 만드는 걸 보고 또 봤어요.

물 한 병 가지고 온 것을 소녀는 민들레 꽃을 찾아다니며 조금씩 부어 주었어요.

호수공원에 노란 민들레 꽃이 많이 피었다며 사람들은 좋아했어요.


"그 소녀가 물 준 것도 모르고!

그 엄마가 호수에서 물을 떠다 준 것도 모르고."

어린 민들레 꽃이 사람들을 보고 말했어요.


멀리!

엄마와 그 소녀가 걸어오고 있었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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