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헨리 부탁이 있어
10. 부탁이 있어.
저녁이 되자
헨리는 머스텡에게 달려갔다.
바다에
떠 있는 십자가를 잡을 수 없는 이유를 더 듣기 위해서 저녁도 굶고 달려왔는데 창문을 노크할 수가 없었다.
피아노 소리가 요란했다. 헨리는 창문 틈 사이로 들려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스텡에게 무슨 일이 있나?”
음악을 들으면서도 헨리는 연주가 빨리 멈추기를 원했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연주는 계속되었다.
“머스텡에게 무슨 일이 있군!
내가
온 것도 모르고 연주하는 걸 보니.”
헨리는
다시 밤바다로 돌아가려다 기다렸다.
궁금한 게 많아
머스텡에게 꼭 물어보고 싶었다.
머스텡이 연주하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제2악장>을 들으면서
헨리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헨리의 가슴을 울리고 있었다.
“머스텡!
무슨 일이 있는 거지?”
눈물 흘리는 머스텡을 보고 있는 헨리는 불안했다.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살며시 창문을 열고
헨리의 두 번째 발과 여섯 번째 다리가 들어가
머스텡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었다.
“내 탓이다!
모든 게 내 탓이다.”
헨리의 눈가에도 눈물이 가득했다.
헨리도 가슴이 아려왔다.
계속 흐르는 머스텡의 눈물을 두 다리가 다가가 닦아주었다.
머스텡은 연주를 멈추고
눈물을 닦고 있는 헨리의 두 다리를 잡았다.
그리고
서서히 일어났다.
“헨리!
들어와.”
머스텡의 목소리가 떨렸다.
헨리는 들어오면서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말을 할 수 없었다.
“헨리!”
“응!”
“부탁이 있어!”
“뭔데?”
머스텡은 컵에 남은 물을 한 모금 들이켜고
“내일
내가 이곳을 나간다!”
“왜?”
“이야기하자면 길어.”
“그럼!
이제 못 보는 거야?”
헨리는 울컥했다.
“그래.”
머스텡의 대답을 듣는 순간 헨리는 갑자기 가슴이 답답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꼭 들어줘야 해.”
“뭘?”
머스텡은
잠시 숨을 몰아쉬고 헨리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림 김유진 계원예술고등학교 미술과
“헨리!
사람들은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어.”
“그래서?”
“너도 언젠가는 죽고.”
“왜 죽어?
난 죽지 않고 머스텡 곁에서 영원히 살 건데.”
“고마워!
그렇지만 너보다 내가 먼저 죽을 수도 있어.”
“왜?”
“태어날 때는 순서가 있지만 죽을 때는 순서가 없데.
생명은 탄생하면 일정한 기간을 살고 죽는 거야.”
“꼭 죽어야 해?”
“이해하기 어려울 거야.
하지만 이해해야 해.
헨리.
내일 나는
이 독방을 나가면 너를 만날 수 없게 될 거야.”
“왜?”
“이곳을 나가면
단두대에서 죽거나 집으로 돌아갈 거야.”
“단두대가 뭐야?”
“그런 게 있어.
사람 목을 자르는 기계라고 할까!
그러니까
헨리 나 좀 도와줘?”
“뭘?”
“바다에 가서 친구들을 모두 이곳으로 데려 와 줘.”
“왜?”
“친구들 앞에서 연주회를 하고 싶어.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게 피아노 연주뿐이야.”
“알았어!”
헨리는 눈물을 닦고 바다로 향했다.
머스텡은
다시 연주를 시작했다.
“아 ~베~마리아~.”
머스텡의 목소리는 애달프고 간절했다.
그의 목소리가 떨림을 알 수 있었다.
머스텡이
샤크레 퀘르 성당에서 아홉 살 때 처음 부른 곡이었다.
성가대에서 부르는 아베마리아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그 뒤로
머스텡은 피아노를 치며 아베마리아를 부르며 살았다.
머스텡은 미치도록 피아노를 쳤다.
밥 먹을 힘도 없어서 어머니가 밥을 먹여준 적도 있었다.
“친구들은 성벽 아래 있어.”
헨리가 돌아왔다.
연주를 마친 머스텡은 헨리 곁으로 다가갔다.
“고마워!”
헨리에게 인사를 하고 창문을 통해 몽셀미셀의 바다를 내려다봤다.
많은 문어들과 물고기들이 있었다.
“그동안 고마웠어.”
머스텡은 헨리의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피아노 연주를 시작했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이 긴 시간 동안 연주되었다.
그림 윤미소 계원예술고등학교 미술과
“헨리가 해줄 게 있어.”
연주를 마친 머스텡이 헨리에게 말했다.
“또 무엇을?”
“바다에서
항상 너와 함께 지내고 싶어.
나도 문어가 되어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여행하고 싶어.
헨리랑 같이.”
머스텡은 천천히 말했다.
“나랑 같이?”
“그래!
내가 문어가 되어야
너랑 같이 바다를 맘대로 다닐 수 있지.”
“어떻게 해야 하는데?”
“이곳에서
나를 데려가는 거야!”
“어떻게?”
헨리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머스텡과 함께 살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 생겼다.
머스텡이랑
넓은 바다를 여행할 수 있다는 것과
또 같이 살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동화작가 김동석 #헨리와 머스텡! #몽셀미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