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푸짐한 구멍가게!
유혹에 빠진 동화 092
푸짐한 구멍가게!
장날마다
소값이 뚝뚝 떨어졌다.
국제시장 곡물 가격이 급등하며 사료값이 매일 올랐다.
민수 아빠는 다섯 마리 소를 키우며 마음고생이 심했다.
매일 막걸리 한 병을 마시고 잠을 청할 때가 많았다.
"소를 팔아야겠어!
사료값이 오르면 키울 수 없어.
굶어 죽이기 전에 팔아야지!"
민수 아빠는 다음 장에 소를 모두 처분할 계획을 세웠다.
몇 달 전만 해도
소 한 마리 값이 육백 만원 정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소 한 마리 값이 삼백오십만 원으로 뚝 떨어졌다.
사료값이 오르자 소를 키워 목돈을 모으겠다는 사람들이 없었다.
곡물 가격도 급등했다.
외국에서 수입하는 밀과 보리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올랐다.
"형님!
소 팔고 뭐하려고 그런 결정을 내렸습니까?"
마을에서 소 키우는 동생이 물었다.
"뭘 하긴!
다 팔아도 외상값 갚으면 남는 것도 없어."
민수 아빠는 사료값을 갚을 생각이었다.
"형님!
조금만 더 버티지 그러세요."
마을 동생도 민수 아빠처럼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소 키워 부자 되겠다는 마음으로 송아지 한 마리 사서 키운 지가 십 년이나 되었다.
그동안 소는 일곱 마리로 늘었다.
소 키우며 이웃 마을 처녀와 결혼도 하고 아들 딸 낳고 잘 살았다.
"앞으로가 더 문제야!
소값은 떨어지든 말든 키우면 되겠지만 사료값이 문제야.
나는 굶어도 소는 굶겨 죽일 수 없잖아!
그래서 팔 생각이야."
민수 아빠 결정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았다.
"형님!
결정을 제가 어떻게 말릴 수 있겠어요.
그나저나
소 팔고 뭐할 생각입니까?"
이웃 마을 동수 아빠가 물었다.
"차근차근!
생각해 봐야지.
막걸리 파는 구멍가게라도 내야지!
그래야
막걸리라도 원가에 사 마실 수 있지!"
하고 민수 아빠가 말하자
"형님!
기막힌 아이디어입니다."
하고 동수 아빠는 좋아했다.
"호호호!
형님이 구멍가게 내면
우리도 막걸리 원가에 살 수 있을까요?"
하고 마을 동생이 물었다.
"그럼!
막걸리는 원가에 줄게.
걱정 말아!"
하고 민수 아빠가 말했다.
민수 아빠는
돌아온 장날 소 다섯 마리를 팔았다.
돈을 받아 든 민수 아빠 손이 떨렸다.
고생 고생하며 한 마리 또 한 마리 늘려가며 부농을 꿈꿨었다.
그런데
국제사회가 요동치는 바람에 소를 키울 수 없었다.
동수가 사는 마을 입구에 구멍가게가 생겼다.
소 다섯 마리를 판 민수 아빠는 구멍가게를 열었다.
소 팔고
몇 달 고민했지만 결국 구멍가게를 열었다.
"형님!
이제는 김 사장이라 불러야겠습니다."
동수 아빠가 구멍가게 오픈하는 날 와서 축하하며 말했다.
"김 사장은 무슨!
막걸리나 많이 사 먹어.
원가에 팍팍 밀어줄 테니까!"
하고 민수 아빠가 웃으며 말했다.
"형님!
상술이 좋습니다.
벌써
막걸리만 원가에 주겠다는 걸 보니
다른 것은
원가에 줄 생각이 없다는 말씀이군요."
하고 마을 동생이 웃으며 말했다.
"또 뭘!
원가에 줄까?
사료만 빼고 말해 봐!"
민수 아빠는 한결 기분이 좋았다.
매일 밤마다
사료값 걱정하며 밤을 지새우던 생각을 하면 가슴이 홀가분했다.
김 사장은 평생 소만 키웠다.
그런데
소값 파동이 일어나자 키우던 소를 다 팔았다.
꽤 많은 돈을 챙긴 김 사장은 마을 사람들을 만나며 무얼 하고 먹고살지 물었다.
"형님!
농부가 농부 일을 해야 먹고사는데 혁신을 하셨군요."
과학 농부라 불리는 이웃 마을 철수 아빠였다.
"뉴스에서
혁신과 융합이라 말하는 게 이런 걸까?
난!
그런 생각으로 구멍가게 낸 게 아냐."
하고 민수 아빠가 말했다.
"형님!
세상이 변하면 농부들도 바뀌는 게 맞아요.
형님처럼 큰 용기가 있어야 해요.
뚝뚝 가격이 떨어지는 소 붙잡고 있으면 속 터져 죽을 거예요!"
철수 아빠도 소 한 마리 키우며 팔까 고민 중이었다.
"농부가 농사만 짓고 살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더 빨리 망하고 죽어.
나야
농부가 아니니까 그나마 소를 팔 수 있었지!"
민수 아빠는 농사는 짓지 않았다.
밭에 소를 키울 축사를 짓고 소만 키웠다.
다시
농사를 지으라 해도 자신 없었다.
민수는
소가 없어 좋았다.
아침저녁으로 사료를 주기 위해 축사에 가지 않아 좋았다.
민수는
구멍가게를 시작하자 먹고 싶은 과자를 맘대로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아이스크림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새로운 것만 찾아 먹었다.
"민수야!
과자랑 아이스크림 다 먹으면 어떡하냐.
돈을 벌어야 널 학교에 보내지."
엄마는 가끔 아들 이름을 부르며 짜증을 냈다.
물건은 안 팔리는 데 남편과 아들이 먹어 치우는 막걸리와 과자값을 계산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당신도 술 끊어요!
아니
원가에 마시는 막걸리가 하루에 세 병 네 병이나 되면 어떡해요.
차라리 소를 붙잡고 있는 게 훨씬 마음고생이라도 덜 하겠어요."
하고 민수 엄마는 잔소리했다.
"걱정 마!
그래도 막걸리는 원가에 먹잖아.
다른 건 먹지 않을 테니 걱정 마!"
민수 아빠는 아내를 설득했다.
"민수가 먹는 과자랑 아이스크림 값은 어떡하고요!"
하고 아내가 또 크게 물었다.
"이 사람아!
민수가 먹는 것도 원가에 먹잖아.
우리가 돈 주고 사 먹는다 생각해 봐!
원가에 먹어서 다행이잖아."
하고 민수 아빠는 아내에게 말한 뒤 방을 나갔다.
"내가 미쳤지!
소를 팔라고 허락한 게 내가 바보야.
소 잃고 돈 잃고 딱 거지되겠군!"
민수 엄마는 밖으로 나가는 남편을 보고 잔소리 퍼부었다.
구멍가게는 그럭저럭 되었다.
마을 사람들이 물건을 사 갔다.
"막걸리 두 병 줘!
외상이야.
여름에 고추 팔면 줄 게."
하고 순이 할머니가 <푸짐한 구멍가게>에 외상을 달았다.
<푸짐한 구멍가게>는 날로 외상이 늘었다.
소 판 돈으로 물건을 배달시켰지만 외상값은 날로 늘었다.
"이 짓도 못하겠군!"
민수 아빠는 아내 잔소리 때문에 머리 아팠다.
밤낮으로 외상값이 늘어난다며 아내는 남편에게 잔소리했다.
민수 아빠는
소 키울 때는 한 번도 잔소리 듣지 않았다.
그런데
구멍가게 하며 아내에게 잔소리 들었다.
그것도
마을 사람들이 가져간 외상값 때문에 싸우기까지 했다.
"이봐!
외상값이 십만 원이야.
빨리 줘야 우리도 물건을 사 오지!"
하고 민수 아빠는 마을 동생에게 말했다.
"형님!
소 판 돈으로 좀 쓰세요.
가을에 쌀 팔아야 외상값 갚을 것 같습니다.
형님!
죄송합니다."
마을 동생은 가을에 쌀 팔아야 돈이 나왔다.
"어머니!
외상값이 사만오천 원입니다."
하고 민수 아빠가 순이 할머니를 길에서 만나자 말했다.
"뭐라고!
사만오천 원이나 된다고!
아니
외상값에 이자가 붙는 거야?"
하고 순이 할머니가 물었다.
"어머니!
외상값에 이자는 붙지 않아요."
하고 민수 아빠가 말하자
"난!
그렇게 많이 안 가져갔어.
막걸리 몇 병 가져간 것 뿐이야.
그런데
그렇게 외상값이 많아?
막걸리는 원가에 준다며 다시 계산해 봐!"
하고 순이 할머니가 말했다.
"네!
민수 엄마에게 다시 계산하라고 이야기할게요."
하고 말한 민수 아빠는 순이 할머니에게 인사하고 축사를 향해 걸었다.
"소를 팔지 말았어야 해!
소를 팔지 말았어야 해!"
민수 아빠는 축사 앞에서 지는 태양을 봤다.
<푸짐한 구멍가게>
민수 가족이 하는 구멍가게는 잘 되었다.
외상만 없으면 소 키우는 것보다 나은 것 같았다.
민수 아빠가 막걸리 마시지 않고 민수가 과자 먹는 것만 줄여도 소 키우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았다.
"히히히!
소 키우는 게 훨씬 좋지?
그냥
소나 키우지 가게는 왜 열었어.
그것도
<푸짐한 구멍가게> 이름이 뭐야!
푸짐하게 주지도 못하며 이름만 거창해서 어디 쓸까.
김 사장!
다시 소를 키워.
축사는 있으니까 소를 다시 키워 봐."
민수 아빠는
꿈에서 황소 신을 만났다.
다음 장날
민수 아빠는 장터에 나갔다.
"송아지!
한 마리에 오십만 원."
소 파는 장사꾼은 크게 외쳤다.
다행히
민수 아빠가 소 팔았던 때보다 가격은 비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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