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뭣이 중헌디.
아이들과 부여 여행을 떠나며 이번에는 유적지를 돌아보리라 결심하고, 다양한 곳들을 체크해 두었다. 미리 책도 준비해서 읽어보고, 백제의 문화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등 게으른 완벽주의자로서 웅장한 계획을 세우고 출발한 여행이었다.
웅장한 계획만큼 나름대로 잘 다니고, 잘 먹고 즐겁게 마무리될 수 있었던 여행은 부여 박물관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딸 엄마들은 알지 모르겠다. 박물관마다 기념품 코너가 있는데 그 기념품 중에 칼도 포함된다는 것을..
젊은 시절 나라면 "거기서 칼을 사는 사람이 있어?"라고 생각했을 텐데 이렇게 발등을 찍힐 줄이야..
백제 문화관부터 기념품으로 사겠다는 칼 타령은 부여 박물관에 이르러서는 절정에 이르렀다.
박물관 관람은 뭣이 중헌디! 그들에게는 오로지 칼. 칼. 칼뿐이었다.
박물관 기념품 샵은 각성하라. 칼이라는 것이 아들맘의 복장을 얼마나 터지게 하는지. 수명이 1년쯤 줄어들고, 청력이 손실된 뒤에 그친 그들의 칼사랑은 결국 하나씩 무기를 잡아들고 나서야 끝나고 말았다.
그들의 칼은 부여 어린이 박물관 의복 코너에서 빛이 났다.
준비된 의복과 찰떡같이 어울리는 칼을 들고 장수처럼 눈빛을 빛내는 그들.
'거봐 잘 샀지'라는 눈빛이 왠지 얄미웠다.
그래도 사진 하나는 남겨야 하기에 문 앞에서 한 장 찍어 주었다.
나중에 너희 애들에게 꼭 보여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