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물파 vs육식파
5인 가족의 삶은 녹록하지 않다. 이제 아이들이 커서 택시도 1대로는 안되며, 여행을 갈 때에도 숙소는 주로 4인가족 기준이다. 최대 4인이라는 글씨는 익숙하지만 편안하지 않다.
어려움은 개인사정에도 있다. 5명의 구미를 모두 맞추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외식 메뉴를 결정할 때도 짜장면과 햄버거의 대결, 국수와 피자의 대결.
첫째는 국수 킬러다. 라면뿐 아니라 각종 국수류, 떡국 만두 등을 좋아하는데, 쌍둥이 애들은 국수, 떡국을 싫어한다. 한 끼 간단하게 때울 수 있는 칼국수, 잔치국수, 떡국, 만둣국류는 입에도 대지 않는다. 엄마에게 선택지가 몹시 좁아지는 순간이다.
쌍둥이는 해산물도 싫어한다. 냄새가 비리다나.. 새우, 게, 오징어 등을 좋아하지 않는 덕에 새우볶음밥, 오징어볶음, 꽃게탕등도 우리 집 메뉴에서는 제외다.
그들이 잘 먹는 것은 주로 고기류.. 고기를 찌고 볶고 굽고, 고기류의 달인이 되어가는데, 그럴수록 큰 아이의 불만은 커져만 간다.
며칠 전 홍게를 시켜 먹었다. 물론 쌍둥이의 메뉴는 따로 베이컨을 굽고 김치볶음밥도 차려주었다.
두 가지의 다른 메뉴를 준비한다는 것이 엄마에게는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지 잘 모르는 그들은 입이 댓 발 나왔다.
둘째는 갑자기 "내가 게 싫어하는 거 알잖아! 나는 집을 나갈 거야!"라며 작은 가방에 팬티 2장과 라면 2개와 탄산수를 챙기며 가방을 싼다.
옷은 안 챙기고 팬티만 챙기냐는 물음에 "옷은 안 갈아입어도 괜찮은데 팬티는 안 갈아입으면 찝찝하잖아"라는 명언을 남기더니 베란다에 숨어 라면을 부스럭 거린다.
첫째는 오래간만에 온 홍게 파티에 웃음이 한가득이다. 최근 들어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게를 먹는 아이와 자신을 배려해주지 않았다며 화가 난 아이.
늘 고기파에 맞춰 줬으니 오늘만은 해산물 파에도 좀 맞춰 주자고 이야기했더니만, 슬그머니 식탁에 돌아와 앉는다.
모두가 행복한 길을 찾기란 어렵다.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할 뿐.
오늘도 엄마는 시트콤 같은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