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머님은 스테이크가 싫다고 하셨어.

비 자발적 다이어트 식단

by 마음 써 봄

추석인지 하석인지 모를 애매한 날씨의 명절의 마지막날.

연휴의 마무리는 오락실과 외출로 마무리하기로 합의하고 나갈 타이밍을 노렸다.

때아닌 폭염 주의보에 더위가 한풀 꺾인 4시쯤 온 가족이 외출을 나섰다.


대가족의 외출은 쉽지 않다. 각기 다른 준비의 타이밍. 결국 누구 한 명은 "놓고 간다"소리를 들어야 그제야 외출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어디 출발만 그렇겠는가. 외식메뉴 선정은 산 넘어 산이다.

각기 원하는 메뉴, 안 먹는, 못 먹는 메뉴가 각기 있기에 늘 합의점은 고기로 모아지는데 연휴 내내 돌려 막기 한 갈비덕에 고기를 제외하다 보니 선택지가 매우 좁아졌다.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의 시내(?)에서 맛볼 수 있는 파스타로 극적인 합의를 보고 매장으로 들어섰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판 탐색의 시간.

갈비는 먹었지만, 스테이크는 안 먹었으니 스테이크를 먹어야겠다는 아이들의 성화에 적당한 세트메뉴에 김치 필라프를 추가해 주문을 넣었다.


아들엄마에게 사진은 얼마나 사치인가. 음식 사진따윈 찍지 못한 채 맹렬한 기세로 달려드는 아이들과의 식사는 생존 전쟁이다.

KakaoTalk_20240919_175555108_04.jpg


남편과 마주 앉아 스테이크 접시에서 아이들이 먹지 않는 치커리를 우리 샐러드 접시에 산처럼 쌓았다.

우리 둘은 김치필라프에 치커리가 가득한 리코타 치즈 샐러드를 먹으며 아이들을 살핀다.


파스타 2개, 스테이크 1 접시를 추가로 시켜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는 모습에 미소가 절로 난다.

"엄마 스테이크 먹었어?" 막내가 무심히 건네는 스테이크 한 조각에 god의 '어머님께'가 떠오르는 건 너무 오버였을까.

"엄마 괜찮아 너 먹어."

제법 엄마 다운 대답이었다고 뿌듯해 한 42살 추석이었다.



엄마 엊그제 거기서 약속 있었어.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18화그녀가 목청이 좋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