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은 거절한다.
엄마의 로망이란 아이를 갖기 전부터 생기는 것들이 많다.
아이와 예쁜 커플룩을 입고 외출을 하는 것, 가족끼리 커플 운동화를 맞춰 신고 사진을 찍는 것,
소풍날 알록달록 예쁜 도시락을 싸주는 것 등 상상 속에 있는 화목한 가정들에서 볼 법한 것들이 많다.
나 또한 많은 로망을 가진 엄마 아니었겠는가.
예쁜 원피스를 맞춰 입고 돌아다니는 것은 고사하고, 검은색이 가장 멋있다며 옷장 가득 거무죽죽한 옷들만 가득 차있다. 딸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진작 샀을 다이슨 에어랩. 아침마다 예쁘고 단정하게 손질된 머리를 해줄 일조차 없으며, 분부기로 칙칙 뿌려 뻗친 머리만 정돈해 주면 아침 준비 끝인 녀석들. 알록달록 구두는커녕 뛰어다니는 애들과 같이 움직이는 나에게는 운동화가 가장 편안해졌으니 로망의 로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등교 전 다정하게 발을 주무르며, 귓속에 아이 이름을 부드럽게 불러주는 엄마 따위는 현실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는 한참 되었다. 아침마다 귓구멍이 막혔는지, 온갖 생쇼에도 꿈쩍 않는 그들과 함께 살면 겪는 현실이다.
초2쌍둥이의 현장 학습날. 그래도 신경 쓴 도시락 흉내는 내야겠기에, 토끼 모양 틀을 장만했다. 김밥을 별로 안 좋아하는 아이들이기에 볶음밥과, 함박스테이크가 메뉴여서 볶음밥이라도 예쁜 모양으로 담아 주려는 속내였다.
토끼 모양 밥틀을 본 녀석들이 묻는다
"이거 뭐야?"
"내일 도시락 토끼 모양 밥으로 하려고"
"하지 마"
단칼에 거절. 핑크색 토끼틀에 닭살이 돋는 너희들은 아마도 남자인가 보다.
쳇. 알았다 알았어..
엄마가 포기한 줄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