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자발적 다이어트 식단
추석인지 하석인지 모를 애매한 날씨의 명절의 마지막날.
연휴의 마무리는 오락실과 외출로 마무리하기로 합의하고 나갈 타이밍을 노렸다.
때아닌 폭염 주의보에 더위가 한풀 꺾인 4시쯤 온 가족이 외출을 나섰다.
대가족의 외출은 쉽지 않다. 각기 다른 준비의 타이밍. 결국 누구 한 명은 "놓고 간다"소리를 들어야 그제야 외출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어디 출발만 그렇겠는가. 외식메뉴 선정은 산 넘어 산이다.
각기 원하는 메뉴, 안 먹는, 못 먹는 메뉴가 각기 있기에 늘 합의점은 고기로 모아지는데 연휴 내내 돌려 막기 한 갈비덕에 고기를 제외하다 보니 선택지가 매우 좁아졌다.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의 시내(?)에서 맛볼 수 있는 파스타로 극적인 합의를 보고 매장으로 들어섰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판 탐색의 시간.
갈비는 먹었지만, 스테이크는 안 먹었으니 스테이크를 먹어야겠다는 아이들의 성화에 적당한 세트메뉴에 김치 필라프를 추가해 주문을 넣었다.
아들엄마에게 사진은 얼마나 사치인가. 음식 사진따윈 찍지 못한 채 맹렬한 기세로 달려드는 아이들과의 식사는 생존 전쟁이다.
남편과 마주 앉아 스테이크 접시에서 아이들이 먹지 않는 치커리를 우리 샐러드 접시에 산처럼 쌓았다.
우리 둘은 김치필라프에 치커리가 가득한 리코타 치즈 샐러드를 먹으며 아이들을 살핀다.
파스타 2개, 스테이크 1 접시를 추가로 시켜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는 모습에 미소가 절로 난다.
"엄마 스테이크 먹었어?" 막내가 무심히 건네는 스테이크 한 조각에 god의 '어머님께'가 떠오르는 건 너무 오버였을까.
"엄마 괜찮아 너 먹어."
제법 엄마 다운 대답이었다고 뿌듯해 한 42살 추석이었다.
엄마 엊그제 거기서 약속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