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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써 봄 Oct 29. 2024

우울할 틈이 없는 이유.

노래시작 했다 노래 끝났다.

초등학교 시절 '다 같이 놀자 동네 한 바퀴'라는 노래를 불러본 적이 있다. 분명 시간차를 두고 시작한 노래인데 마지막에 같이 끝나게 되던 신기한 노래. 

신기하게 화음이 생기던 돌림 노래. 


아이를 셋 키우며 우리 집에도 돌림노래가 생길 때가 있다.

요즘처럼 환절기. 여러 가지 질병들이 돌아다니는 시절에 시작되는 병의 돌림노래. 


시작은 첫째였다. 이유 없는 고열로 인해 코로나, 독감 검사를 두 번이나 했으나 두 번 다 음성으로 나왔다. 고열과 기침. 요즘 유행하는 폐렴이었다. 그나마 지독한 마이코 플라즈마가 아니었음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10월 초 황금연휴 기간 시작되었던 아이의 열과기침은 2주 정도 지속 되었고, 내내 간병인 모드가 되어야 했다. 평소 다니던 이비인후과에서는 엑스레이를 찍을 수 없어서. 오전에만 진료를 보는 근처 내과에 가느라 오전 시간을 병원에서 허비하고 겨우 아이의 기침이 좋아졌을 때.


막내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워낙 민감하고 예민한 아이라 조금만 열이 나도 스스로 느끼고 불편감을 호소하는 아이덕에 초기에 병원에 갈 수 있었다. 형이 폐렴을 앓았기에 의심이 되니 엑스레이를 찍어 보자고 하신다. 결국 또 폐렴진단. 엄살이 심한 막내는 내내 엄마 안아줘를 외친다. 오르락내리락. 요동치는 열처럼 내 마음의 파도도 함께 일렁인다. 


막내의 증상이 좋아짐이 보이고 있었던 이번 주말. 돌림노래는 어김없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둘째의 고열. 예상했던 대로 폐렴. 둘째를 데리고 들어간 진료실에서 선생님의 나지막한 탄식이 들린다. '아. 쌍둥이 형제가 있구나.' 


재작년 겨울 나를 제외한 김 씨 모두 독감에 걸렸던 적이 있다. 엄마는 아플 수 없다. 아파서도 안된다. 비타민을 입에 털어 넣으며, 이 돌림노래가 동시에 마치길 기도한다. 


우울함에 빠져 있다가도 서둘러 나와야 한다. 내 옆에는 나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작은 참새들이 셋이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작은 것 하나라도 엄마의 노력과 사랑이 전해 질 수 있기를. 

우울의 저 끝에 자신의 가슴을 내어주며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기에. 오늘도 다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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