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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써 봄 Nov 12. 2024

엄마는 왜 설거지를 안 하냐고 물었다.

설거지 못 하는 병

"엄마는 왜 설거지를 안 해?"

월요일 아침 개수대에 산처럼 쌓인 그릇을 보고 막내가 말했다. 

어떠한 비난의 목소리도 아닌 순수한 궁금증으로 가득 찬 아이의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작은 목소리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우울증 때문이야'라고 하기엔 작디작은 아이의 마음에 우울증이란 무엇이길래 엄마의 설거지를 못 하게 하는 것인가 라는 근본적 의문을 가지고 올 것 같았다.

멋쩍은 얼굴로 "설거지하기는 하지. 이따 너희들 학교 가면 하려고"라는 대답에 막내는 무심한 듯 툭 그릇이 떨어져서 위험할 것 같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학교로 떠났다. 


우리 아이들의 특성상 깨끗하고 정돈된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중 하나인데 우리 집은 가족 외에 누구도 찾아오면 안 될 만큼 정돈되어 있지 않다. 

우울의 늪에 빠지기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지만 최근 몇 달간 집의 상태는 심각해졌다. 

왕창 몰아서 하는 설거지 아이들의 눈에도 아슬아슬해 보이는 집안의 상태는 나의 마음과 어쩜 닮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우울증의 정의는 모르지만 아이들은 알고 있었다. 엄마가 항상 누워서 있다는 사실. 최소한의 정리만 마친 채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있다는 것. 어떤 때는 건조기를 뒤적거려 팬티를 찾아야 하는 일도 생기고 반찬이 부실한 때도 있다는 것이 아이들이 느끼는 엄마의 우울일 것이다. 


아이들 뒤를 따라 걷다 보면 가끔 짠한 마음이 든다. 친절하고 착한 엄마를 만났더라면 너희들 인생이 더 행복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가슴에 구멍이 뚫렸다가도 현실에 돌아오면 다시금 불친절의 끝판왕이 되어버리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생활이 어쩜 인생일지도 모르겠다. 


우울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그 우울이 나의 전부가 되지 않도록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본다. 



막내야.. 설거지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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